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창밖에 비친 온통 하얀 세상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면 좋을 텐데 일요일 아침부터 바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풍이 오나 빨래는 해야지. 자주 맨해튼에 가니 한가로운 시간은 없다.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면 나만 힘든다. 빨래 가방에 세탁물을 담고 아들과 함께 아파트 지하에 내려갔다. 아파트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 주변은 쓰레기통처럼 어질러져 지저분했다. 천국의 풍경이 아니라 지옥의 풍경에 가까워. 그래도 남아 있는 빈 세탁기가 고맙지. 세탁기 3대에 세탁물과 세제를 넣고 아파트 거실로 돌아와 낡은 가방을 손세탁해 30분 후 다시 내려갔다. 물빨래된 세탁물을 건조기에 옮길 시간. 언제 날 떠날지 모르지만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책가방을 아직도 감사함으로 사용한다. 꽤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명품 백 아니라도 좋아. 내 형편에 맞게 살아야지. 내게 주어진 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행복이야. 왜 남과 비교해. 넌 너대로 살고 난 나대로 살고.
맨해튼 나들이 때 늘 휴대하는 가방은 세탁기에 넣으면 찢어져 손세탁을 한다. 세탁기가 너무 작아서 그런다. 오래전 딸이 런던에서 공부할 때 친구가 준 헌책 가방을 내게 줘 감사함으로 사용했는데 세탁기에 넣고 돌렸더니 하늘로 떠나 그 뒤로 손세탁을 한다. 세탁하기 전 가방 안에 든 물건을 꺼내보니 얼마 전 두 자녀와 함께 갔던 메트 뮤지엄 티켓과 첼시 갤러리에서 받은 인쇄물과 뉴욕 교통 카드와 목 사탕이 있었다.
세탁 정말 불편하다. 세탁기가 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년 세탁비도 엄청나다. 거기에 불편하다. 공동 세탁기라서 항상 날 위해 비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그냥 집에 세탁물을 가져올 때도 있다. 빨래방 직업을 위해 그런 걸까. 뉴욕에서 살면서 불편한 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세탁. 21세기 세상에 사는데 세탁할 때마다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세탁을 마치고 정리하면 별 것도 없는데 왜 그리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걸까. 속옷과 양말과 외출복과 수건과 이불 등. 삶에는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특별한 경우 아니고는 미루면 안 되는 것들.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아파트 지하에서 세탁을 마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브런치 메뉴는 참치 김치볶음밥. 꽤 추운 날씨에 적당한 메뉴였다.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후 오일을 넣고 김치와 양파를 넣고 볶다 나중 밥을 넣고 섞고 마지막에 참치와 참기름을 듬뿍 넣는다. 따끈따끈한 참치김치볶음밥이 우릴 행복하게 했다. 생각보다 김치양은 많이 들어간다. 조금 넣으면 심심하다. 요즘 날씨가 추워 냉장고에 든 김치 맛이 장독대에 든 김치 맛 같아서 맛이 특별하고 좋다. 사각사각한 김치 맛이 얼마나 좋던지. 아파트 거실은 몹시도 추운데 김치 맛 덕분에 기운을 낸다.
일요일 아침 세탁과 동시 식사 준비를 하고 맨해튼에 가니 분주했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에 도착하자마자 맥도널드 샵에 가서 핫 커피 한 잔 사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입구에는 자주 보는 홈리스 한 명이 문을 열어준다. 손님 한 명이 홈리스를 위해 햄버거와 프라이와 커피를 준다. 그 뒤 놀라운 풍경이 벌어졌다. 손님으로부터 음식과 커피를 받은 홈리스는 몇 미터 떨어진 다른 홈리스에게 나눠준 게 아닌가. 세상에. 뉴욕에서 처음으로 본 마음 흐뭇한 광경이었다.
극과 극의 색채를 보여주는 뉴욕 거리에는 홈리스가 얼마나 많은지. 반스 앤 노블 서점 앞에도 늘 홈리스가 산다. 어디서 사냐고. 종이 상자에서. 참 슬프지. 추운 겨울날 아파트 거실에서 지내도 추워 냉동고 같은데 거리는 얼마나 추울까. 렌트비가 너무 비싸 홈리스 되기도 식은 죽 먹기. 어느 날 홈리스 될 거라 누가 알겠어. 홈리스 마음은 홈리스가 가장 잘 알겠지. 가난한 사람 마음은 가난한 사람이 알고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 사람이 알고 뭐든 경험해야 알게 되는 세상이 있지.
