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4일 수요일
화창한 수요일 시내버스를 타고 딸이 사랑하는 뉴욕 보태니컬 가든에 갔다. 몇 차례 환승하고 걸어야 하니 복잡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문한다. 특별한 전시회를 제외하곤 수요일 뉴요커는 입장료가 무료다. 코로나로 미리 예약 필수! 페기 록펠러 장미 정원에도 방문해 장미꽃 향기도 맡았다. 깜박 잊을 뻔했네. 실수로 하마터면 뱀을 밟을 뻔했다. 딸이 옆에서 "뱀이야."라고 소리치니 그제야 알았다. 뱀에게 물리면 어쩔 뻔했을까. 센트럴 파크와 달리 교통도 편리하지 않으니 방문객도 작아서 절간처럼 조용하니 좋았다. 마음은 자주 방문하고 싶은데 게으르다.
11월 5일 목요일
기억이 없다. 밀린 일기를 기록하는데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보며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는데 단 한 장의 사진도 없다. 무얼 했을까
11월 3일 화요일
휴대폰애 단 한 장의 노을 사진이 있다. 내 기억은 사진보다 명확하지 못하고 무얼 했는지 기억이 없다. 망각도 신의 선물이나.
11월 2일 월요일
약 한 달 전이라 기억은 사라지고 휴대폰에는 아침 산책할 때 담은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딸과 함께 산책하고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 기억만 생각난다.
11월 1일 일요일
기익이 사라졌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어. 머릿속에 하얀 눈이 펑펑 내렸나.
11월 15일 일요일
미드타운 카페에 가서 일하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놀고 타임 스퀘어 부근에 식사하러 갔는데 문이 닫혀 허탕을 치고 뉴욕 타임스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그냥 나와버렸다. 가격이 너무 비싸 1인분 주문해 나눠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직원이 안 된단다. 얼른 나오는 게 상책이다. 맨해튼 식사비가 비싸니 고민을 하게 된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피자 한 조각을 먹고 다시 일하다 집에 돌아왔다. 파랑새 빨강 새 부부 노래를 들어서 참 좋았던 하루.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기록하려니 초등학교 여름 방학 때 개학하면 제출해야 하는 그림일기가 생각나 웃는다. 그때와 달리 꼭 기록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니 고독한 뉴요커 삶을 기록하고 있다. 오래전 일기를 쓰려니 머릿속에 담긴 추억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휴대폰 사진보다 내 기억이 흐리다. 아름다운 11월 무척이나 복잡한 일도 많아서 에너지가 없어서 그때그때 기록하지 못했다. 삶이 힘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즐겁게 살아야지. 난 단순한 삶을 사랑한다. 지구촌이 코로나 전쟁 중이니 매일 코로나 뉴스를 읽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때때로 괴물들이 찾아와 날 흔들어 버리면 나의 에너지는 바다 밑으로 잠수한다. 어쨌든 11월 기록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