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를 끓이고 화병의 물을 갈아준다. 꽃은 점점 시들어 가고 나도 점점 늙어가고. 탁자에 막 커피를 가져왔을 때 딸이 파리바케트에 가자고 말을 해서 함께 밖으로 나갔다. 플러싱 이웃집 주택가에는 아직도 산타 할아버지와 홀리데이 장식이 많아서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검은색 장갑을 끼고 날 보며 싱글벙글 웃는 초록색 눈의 산타 할아버지의 하얀 수염을 만져 보고 싶을 정도 길다. 산타 할아버지는 기쁜 일 많은 가 봐.
지난주 폭설이 내렸을 때 무척이나 추웠는데 다시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도로는 얼어 있었다. 어느새 파리 바케트에 도착. 딸은 엄마를 위해 라테 커피를 주문했다. 럭셔리 커피를 평소 마시지도 않은데 딸 덕분에 자주 마시고 있다. 파리 바케트에서 먹은 빵도 얼마나 많은지. 전부 딸이 샀다.
문득 오래전 전방에 살던 추억이 떠올랐다. 30년 전 즈음이었나. 그때는 빵집이 드물었다. 매일 새벽 테니스 레슨을 받고 피아노 레슨을 받고 어린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해주던 무렵. 둘 때 아이 임신을 했는데 통장에는 비상시 사용하려고 모아둔 돈이 있었지만 빵집에 매일 가서 눈으로만 보고 사 먹지 않았다. 먹고 싶은 욕망은 꾹 누르고.
당시 아이 아빠 급여는 42만 원 정도. 한 달 용돈으로 30만 원을 가져가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라고. 참 터무니없는 생활비였다. 급여의 대부분을 용돈으로 가져가고 남은 돈이 생활비. 우린 서로 생각이 달랐다. 그는 30만 원 용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난 12만 원은 생활비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교직 생활 시 모아둔 통장에서 꺼내 썼다. 또 피아노 레슨 하며 받은 돈으로 생활비에 보태고. 전방에서 무얼 하는데 용돈이 30만 원이나 필요한지. 내 용돈은 1원도 없는데. 어린 딸 육아비도 필요하고...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각각 다르다. 대학 시절 만나 7년 동안 교제하고 결혼했지만 연애 시절과 결혼은 너무나 달랐다. 대학 시절에는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 보고 생맥주 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야구장에 가서 야구 보고 커피숍에 가서 커피 먹고 등등. 데이트 비용은 서로 용돈에서 충당했다.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매달 무시무시한 돈이 필요했다. 자동차 유지비와 기본 식품비 등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가. 급여가 무척 작던 시절이라 백화점에서 쇼핑은 하지 않았다. 그와 나의 생각이 극으로 다르다는 것을 안 것은 결혼 후. 다른 생각은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집으로 가져와 툭 던져주고 도망가는 그.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던가. 결국 그와 난 헤어지고 말았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사랑이다. 일방적으로 항상 받으려는 사람과 관계를 좋아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런데 항상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이 얼마나 피곤한지 모르더라.
같은 글을 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브런치 댓글을 보고 느꼈다. 사람들 생각이 참 다르구나. 난 늦게 세상을 알고 배우고 있다. 매일 맨해튼 나들이하고 집안 살림하고 집에 돌아와 글쓰기를 하니 하루 24시간은 1초처럼 흘러 많은 시간이 없어서 자주 브런치 포스팅을 읽지 못하지만 어쩌다 시간을 내어 잠시 읽으면 사람들 삶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달라도 너무너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다른 생각은 다른 삶을 만들어 간다. 친구들이 부러워 한 우리 결혼이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을 때도 내가 뉴욕에 간다는 결정을 듣고 대학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나의 고통이 날 뉴욕으로 데려왔지. 고통이 없었다면 난 결코 뉴욕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통이 날 키웠다. 뉴욕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데 뉴욕에 간다고 말하니 주위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다. 뉴욕에 오지 않았다면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했겠지. 고통과 눈물이 날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더라.
40대 중반 이혼 후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도 힘들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어린 두 자녀와 시작하는 것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 삶이 도전이다. 하루하루 모험으로 시작한다. 남과 다른 나의 생각이 나의 삶을 만들어왔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간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면 이토록 힘들지 않을 텐데 우리 가족을 도와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하라 사막 같은 미국에서 오아시스를 찾고 있다.
동네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한인 마트에 가서 연어회를 사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없어서 양파와 소파와 두부 몇 모만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초록빛 깃털을 가진 검은 새 떼를 보는데 딸이 딱따구리 새가 있다고 해서 휴대폰으로 담으려다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휴대폰 케이스도 낡아서 새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꾸 떨어지는 휴대폰. 다시 고장 나면 어떡하지... 수년 전 카메라 고장이 나서 플라자 호텔 맞은편 애플샵에 가서 수리하는데 100불인가 들었는데 딱따구리 새는 담지도 못하고 휴대폰만 떨어져 속이 상했다. 숲도 아닌데 동네 주택가에 귀한 새가 날아드니 확실히 미국은 자연은 좋다. 지난번 보스턴 여행 갔을 때 딸이 하버드 수목원에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단풍은 들지 않고 대신 딱따구리 새를 봤다고. 한국에서는 책에서만 보던 새인데.
식사를 하고 맨해튼에 갔다.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 서점에서 책을 읽다 집중이 안 될 때 서점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에 갔다. 연말 풍경이 궁금해 다시 방문했다. 새해 소망을 다시 적어볼까 했는데 이미 치워져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타임 스퀘어에서 두 번이나 소망을 적었는데 소망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 다시 갔는데 포기하고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하루 약 1만 5 천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