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보내는 하얀 레터

by 김지수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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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044.jpg?type=w966 센트럴 파크 하얀 궁전으로 변했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나무 위에도 지붕 위에도 차위에도 내 마음속에도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기온이 뚝 떨어져 체감 온도는 영하 17도. 10살이 된 오래된 차를 팔아버린 뒤로 마음은 편하다. 눈이 오면 차 위에 쌓인 눈 치우기가 겁난다. 몇 시간 동안 큰 삽으로 제설 작업을 하면 아들 허리가 아프다고 불평을 했다. 폭설이 내려 교통이 불편한데 하얀 동화 나라로 변하니 마음도 예뻐진 듯하다. 붉은색 복장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 미소가 하얀 눈 속에서 더 빛났다.


며칠 전부터 눈 폭 퐁이 온다고 하니 콘에디슨 전기회사에서 공사를 하니 매일 소음에 시달렸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니 전기회사가 공사를 하지 않을 거 같아서 좋아했는데 대신 눈 치우는 소음으로 시달렸다. 아파트 슈퍼도 주민들이 다닐 수 있도록 눈을 치워야 하고 이웃집 주민들도 눈이 오면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미루기도 하니 눈 오는 날 보행이 불편하다.


아파트 현관문을 여니 발이 눈 속으로 푹 들어가 걷기가 힘들었다. 경험으로 보자면 뉴욕 폭설이 무섭다.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 다닐 무렵에도 폭설이 내려 펜스테이션에서 롱아일랜드 가는 기차를 기다렸는데 자꾸 연착이 된다고 보도되었는데 그래도 기차가 운행할 거라 엄청 추운 날 기차역에서 몇 시간 기다리다 결국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잊지 못할 악몽이었다. 비싼 택시비가 아니라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 맨해튼에서 롱아일랜드 제리코까지 택시비를 70불 + 팁을 주었나. 너무너무 비싼 택시비. 그런다고 폭설이 내린 날 맨해튼에 아들 픽업하러 갈 나도 아니고. 가난한 설움을 어찌 말로 할까. 보따리 보따리 풀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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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내 친구들


너무너무 춥고 도로도 불편하고 시내버스 운행도 띄엄띄엄. 그럼에도 맨해튼에 갔다. 말할 것도 없이 고생이다. 집 근처에서 떨어진 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 다시 맨해튼에 가는 7호선에 환승 다시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 환승역마다 기다리지 않으면 그래도 괜찮다. 출퇴근 시간에는 오래 기다리지 않지만 아닌 경우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15분 기다려 맨해튼에 가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추운 날 15분 기다림은 고통이다. 고통을 감내한 것은 센트럴 파크 설경을 보기 위해서. 세상에 공짜가 없다. 폭설이 내린 날에는 더더욱 맨해튼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은데 참고 견뎌야지. 추위에 덜덜 떨며 기다리다 지하철에 환승. 플라자 호텔 앞에서 내려 눈 덮인 거리를 걸었다. 센트럴 파크에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호수는 꽁꽁 얼어 있고 어린아이들은 썰매 타기를 하며 신나고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고. 놀랍게 엄동설한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부츠도 안 신고 공원에 온 젊은 여자도 보았어. 세상에.


IMG_7025.jpg?type=w966 한겨울에 핀 꽃



혹한에 참고 공원에 갔는데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 겨울나무 가지 위에 앉는 게 아닌가. 반가워 파랑새님. 그동안 보았던 파랑새 가운데 가장 큰 놈이었다. 하얀 세상이라서 더 예쁘게 보였다. 더 놀란 것은 잠시 후. 하얀 눈 속에 피어난 노란 꽃들. 어머나 이 겨울에 꽃이 피었네. 예쁜 꽃을 보며 탄성을 지를 때 지나가던 중년 여자가 "정말 예뻐, 나도 찍을래." 하면서 노란 꽃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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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056.jpg?type=w966 센트럴 파크 셰익스피어 상


계속 공원에서 걷다 예쁜 하얀색 옷 입은 셰익스피어 문호도 만나 안녕 인사를 하고 어떻게 지내냐 안부를 묻는데 침묵을 지켜. 코로나 19에 대해 그의 의견이 어떤지 묻고 싶은데 왜 말을 하지 않을까. 느릅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걷다 베토벤을 만나 안녕하고 인사를 했다.


IMG_7067.jpg?type=w966 센트럴 파크 베토벤 상 앞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베토벤 앞에 하얀 눈이 엄청 쌓였더라. 하얀 눈이 오니 좋아?라고 묻는데 역시나 침묵을 지켜. 그도 지구촌이 코로나 전쟁 중인 것을 아나. 베토벤이라면 위대한 곡을 작곡했을 텐데... 난 매일 걱정만 한다.



딸이 선물한 목도리와 털모자를 쓰고 갔는데도 너무 추워 바로 집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참고 쉽 메도우로 갔는데 평소 이용하던 작은 출입문이 닫혀 참새 수다를 들으며 출입구를 찾기 위해 걷다 안으로 들어가 쉽 메도우에서 하얀 이불을 뒤짚 어쓰고 퍼포먼스 하며 비디오로 녹화하는 뉴요커도 보고 영화 <러브 스토리>처럼 하얀 눈 밭 위에서 누워 있는 뉴요커도 보고 하얀 눈사람 만드는 연인들도 보았다. 눈 오는 날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젊은이들도 무척 많았다.


IMG_7156.jpg?type=w966 하얀 눈밭에 뒹굴뒹굴
IMG_7088.jpg?type=w966 센트럴 파크 쉽 메도우에서 공연하며 녹화하는 중
IMG_7075.jpg?type=w966 센트럴 파크 눈 오는 날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뉴요커들

예쁜 설경 보며 기분 전화하니 좋은데 너무 추워 북카페에 가지 않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오래오래 기다려 타고 몇 차례 환승. 플러싱에 도착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기사님은 함흥차사. 정말 꽁꽁 얼어 죽을 거 같은데 시내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그래서 1시간 동안 추위에 얼면서 기다렸다. 센트럴 파크 설경 구경하기 정말 힘들어. 20대가 아니라서 내 몸은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하는데 기사님은 어디서 무얼 했을까. 따뜻하게 난방 잘되는 곳에서 군밤이나 먹으며 음악을 들으면 좋은 날씨. 정말 줄리아드 학교가 그립다. 추운 겨울날 귀족 학교에 가면 천재들의 공연도 보고 난방도 잘 되어 몸이 편하고 좋았는데 지금 뉴욕은 뉴욕이 아니다. 꽁꽁 언몸으로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먹고 휴식을 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센트럴 파크에 있다. 1년 내내 예쁜 센트럴 파크. 귀족이나 홈리스나 모두를 반기는 아름다운 공원. 플러싱에 사는데 참고 견디며 센트럴 파크 설경을 봤으니 감사해야지. 조금만 마음이 게으르면 볼 수 없는 풍경.


그런데 참 이상하지. 세계 보건기구가 코로나 19 발표하기도 전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 시작해 돈방석에 앉았다는 터키 이민 흙수저는 뭔가. 병을 알기도 전에 백신을 만들어. 정말 이상해. 파우치도 트럼프 대통령이 되기도 전 트럼프 재임 시절 전염병이 올 거라 예고를 했지. 빌 게이츠도 자꾸자꾸 백신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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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071.jpg?type=w966 센트럴 파크에서 눈사람 만들고 있는 뉴요커들


IMG_7076.jpg?type=w966 센트럴 파크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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