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와 북카페 나들이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헌터 컬리지 근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도착해 커피 한 잔 마시려다 그냥 돌아섰다. 센트럴 파크에 가는 길 경유했는데 커피값이 1불이라면 돌아서지 않았을 텐데 드립 커피가 거의 3불 정도. 커피 한 잔 값이 무척 비싸다. 가장 저렴한 커피 한 잔 값이 3불에 가까우니 얼마나 비싸. 다른 경비 없고 오로지 커피만 사 먹는다면 그래도 괜찮지만 뉴욕 렌트비와 생활비와 공과금만 합해도 엄청나다. 부자야 커피 값에 신경 쓰지 않겠지만 서민은 늘 지출에 예민해진다.
삶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커피는 기호품이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몇 시간 동안 책을 공짜로 읽는다면 결코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커피만 마신 경우는 내 형편에는 비싸다. 딸과 나들이할 경우 비싼 커피를 먹곤 하지만 항상 딸이 지불하니 엄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코로나 전 가끔씩 들려 책을 읽곤 하던 북카페도 문을 닫아버려 슬프다.
어제 센트럴 파크에서 너무 추워 커피값이 비싸더라도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갔지만 다시 마음이 변해 그냥 나왔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뉴욕에 며칠 전 눈폭풍 경보가 내렸고 그제 오후 3시 반 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 센트럴 파크에는 약 30센티미터 정도가 쌓였다. 혹시나 정전이 될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고 난 예쁜 설경 사진 찍으러 대중교통을 몇 차례 환승해 센트럴 파크에 가서 추위에 죽을 거 같은데도 걸어 다녔다. 손과 발과 몸이 꽁꽁 얼어가니 휴대폰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버튼을 계속 눌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플라자 호텔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 플러싱에 내려서 시내버스만 약 1시간 동안 기다려 죽을 고생을 했지. 평소 맨해튼에 가는데 편도 약 1시간 내지 1시간 반이 걸리는데 플러싱에서 1시간을 기다렸으니 2시간 이상이 걸렸다는 말이다. 추운 날 시내버스 연착으로 고생을 하면 다시는 맨해튼에 나들이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질 텐데 난 이상하게 그 고생을 하고도 다시 맨해튼에 가곤 한다. 플러싱과 맨해튼은 너무나 다르니까.
하얀 눈 펑펑 내린 날 무얼 하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내겐 두말할 것도 없이 센트럴 파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첫눈 오는 날에도 방문했고 어제 두 번째 눈이 내린 날에도 방문했다. 예쁜 설경을 봤으니 다시 보러 갈까 말까 약간 망설였다. 왜냐면 북카페에서 읽고 싶은 책도 무진장 많으니까. 반스 앤 노블 북카페도 문을 닫았지만 요즘 읽고 싶은 책은 그냥 서서 읽는다. 책값이 비싸니 구입하긴 어려워서 서점에서 읽곤 한다.
플러싱에서 7호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동안 전자 아니면 후자 고민하다 추운 날이라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 내려서 업타운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했다. 1년 내내 하얀 눈이 펑펑 내리지 않으니까 하얀 눈 내린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했나 보다. 센트럴 파크의 설경이 무척이나 예쁘지만 눈이 자주 내리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눈이 오면 달려가곤 한다.
고민하다 방문한 내 마음을 아는지 새들이 환영을 했다. 비둘기 떼와 참새떼들이 날 환영하니 기분이 좋았다. 파랑새도 겨울나무 가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더라. 딸이 마련한 우리의 아지트 근처 센트럴 파크 입구로 들어가 산책을 했다. 폭설이 내리면 교통이 무척이나 불편하지만 공원은 예쁜 동화나라로 변하고 아이들에게 천국을 선물한다. 언덕은 아이들의 썰매장으로 변했더라. 신나게 썰매를 타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아들 초등학교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두 자녀 어릴 적 태권도와 검도 학원을 다녔다. 건강만큼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으니까 어릴 적부터 운동을 꼭 시키려고 했다. 특별 레슨을 하니 무척이나 바빴지만 매일 학원에 가서 수업을 받았다. 어느 날 태권도 학원에서 썰매 타러 갔는데 아들 얼굴에 심한 부상을 당해 집에 돌아왔다. 학원 봉고차로 집에 왔는데 원장 선생님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혹시나 엄마가 화를 내면 어쩌나 하고 염려를 하셨던 모양이다. 두 자녀 아빠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서 약간 더 걱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은 마찬가지지만 혹시나 더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어린 아들 얼굴에 상처 난 것을 보고 좋아할 부모는 세상천지에 없을 텐데 이미 지난 일이라고 하면서 괜찮다고 하시니 원장 선생님이 감사하다고 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마음이 아프고 아프지만 참고 견디곤 했다. 어린이들에게 겨울에 썰매 타기는 무척 신나는 일인가 보다. 눈 오는 날 센트럴 파크에 가면 항상 보곤 하니까.
어제 하얀 눈꽃 속에 핀 노란 꽃을 다시 보러 갔다. 눈 속이라서 더 예뻤는데 분명 개나리 꽃은 아닌 듯한데 무슨 꽃인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영춘화'란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라는 의미라고. 늘 지나치던 장소인데 멀리서 개나리 꽃인 줄 알다 어제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니 꽃 모양이 비슷한데 약간 달랐다. 지구촌이 코로나 전쟁 중이라 일 년이 휙 하고 그냥 지나가는 거 같아 몹시도 슬픈데 그래도 봄은 서서히 오고 있나 봐. 어제 보다 도로가 미끄러워 더 위험했다. 센트럴 파크 계단도 꽁꽁 얼어 미끄러워 꽈당 넘어질 뻔했다.
센트럴 파크는 역시나 다르다. 하얀 눈으로 덮인 공원 벤치에 앉아 징글벨을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가 얼마나 멋지던지!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산타 할아버지 복장을 입고 공연을 준비하는 거리 음악가도 보았다. 얼마 후면 크리스마스. 하얀 눈 내리니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오른다. 캐럴송은 정말 좋다. 곡이 무척 예쁘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오늘도 추워 휴대폰 열기 버튼도 쉽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손이 꽁꽁 얼어 불편했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플라자 호텔 근처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유니온 스퀘어 역에 내려 반스 앤 노블에 갔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잠시 읽고 싶은 책을 읽다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