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새해 소망을 빌다

by 김지수

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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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복판 타임 스퀘어에 가서 새해 소망을 빌었다. 매년 타임 스퀘어에 새해 소망을 벽(New Year;s Eve Wishing Wall)을 설치해 형형색색의 종이에 새해 소망을 적는 행사가 열리고 새해 이브 볼 드롭 카운트 행사 때 타임 스퀘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다. 매년 새해 이브 볼 드롭 특별 행사를 보러 뉴욕에 온 여행객들이 무척 많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버츄얼로 진행하고 코로나 전쟁 중이라 달라지겠다. 그날 타임 스퀘어 호텔 하룻밤 숙박료가 1000불에서 3000불 사이라나. 뉴욕 비싼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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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41.jpg?type=w966 연말이라 평소보다 타임 스퀘어가 더 복잡하더라.



뉴욕에 살면서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특별 행사다. 수년 전 아들과 함께 한 번 시도했는데 맨해튼 미드타운 힐튼 호텔에서 우연히 아들 친구들을 만나 타임 스퀘어에 갈 예정이라고 하니 놀라며 자정 무렵까지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니까 호텔과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한 사람은 상관없겠지만 아닌 경우는 죽을 고생을 하고 기다린다고. 낮부터 타임 스퀘어 근처는 경찰이 통제를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너무너무 추워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딱 한 번 시도했지만 포기했던 특별 행사. 미국에서 인기 많은 드라마 <프렌즈>에서도 새해 이브 행사에 참석하는 장면이 나왔다. 누구나 한 번쯤 참석하고 싶은 행사인데 그만큼 어렵다.


작은 종이에 소망을 적고 싶은 만큼 적을 수 있는데 두 자녀와 친정 부모님을 비롯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적었는데 나를 위한 소망을 적지 않아 한 번 더 가야 하나. 왜 나를 잊어버렸을까. 나의 순위는 끝이라서 잊어버렸나 봐. 나를 위한 소망도 하늘의 별처럼 많은데.


작년에는 두 자녀와 함께 새해 소망을 적으러 타임 스퀘어에 갔는데 그날 비가 무척 많이 내려 도로가 첨벙첨벙하고 복잡했는데 군중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는데 소망을 적는 행사가 이미 끝났다고. 두 자녀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복잡한 타임 스퀘어로 들어가 소망도 적지 못하니 미안했다. 올해는 코로나 전쟁 중이라 예년과 달리 조용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가 며칠 남지 않아서 평소와 달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뉴욕 교통 카드 만기일이라서 충전해야 하는데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수 차례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왜 자주 에러가 나는지 피곤했다. 타임 스퀘어 역에서 다시 시도를 했고 아이를 출산하는 거만큼 내 마음을 무겁고 복잡하게 만들다 어렵게 충전이 되었다. 교통 카드 하나 충전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타임 스퀘어에서 가난한 뉴요커가 교통 카드가 없는지 그어 달라고 부탁해 도와주었다. 뉴욕 교통 카드 요금이 너무 비싸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부탁한 사람들도 가끔 있다. 1회 2.75불. 뉴욕 렌트비와 교통비도 하늘 같아서 서민들 삶이 눈물이지.


사랑하는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서점은 나의 참새 방앗간. 연말이라서 서점은 손님들이 많고 입구에서 직원이 몇 명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세고 있었다. 혹시 서점 문 닫을까 걱정이다. 아마존과 힘겨운 경쟁을 하는 오프라인 서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서점이 사라지면 내겐 해가 사라지듯 슬픈 일인데 정말 걱정이다. 크리스마스 이후 뉴욕도 필수 업종 제외하고 봉쇄한다고 하니 내 마음은 언제나 서점으로 달려간다. 문 닫는 그날까지 방문해야지. 비록 서서 책을 읽지만 그래도 괜찮다. 코로나로 꽤 오래 서점에 방문하지 않다 지난 11월 초 북카페가 문을 연 것을 안 뒤로 자주 방문했는데 처음엔 서서 책을 읽는 것이 무척 힘들었고 그날은 집에 돌아와 쓰러질 거 같았지만 자주 서점에 가니 적응이 되더라. 안 좋은 상황에 적응하고 견디고 살아야지.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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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 핀 겨울 장미꽃