지하철에서도 수많은 홈리스를 만났다. 구멍 난 옷을 입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홈리스들 눈빛은 참 슬퍼. "노래도 부르지 못해요. 배가 고파요. 도와주세요.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이라고 말하는데 2008년 경제위기 전에는 사람들 인심이 후했는데 갈수록 서민들 삶은 팍팍하고 힘든지 지갑을 자주 열지 않고 갈수록 뉴욕 홈리스는 많아져 가고. 오죽하면 뉴욕 홈리스에 대한 영화가 나왔을까.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Time Out of Mind도 있었지. 그만큼 뉴욕에서 생존하기 어렵지. 누군 말하지. 만약 센트럴 파크가 없었다면 정신 병원이 그만큼 세워졌을 거라고.
평소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에 갈 때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하는데 날씨가 춥고 주말이라 오래 기다릴 거 같아서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환승했다. 7호선 플랫폼에서 상당히 떨어져 걷기 불편한데 자주 이용하면 적응이 되더라. 힘들고 불편해도 참고 견디고 살아야지.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리니 코로나 시위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제약회사와 파우치 등 소수가 준비한 플렌데믹일까. 무서운 세상이야. 셧다운으로 서민들은 죽어가고 세계 거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코로나 전에도 빈부 차이가 하늘과 땅으로 나뉜데 점점 더 커져가니 가난한 사람은 땅속으로 들어가야 하나.
잠시 후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에 손님이 많으면 내 마음이 밝아져. 혹시나 서점이 망하면 큰 일이지. 나의 놀이터가 사라지니까. 서점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읽는 책은 먼지에 가까울 정도. 꼭 그만큼 세상을 알고 있나 모르겠단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코로나 위기가 찾아와 셧다운 되어 집에만 갇혀 지내니 꽤 많은 기사를 찾아 읽으며 충격을 받았지. 지난봄 코로나 위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멀리 여행 떠난 사람들도 많더라. 그때는 한 두 달 지나면 끝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뉴요커, 아틀란틱 매거진,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언론 기사 등을 읽으니 머리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마음이 무거웠다.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란 걸 그때 알았지.
터어키 이민자 흙수저는 코로나 공식 발표전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아무리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병도 없는데 약부터 만들어. 또, 제약회사는 백신을 만들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책임은 왜 안 지는 거야. 난 이해가 오지 않는다. 내가 바보라서 그런가. 똑똑한 사람들은 이해가 되려나. 왜 정부가 백신 부작용 책임을 져야 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쓰는 돈은 세금 아닌가. 다시 말하면 국민의 돈으로 백신 부작용을 보상받는다고. 정말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을 포기하고 참고 견디고 살았지. 최소 올해가 지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코로나는 안갯속. 아무도 몰라. 언제 끝날지.
또다시 새로운 코로나가 찾아올지 누가 안단 말인가. 전문가들은 앞으로 계속 새로운 질병이 찾아올 거라 예고하니 더 무섭지. 건강이 가장 소중한 세상이 되었어. 늘 건강하니 평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지 않은 사람도 많았을 텐데 전염병 세상이라 이제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겠지. 건강을 잃으면 다 잃어버리는데 얼마나 소중해. 요즘 나의 기도는 길어졌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빨리 치유하고 회복되길.
세상에는 아픈 사람도 너무나 많아.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 마음은 구멍이 나지 않아 다행이야. 항상 산책하고 자연과 함께 지내니 구멍이 나지 않았나 봐.
자연은 위대하지. 코로나가 찾아와 지구를 흔들어도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니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교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으며 행복했지. 누구에게 내 슬픔을 말한단 말인가. 정말로 행복한 것도 정말로 슬픈 것도 말로 표현할 수 없더라. 고독한 뉴요커 생존일기를 기록하지만 정말 슬프고 아픈 이야기는 냉동고에서 잠들고 있어. 삶이 얼마나 슬프더냐. 슬플 때 장미에게 위로를 받지. 사랑하는 장미들 고맙다. 나도 너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을 물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