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화요일
벌써 12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세월 참 빠르다. 특별히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간다. 아침에 딸과 함께 동네 카페에 가서 라테 커피와 빵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와 브런치를 만들었다. 메뉴는 못난이 김치 참치 김밥. 김밥이 칼로 잘 잘라지지 않아서 속이 터졌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김밥이 되었다. 요리 솜씨 없는 요리사는 연장을 탓한다. 칼이 문제야라고. 달걀지단을 만들고 김 위에 지단을 깔고 그 위에 밥과 김치와 참치를 넣는다. 속이 터진 못난이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화요일 이메일이 쏟아졌다.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 뉴욕 필하모닉, 뉴욕 도서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메트 오페라 등. 내가 기부할 정도로 부자라면 얼마나 좋겠니. 뉴욕 귀족 단체가 가난뱅이에게 기부금을 달란다. 아들에게 말하니 우리 가족 도와 달라고 하란다. 뉴욕은 기부 문화가 잘 발달되었다. 돈 많은 월가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해야지. 렌트비와 생활비 걱정하는 서민이 무슨 돈이 있어서 도와주겠니. 올해는 코로나로 공연도 보지 못했다. 코로나 전에는 매일 천재들의 공연을 보면서 행복했는데.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
12윌이 왔는데 11월 기록이 밀려서 한꺼번에 쓰느라 땀이 났다. 미루면 안 되는데 꽤 많은 일기가 밀려있었다. 추수 감사절과 오늘 맨해튼 나들이하지 않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썼다. 에세이가 아니고 일기를. 휴대폰 사진이 내 기억을 부활시켰다. 사진이 없으면 머릿속은 하얀 눈이 펑펑 내려 기억이 사라졌더라. 젊은 날 내 기억은 아주 좋았는데 점점 기억력이 흐리다.
글쓰기를 하다 오랜만에 동네 호수에 가서 오리 몇 마리와 기러기 몇 마리랑 놀았어. 추운 겨울날 호수에서 노는 오리들이 너무 귀여웠다. 얼마 전과 달리 어느새 낙엽들이 떨어져 겨울나무로 변신한 숲. 겨울빛이 짙었다. 바람도 너무 쌀쌀해 오래 머물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글쓰기를 하다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건강이 행복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프면 정말 난리다. 그나저나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아직도 안갯속. 12월은 기쁜 소식도 들려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