월요일 아침에는 딸과 호수에서 산책하고 저녁에는 아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홀리데이 장식을 구경했다. 하얀 눈 속에 핀 장미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추운 겨울날 장미꽃을 보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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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 홀리데이 장식



코로나 전쟁 중이라 집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서 사람들이 집안 꾸미기에 더 신경을 쓴다는 기사도 있고 크리스마스트리 파는 상인은 미소를 짓는다고. 플러싱은 맨해튼과 분위기가 다른데도 올해 연말 장식이 무척 날 즐겁게 했다. 형형색색의 불빛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기쁘고 행복했으니 내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 같아. 두 자녀에게 운전을 가르치던 바로 그 골목길을 거닐었다. 뉴욕 운전 학원 비용이 너무 비싸 직접 운전 수업을 했다. 돈이 많다면 결코 하지 않을 힘든 일이었지. 시간당 연수비가 오래오래 전 40불. 한두 시간에 운전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매일 두 자녀에게 운전 연수를 시켰다. 두 자녀 어릴 적 피아노와 바이올린 레슨 도와주기처럼 힘든 일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악기는 10년 이상 단 하루로 빠지지 않고 했으니 운전보다 백만 배 더 어려운 일이었다.


늦은 밤 휴대폰 업데이트를 했다. 자꾸 미루니 메시지가 되지 않아 상당히 불편했는데 휴대폰 사진을 삭제하고 업데이트를 하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들었다. 시간 없이 되는 게 있나.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지. 건강과 시간만큼 귀한 게 없지. 아들과 산책할 때 밤하늘에 떠 있는 반달을 보면서 소망을 빌었다. 두 자녀를 위해서도 빌고 아픈 사람들 건강하게 해 달라고.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라고. 하늘이 내 소망을 들어주면 좋겠다.



아파트 거실은 냉동고 같아. 서점에 가면 따뜻하고 좋은데. 음악을 들으며 책도 읽으니 즐거운데 비싼 렌트비 꼬박꼬박 내는데 왜 북극처럼 추울까. 난 북극곰도 아닌데. 매일 아침 눈뜨면 유자차 끓여 마시고 힘을 낸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을 감사함으로 받아야지. 새로움으로 즐거움으로 충만함으로 가득 채우려고 노력한다. 며칠 전 플러싱 지하철역에서 사 온 백합꽃이 서서히 피기 시작하니 가난한 오두막에 백합꽃 향기 가득하다.


대학원 시절 힘든 공부할 때 조시 그로반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따뜻한 목소리가 참 좋았다. 새로운 세상에 태어난 대가가 잔혹했지. 괴물 같은 언어로 석사 과정 공부할 때 얼마나 힘들었던가. 한국어 구사하는 친구 한 명만 있었다면 천국이었을 텐데 이름 없는 대학원이라서 단 한 명도 없었지. 아... 매일 지옥의 불에서 살다 늦게 늦게 맨해튼 문화에 눈을 떴지. 대학 시절 꿈꾸던 세상을 본 것은 수 십 년이 지나서. 대학 시절부터 얼마나 열심히 살았어. 평생 노력하며 살았지. 난 천재가 아니니까 노력하고 귀족 집안이 아닌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니 노력하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 노력했어. 눈물로 눈물로 걷다 내가 꿈꾸던 세상에 도착했는데 코로나 전쟁으로 뉴욕이 잠들어 버려 너무너무 슬퍼. 친구들은 골프 치고 도자기 수업받고 스키 타러 가는 40대 중반 난 외국에서 괴물과 씨름하며 전공 서적을 눈물로 읽어갔지. 시험을 볼 때는 얼마나 긴장했던가. 매일 두 자녀 학교에 픽업하고 살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전공책에 매달렸다. 초록 잔디밭에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친구 한 명만 있어도 덜 고독했겠지. 우리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던가. 삶이 불바다야. 고통의 눈물이지. 평생 눈물 속에서 고독 속에서 거북이처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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