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1일 금요일
아침 일찍 호수에서 산책하고 밥과 샐러드와 된장국과 닭불고기와 고등어구이를 먹고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함께 책을 읽고 유니온 스퀘어 그린 마켓에서 예쁜 강아지 여러 마리를 보고 온갖 향기 맡으며 휴식을 하다 오랜만에 트라이베카 갤러리를 방문했다.
맨해튼에 가는 동안 몇몇 갤러리에서 연락을 받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레스토랑 실내 식사가 금지될지 모른다는 소식을 들어서 혹시나 갤러리도 문을 닫을까 걱정이 되어서 찾아갔다. 코로나전에는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공연도 보고 갤러리도 방문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루에 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가 찾아온 후 나의 스케줄도 변해 조용히 지냈다. 코로나 전에 비하면 활동 양이 10% 정도.
'캐나다' 갤러리 전시회는 작품 색감이 따뜻해 좋았다. 작품전 타이틀이 Tracing Memory. 작가의 기억은 슬픔보다는 행복한 기억이 더 많을까 짐작하며 내 기억의 빛은 무슨 색일까 잠시 생각했다. 슬픔과 행복이 교차하겠지. 행복했던 추억도 많지만 가까운 친구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극적인 일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 삶이 복잡하니 지인들과도 소식이 끊어진 지 오래다. 내 형편이 안 좋으면 조용히 사는 게 마음이 편하고 좋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걷는 슬픔은 차마 글로 적을 수 없어서 침묵을 지킨다. 그럼에도 매일 행복을 찾아서 맨해튼 나들이를 하지. 슬프다고 울고만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 후 제임스 코한(James Cohan) 전시회는 쉽게 이해가 오지 않았지만 작가의 나이는 30대 정도로 느꼈는데 놀랍게 81세 할머니 화가 교수. 놀랍다는 말로 부족하겠지. 작가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말할 것도 없이 작가의 마음은 80대가 아니라 청춘으로 보였다. 나이 드니 젊은 20대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 뽀송뽀송한 피부, 윤기 나는 머리카락, 날씬한 몸매를 가진 뉴요커를 지하철에서 보면 나도 모르게 젊음이 부럽구나 생각을 하며 지난 20대를 떠올린다. 그때는 세상이 캄캄했고 아름다운 청춘 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트라이베카 갤러리 근처 빌딩 앞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어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플러싱에서 맨해튼 나들이 왕복 시간이 최소 3-4시간 걸려 시간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힘을 내어 차이나타운에 방문했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센트럴 파크가 있고 차이나타운에는 콜럼버스 파크가 있고 두 공원의 색채는 사뭇 다르다. 차이나타운 공원에는 중국인들뿐 아니라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사람들이 공원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은 꽃이 핀 겨울나무였다. 지난번 11월 마지막 날 비바람이 치던 날 센트럴 파크에 가서 꽃이 핀 겨울나무를 보고 놀랐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코로나 때문인가.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많아 기웃기웃하다 그냥 지나치고 생선 가게 구경을 했는데 아들과 내가 무척 좋아하는 꽃게가 보여 반가웠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저절로 눈이 감겼다. 플러싱 한인 마트에서 꽃게를 본 게 기억에 1년도 더 지난 듯. 꽃게 된장국 맛이 얼마나 좋은가. 아침에도 된장국 먹으며 꽃게가 그리웠는데 하늘처럼 비싼 가격이라 포기해야지. 내 형편에 맞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 않은 게 속이 편하다.
차이나타운 카날 스트리트에서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옆 57가 지하철역에서 환승하는데 거리 음악가가 크리스마스 캐럴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부르니 기분이 좋았지. 퀸즈보로 플라자에 가는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서 환승. 플러싱에 도착해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한인 마트에 들려 참치캔과 삼겹살과 장조림용 소고기 등을 구입해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맨해튼에 갈 때는 편도 4회 집에 돌아올 때는 5회 환승. 집에 돌아오자마자 식사 준비하고 세탁도 하고 무사히 하루를 마쳤지만 운동할 에너지는 없어서 포기했는데 갈 걸 그랬나 후회를 했다. 운동하면 에너지가 솟는데 반대로 하지 않으면 나의 에너지는 바다 밑으로 잠수한다.
플러싱, 유니온 스퀘어, 트라이베카, 차이나타운, 맨해튼 미드타운, 플러싱...으로 움직여 하루 약 1만 3 천보를 걸었다.
플러싱 호수에서 딸과 함께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카페에서
플러싱 석양이 질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