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쇼윈도. 첼시 갤러리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매일 즐겁게 살자

by 김지수

2020년 12월 12일 토요일


불확실한 코로나 시대 걱정 안 하고 사는 사람은 누굴까. 소수를 제외하고 걱정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니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사방은 절벽이고 통로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지만 안개 가득하다. 세상도 모르고 사람들 마음도 모른 난 평생 바보처럼 산다. 답답하지만 울고만 있을 수도 없다. 매일 즐겁게 살자고 마음먹는다.


수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정아버지 소식을 들으며 생이 정말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자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사 먹지 않았으니 당연 맨해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지도 않았는데 아버지 사망 소식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고 내 삶이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내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복잡하고 또 복잡하지만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지난 과거를 돌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용서하고 사랑하고 살아야지.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 받은 사람 마음을 모른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세상 사람 모두 서로 맞는 것도 아니다. 날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멀리 떠나면 된다. 사람들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각자의 취향과 사고를 존중하고 살아야 한다.


아침 일찍 파랑새 노래 들으며 딸과 함께 동네 카페에 가서 헤즐러 커피와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카페에서 쉽게 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호수에 가려다 비가 내려 그냥 집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하고 맨해튼에 갔다. 얼마 전 첼시 갤러리에서 도널드 저드 특별전이 곧 막을 내린다고 연락이 왔다. 토요일이 특별전 마지막 날이라서 첼시에 가려고 7호선을 타고 74가 지하철역에서 환승했는데 주말 노선이 변경되었다고 방송이 울려 계획을 변경해 록펠러 센터에 내려걸었다.


Md3pIBSmnMHQflJyZSESAo4b6SY
tKne8Yku57FvONrfxUgsoRqIAiM
y6xfubyNm0ByzDr6B4qk5FcPLfo
IMG_6578.jpg?type=w966



홀리데이 시즌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뉴욕의 상징이고 하얀 빙상에서 스케이트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복잡하다. 그래서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출입을 제한한다.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려 록펠러 센터로 들어가 잠시 동화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1년 내내 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이라서 좋다. 예쁜 복장을 입은 산타할아버지 스케이트 타는 솜씨도 대단하더라. 밤에 더더욱 빛나는 록펠러 크리스마스트리 낮의 분위기도 특별하고 멋지다. 구경꾼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하니 더욱 복잡하다.



IMG_6623.jpg?type=w966
xjXL1TqPpF7YpXEtDo7uBIzax1I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



잠시 구경하다 근처 성 패트릭 성당에 갔다. 평소 아무 때나 방문해 기도하곤 하는데 코로나로 시간을 제한하니 요즘 자주 방문하지 못했다.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고 성당 내부를 보는데 고개 숙이고 기도하는 방문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 코로나 세상 보통 사람들 마음은 얼마나 무겁겠는가. 뉴욕 빈부차는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나는데 코로나 세상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OpS61fIav4gpl-rSG0UuBv3NRoc 영화 <세 가지 색 블루>를 떠올리게 하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 쇼윈도



성당을 나와 옆에 있는 명품 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홀리데이 쇼윈도를 다시 보았다. 매일 봐도 좋을 특별한 쇼윈도. 예쁜 쇼윈도가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을 보면 영화 <세 가지 색 블루>를 떠올렸다. 둘째 아이 출산 후 학교에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지낼 때 스트레스가 무척 많았다. 매일 출근하다 집에서 지내려니 답답하기도 했지만 육아가 어려운 일이란 것을 처음 느꼈다. 보고 들은 적도 없는 육아.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혼자 힘으로 종일 두 자녀를 돌보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집에서만 지내려니 요일 감각도 상실되어 어느 날 수영장에 다녀야겠다고 마음먹고 새벽 6시 수영반에 등록해 다녔다. 어느 날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영화 포스터를 봤는데 꼭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결혼 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없었다. 결혼에 대해 환상도 없었지만 극장에 한 번도 가지 못할 거라 상상도 못 했다. 책임과 의무가 내 생의 전부인양 세월이 흘러갔다. 너무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여동생에게 특별히 부탁해 아이를 맡기고 극장에 가서 혼자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기억에 남은 영화다.





백화점 쇼윈도를 보고 브라이언트 파크 옆 5번가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첼시에 내려 갤러리에 방문했다. 코로나 시대 갤러리 방문이 마음 무겁다. 미리 예약했는지 확인. 난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했다. 간 곳마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고 체온을 잰다. 한 갤러리에서는 체온계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직원이 이상하다 하더니 체온계 배터리가 없단다. 서랍장을 뒤져 배터리를 교환 후 내 체온을 쟀다. 14일부터 식당이 문을 닫는데 갤러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냐고 물으니 아마도 괜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


IMG_6716.jpg?type=w966
IMG_6715.jpg?type=w966
IMG_6723.jpg?type=w966 Donald Judd/ David Zwirner Gallery (첼시 갤러리는 천정과 조명이 멋지다)



가고시안 갤러리 등 몇몇 갤러리를 돌다 도널드 저드 특별전을 보러 갔다. 코로나 전에는 더 자주 첼시 갤러리에 방문하곤 했는데 올해는 자주 방문하지 않아서 갤러리 방문이 피곤하기만 해서 포기하려다 마지막 날 전시회라서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들 거 같아서 방문했다. 한국에서는 미니멀니즘 작가 도널드 저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뉴욕에 와서 가끔 미니멀니즘 작가들의 전시회를 보곤 하는데 아직도 내게 이해가 쉽지 않은 전시회. 오랜만에 방문한 첼시 갤러리에 생각보다 방문객들이 많았다. 도널드 저드 작품을 보면서 혹시 전에 부엌 수납장 만든 사람이었나 혼자 상상을 했다. 저기 저 박스는 음악 CD 수납하면 좋겠고 저기 저 박스는 접시 수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다.


IMG_6696.jpg?type=w966
IMG_6713.jpg?type=w966
IMG_6709.jpg?type=w966
첼시 갤러리에서 만난 앵무새 정말 사납더라.



어떤 갤러리에서는 앵무새랑 싸울 뻔했다. 갤러리에 가서 앵무새를 본 것도 처음이다. 얼마나 사납던지. 난 사나운 애완동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 삶도 벅찬데 사나운 동물 반갑게 볼 에너지가 없어서.


몇 차례 지하철을 환승해 플러싱에 도착해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기사님은 함흥차사. 나 혼자라면 괜찮은데 두 자녀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 마음이 초조했다. 주말 오후는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속이 탔다. 늦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사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늦게 운동을 했다. 운동은 역시 좋다. 맨해튼 미드타운 록펠러 센터와 성 패트릭 성당과 삭스 피프스 애비뉴 쇼윈도 보고 첼시 갤러리에 다녀왔으니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맨해튼 외출 시 커피 한 잔도 사 먹지 않았다. 전부 공짜. 뉴욕 교통 카드가 나의 외출 비용이었다. 즐겁게 살자. 사랑하고 배우고 웃으며 살자.



IMG_6731.jpg?type=w966
IMG_6730.jpg?type=w966 아들과 운동할 때 바라본 수채화 같은 저녁 하늘/ 뉴욕 플러싱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북카페. 갤러리. 차이나타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