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크리스마스 겨울 정원에서 산책하다

장미. 새. 노을

by 김지수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oZVq0VkGRZAvHqhalwJcwK0gDfM



밤새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고요한 밤이 아니라 전쟁터처럼 소란했다. 크리스마스이브 타임 스퀘어 풍경도 몹시 그리운데 어제 크리스마스 케이크 소동으로 일찍 집에 돌아왔고 겨울비 내려 조용하겠다 짐작했다. 뉴욕도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많아져간다고 크리스마스 이후 봉쇄할지 모른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


휴일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더 불편하다. 두 자녀가 엄마 맨해튼에 가면 지난번처럼 시내버스가 한 시간 동안 오지 않을 거라고. 맨해튼에 갈 때 수 차례 환승하고 가는데 시내버스를 한 시간 동안 기다리면 힘이 쭉 빠진다. 가난한 설움 아닌가. 겨울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타임 스퀘어와 센트럴 파크와 록펠러 센터와 브루클린 다리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포기했다.


z80MW5nkxD_4arpyT5e9C6qtRrg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케이크 꺼내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우산을 쓰고 호수에 가는 길 동네 구멍가게와 미장원이 오픈한 것을 보고 놀랐다. 왜냐면 크리스마스라서. 크리스마스는 최대 명절이라서 대개 문을 닫는데 왜 문을 열었을까. 어쩌면 다시 필수 업종 제외하고 문을 닫는다고 하니 미장원은 열었는지 모르겠다.






호수에 가는 길 이웃집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졌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징글벨' 등. 오르간 반주가 듣기 좋았다. 아침에 고요한 밤이라니 웃음도 나오고 그래도 캐럴은 듣기 좋다. 호수에 도착하니 기러기 3마리와 갈매기 한 마리만 보였다.


AE8BtuCrwUTk3j61_WdVgeGOVgw



귀염둥이 오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호수에 기러기들도 꽤 많은데 오늘은 딱 3마리. 크리스마스라서 멀리 휴가를 떠났을까. 갈매기 사진을 담아 아들에게 보여주니 고생을 많이 했단 표현을 했다. 고생을 많이 해 늙어버렸단 의미. 마치 나 같아. 고생을 많이 하면 빨리 늙더라. 갈매기가 인간처럼 늙은 표정을 짓는 것은 오늘 처음 보았다. 겨울이라서 먹이가 없어서 그랬을까.



oVOAwf1e_2dYKOVUkHMFRHPFsiE



플러싱 주택가 정원에 핀 겨울 장미꽃을 휴대폰으로 담다 장미 가시에 찔렸다. 왜 날 찌른 거야. 장미 가시가 우산도 찔러 화가 났어. 지난주 눈폭풍이 찾아왔는데 12월 말인데 아직도 장미꽃이 피어 있어 놀랍다. 추운 겨울에 견디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나도 장미처럼 아픔과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고 축배를 들고 싶다.



예쁜 동백꽃을 보러 갔는데 이웃집 강아지가 무섭게 짖어 도망쳤다. 왜 날 보고 짖는 것인지. 이웃집 정원에 핀 동배 꽃 보는 것도 죄인가. 12월인데 벌써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다. 동백꽃은 한국에서만 핀 줄 알았는데 뉴욕에서도 보니 반갑다. 어릴 적 한국에서 봤던 꽃을 보면 그냥 반갑다.




EmycoWwybe1o2p4pEUpZvdO3Qcc
MeCjc4gVqu3eJWmvP-8uehELqW8 마법 같은 순간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몰라. 두 번 산책을 하니 하루가 지나간다. 이웃집 정원에서 날 보고 손 흔드는 산타할아버지 미소도 보고 바람에 쓰러진 발레리나도 보고 눈사람과 스누피 캐릭터도 보고... 수많은 홀리데이 장식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홀리데이 시즌 끝나면 사라질 테니 지금 순간을 즐겨야지. 종일 겨울비 내리고 하늘이 흐려서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게 느껴졌을까. 겨울비 내리는 날이라 멋진 석양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후 산책을 하러 갔는데 하늘이 예쁜 그림처럼 변해 기적이 일어난 거 같았다. 내 마음은 어린이처럼 룰루랄라 신났다.






아침저녁 케이크 먹고 저녁 식사는 아들이 탕수육을 만들어 다 함께 감사함으로 먹었다. 덕분에 난 휴식을 하고. 다들 크리스마스에 무얼 하고 보냈을까. 영화도 보면 좋을 텐데 왜 에너지가 없는지. 나이 드니 산책이 더 좋더라.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무렵에는 월마트에서 영화 DVD 구입해 보곤 했는데 영화 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공상영화를 봤으면 코로나가 더 쉽게 이해가 왔을까. 난 평생 공상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코로나 전쟁을 하니 후회가 되더라.




RQEDNFj0VXTayocURx6ilq6mY18




크리스마스인데 두 번 산책하고 커피 몇 잔 먹고 달콤한 케이크 먹고 그냥 지나가네. 겨울 장미와 갈매기와 예쁜 노을을 봤으니 감사해야지.



sRb58bImTKhOxqGHynwz4XQwPLs
pdRvmS_eBYIZoqe_2hfRDXAX0G8
6eAm3_tVvb5783nCl4GMSyj3Tpo
1smfq_rjTVdvO04rzpITsRhvr2g
TFss9Bq1K3s5zT3f-IQFIeGPVm0



해가 갈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 이제 2020년도 며칠 남지 않아서 몹시 서운한데 코로나 소식은 암담하기만 하고 새해는 다가오는데 어디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지. 가난한 사람들 삶은 삶이 아닌데 어찌 살라고 하는 것인지 하늘은 알고 있을까. 겨울비 내리다 그치고 황홀한 노을이 비쳐 신의 축복이 내린 거처럼 행복했는데 코로나도 멈춰버리면 좋겠다. 백신을 만들든지 말든지. 백신 만든 과학자나 백신 접종하면 좋겠어.







KYl3BcvqDGNp3cX4_er3LZeKgBw 재주 많은 겨울비가 그린 겨울나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크리스마스이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