맨해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과 추억 여행

by 김지수

2020년 11월 1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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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미드타운 프렐치 레스토랑


세상에 이럴 수가! 맨해튼 미드타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커피 맛이 대학 시절 먹은 커피와 같아. 그 시절은 지금처럼 다양한 원두커피가 보급되기 전이고 우린 학교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고도 행복했지. 가끔 대학가 근처 카페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친구랑 수다를 떨 때 마셨던 바로 그 커피 맛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는지.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나. 80년대 인터넷도 없어 세상이 캄캄했지. 세상의 통로는 오로지 책 속에서 발견했지. 그때도 무척이나 바빴어. 학교 전공 수업 준비와 숙제도 버겁기만 한데 매일 아르바이트하고 클래식 기타반에서 활동하니 레슨 준비하고 매년 봄과 가을에는 연주회 준비하고 가끔 친구들 만나고... 물론 혼자서 전시회와 연극도 보러 다녔지.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 당시는 서점에서도 원하는 책을 다 구할 수도 없었지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읽고 싶은 책을 구하기도 했지. 매달 아르바이트해서 월급 받으면 레코드와 삼중당 문고판 등 책을 구입하며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삼중당 문고판 하나 가격이 300원이었던가. 보통 서점에서 책 한 권 값이 약 3천 원. 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날 행복하게 하지. 평생 고독한 길을 걷는 내게 귀한 친구야. 외로울 때도 고독할 때도 책은 나의 친구가 되어준다. 내가 읽은 책들이 나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갔을까. 대학 시절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른 가수들도 뉴욕과 인연이 깊으니 놀랍기도 하고. 사이먼과 가펑클, 존 바에즈, 엘튼 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비틀스, 존 레넌, 닐 다이아몬드, 에릭 클랩턴, 빌리 조엘 등 엄청 많아. 고등학교 시절 비엔나 합창단과 파리 십자가 나무 합창단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매년 12월에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곤 해서 아들과 함께 보러 가곤 했는데 그때는 꿈이었나. 언제 다시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카네기 홀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 연주로 쇼팽곡도 감상하고 대학 시절 음반으로만 듣던 안네 소피 무터 연주도 자주 보고, 정경화, 이작 펄만과 길 샤함 등 명성 높은 음악가들 공연 보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맨해튼 음대에서 아들이 예비학교 오리엔테이션 받은 룸에서 메트에서 활동한 홍혜경 성악 마스터 클래스를 아들과 함께 보았지. 아들은 엄마와 나이가 비슷한데 세계적인 성악가 홍혜경을 보니 삶이 많이 달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빨리 뉴욕에 온 홍혜경과 40대 중반 싱글맘이 되어 뉴욕에 온 나와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크지. 코로나가 나의 삶을 중세시대처럼 흑빛으로 만들어 버렸어. 손해 배상 청구해야겠다.



IMG_4735.jpg?type=w966 어떻게 수 십 년 전 마신 커피 맛과 같을까



대학 시절 세상은 캄캄하고 아무것도 가진 거 없어도 꿈꾸며 행복했다. 그때도 부잣집 자녀들도 많았지만 관심도 없었다. 남의 일에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세상 꿈꾸며 행복하게 살았던 나.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 세상은 급변하는데 내 마음은 80년 대나 지금이나 똑같아. 마음의 행복을 찾아서 평생 순례를 하지. 운명이 데리고 온 뉴욕에서 장님처럼 살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니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눈물과 아픔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지. 40대 중반 아무도 없는 낯선 뉴욕에 간다고 하니 모두가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지. 하루하루 아픔을 견디며 보낸 세월이 얼마나 길더냐.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온 뉴욕 싱글맘의 방랑기가 뭔지 알고 있을까. 대학 시절 만난 남자와 만 7년 교제하고 결혼했는데 운명처럼 작별하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대학 동창들과 이야기 나눌 때 뉴욕에 가서 어떻게 살 거냐고 걱정했지. 그때 난 청바지 하나 입고 살 거야,라고 했는데 그렇게 평생 살아가고 있다. 싱글맘 혼자 힘으로 두 자녀 뉴욕에서 교육하니 겨울나무가 되어버려 눈부신 부활을 기다리고 있어. 하늘 같은 렌트비와 생활비는 코로나 요정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아, 운명이 뭘까. 무에서 시작해 세상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도달했는데... 얼마나 오래오래 뒷바라지했던가. 무에서 시작하니 너무너무 힘들었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런던, 파리, 프라하, 베를린, 하이델베르크, 쾰른,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드레스덴, 시드니, 동경... 등도 방문하며 새로운 세상을 보았지. 그런데 수 천 마일 떨어진 뉴욕으로 떠나오고 말았지.






딸과 함께 일하고 미드타운 록펠러 센터, 메이시스 백화점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가기 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고 하는 바람에 딸과 함께 방문해서 수 십 년 전 추억을 떠올렸다. 커피 한 잔 값은 3불. 요즘 같은 고급 커피가 아니었지만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 좋았다. 딸은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는데 맛이 아주 좋고 디저트 맛도 훌륭해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근사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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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미드타운(위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준비 중, 아래 뉴욕 공립 도서관 벽화)



맨해튼 나들이하기 전 토요일 아침에는 노란 은행나무와 붉게 물든 담쟁이넝쿨 보고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걸으며 행복했지. 11월의 늦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지. 세상은 무진장 슬프지만 그래도 행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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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플러싱 /아름다운 11월 풍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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