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와 추억_맨해튼 허드슨 야드와 첼시 갤러리에서

by 김지수



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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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찾아온 눈폭풍으로 세상은 온통 하얗다. 수 십 년 전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대학가 카페에서 이야기 나눈 J가 가끔씩 생각난다. 아직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겠지. 대학 시절 아다모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지금도 좋아한 거 보면 이상해. 눈 오는 날에 날 찾아오는 연인도 없는데 그냥 좋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는데 뉴욕도 코로나 확산으로 크리스마스 이후 다시 봉쇄할지 모른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연어를 굽고 김치찌개와 함께 식사 후 맨해튼으로 달려갔다. 유니온 스퀘어 역에 내려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거리 음악가 노래 듣다 반스 앤 노블 서점에 들어갔는데 손님들이 많아서 내 기분이 좋아졌다. 코로나로 미국도 난리가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졌으니 얼마나 피해가 막심한가. 명품 백화점 무너져도 괜찮은데 서점은 망하지 않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데 너무 이기적인가.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얼마나 귀한가. 만약 서점이 문을 닫으면 나의 놀이터가 사라지는데 얼마나 슬퍼. 코로나 전 홀리데이 시즌 밤 11시? 까지 오픈했던 기억이 나는데 확실한지 모르지만 암튼 늦게까지 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읽고 싶은 책 1권을 막 끄집어내는데 딸에게 맨해튼에서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작년 말 휴대폰이 말썽을 부려 올해는 많은 사진을 찍지 않아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엄청난 사진들을 찍었다. 그래서 삭제해야 하는데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자꾸 미루고 있다. 그래서 휴대폰 메시지가 안된다. 얼른 삭제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왜 그리 바쁜지 몰라. 하루가 1초처럼 흘러간다. 딸은 이미 우드사이드를 지났다고 난 유니온 스퀘어 역인데.

맨해튼 허드슨 야드 홀리데이 장식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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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425.jpg?type=w966 허드슨 야드 홀리데이 장식도 무척 예쁘더라.




7호선 종점 허드슨 야드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환승. 10분 기다린 후 허드슨 야드에 가는 7호선에 탑승. 종점에서 내려 딸과 함께 가끔 방문했던 블루 바틀에서 만났다. 보스턴 캐임브리지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버스를 타고 뉴욕에 올 때 그곳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다. 딸이 엄마를 위해 라테 커피를 사주니 감사함으로 마셨다. 홀리데이 시즌이라 허드슨 야드 몰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손님들도 바글바글. 허드슨 야드 몰도 코로나로 꽤 오래 닫혀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봉쇄하면 난리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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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봉쇄하면 첼시 갤러리 방문이 어려울 거 같아서 전시회 보러 갔다. 첼시에 수 백개의 갤러리들이 있는데 컨템퍼러리 아트 이해가 어렵다. 꽤 오래전 카네기 홀 근처에 있던 리졸리 서점이 문 닫기 전 딱 1권의 책을 구입했는데 바로 컨템퍼러리 아트 북이었는데 내가 아는 작가는 드물었다. 책을 읽어도 전시회를 보아도 이해가 어려운 현대 미술. 그럼에도 갤러리 방문을 좋아하니 시간 나는 대로 찾아간다. 앙리 뚜르즈 로트렉 그림 연상하게 하는 그림도 보고 앙리 마티스 초상화도 보고 꽤 많은 갤러리 문을 열고 닫고 반복했다. 갤러리마다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남기라고 하니 상당히 불편해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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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첼시 갤러리에서 봤던 앵무새를 다시 만났다. 갤러리에서 앵무새를 본 것은 최근이지만 꽤 오래오래 전 아들이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교수님에게 사사할 때도 봤다. 줄리아드 학교 근처에 교수님 아파트가 있는데 아주 큰 앵무새 한 마리가 꽤 넓은 방을 혼자 차지하고 있어서 놀랐다. 맨해튼 렌트비가 비싸 맨해튼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앵무새 한 마리가 독방을 차지하고 있으니 놀랍지 않은가. 줄리아드 학교 교수님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맨해튼에는 세계 귀족들이 많이 사니까.


반대로 추운 겨울날 거리에서 잠을 자는 홈리스들도 무진장 많고. 빛과 어둠처럼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색채를 갖고 있는 뉴욕. 어둠 속에서 슬픔을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은 도시. 마음의 눈을 뜨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지옥 같은 현실에서 슬픔 속에서 지낸 사람들도 무진장 많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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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개 행운이 찾아오길


첼시 갤러리 구경하다 딸이 핫 초콜릿이 먹고 싶다고 하니 유니온 스퀘어를 향해 걸었다. 첼시 주택가에 장식된 예쁜 빨간 새가 우리를 즐겁게 했다. 첼시를 걷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했던 첼시 호텔도 지나며 레너드 코헨도 떠올랐다. 대학 시절 무척 좋아했던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인데 뉴욕에 살았다고 하니 웃었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대학 시절 내가 좋아한 것들과 인연이 깊어서 놀라곤 한다.





첼시에서 30 분 정도 걷다 도착한 유니온 스퀘어 막스 브루너 초콜릿 카페. 손님들이 바글바글. 겨울 시즌이라 더 인기가 많은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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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와 꽃 한 다발 사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해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나들이를 하면 기분 전환이 되어 좋다. 딸 덕분에 비싼 라테 커피 사 먹었지만 평상시 가장 저렴한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끔 맨해튼 나들이 가서 커피 한 잔 안 사 먹고 종일 걸을 때도 있다. 걷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볼 게 많으니 눈이 즐거운 뉴욕. 내 눈과 머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준다. 머릿속에는 예쁜 지도가 그려져 있을 거야. 혼자 방구석에 앉아 근심 걱정하면 뭐해. 집에서만 지내면 온갖 근심 걱정이 내게로 온 듯 우울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나의 처방전은 외출. 갑자기 변경된 스케줄로 책을 읽을 수 없었지만 첼시 갤러리 구경하고 허드슨 야드 구경하니 좋았던 토요일.


상당히 추운 날이라 며칠 전 내린 하얀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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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418.jpg?type=w966 유니온 스퀘어 북 카페와 거리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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