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9일 화요일
파란 하늘이 무척 예쁜 화요일 딸과 함께 동네 파리바게트에 가서 라테 커피 먹고 한인 마트에 가서 김치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파랑새와 빨강 새를 보아 기분 좋은 아침. 여전히 집은 남극처럼 춥다. 비싼 렌트비 받고 왜 난방을 해주지 않을까. 새해가 다가오니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언제나 마음 무겁게 하는 세탁. 하고 나면 얼마나 허탈하는지. 이불과 속옷과 수건과 양말과 외출복뿐인데 할 때마다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도 마음 무겁게 하는 세탁을 하면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아진다. 어렵고 복잡한 현실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불평해도 안 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게 정답. 불평해서 좋아질 일이라면 불평해도 좋을 텐데 변하지 않을 거라면 그냥 받아들여야지. 부자라면 집에 있는 거 다 버리고 전부 새로 구입하면 좋겠는데 그럴 형편도 아니고. 책과 바이올린과 노트북 등을 제외하고.
크리스마스 이후 뉴욕도 재봉쇄 할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직은 아니라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려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서점에 들어갔는데 며칠 전과 달리 썰렁한 분위기라서 혹시 새해 문을 닫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명품샵 문을 닫아도 괜찮지만 서점은 문을 닫지 않아야 할 텐데... 읽고 싶은 책들이 얼마나 많더냐.
뉴욕에 와서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 살 때 헌팅턴에 있던 휘트만 몰(Walt Whitman Shops ) 반스 앤 노블 서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두 자녀와 함께 쇼핑몰에 가서 한국과 너무 다른 서점 분위기에 압도되고 말았지. 그때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라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시간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나중 서점이 문을 닫고 말아 정말 섭섭했다. 그렇게 하나 둘 서점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다. 아마존과 경쟁하니 무척 힘들다고 하는데 과연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서점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어퍼 이스트사이드 86가 반스 앤 노블 서점도 문을 닫아 너무나 섭섭한데 말이다. 코로나로 나의 보물들이 하나씩 사라져 슬프지.
유니온 스퀘어 북 카페 벽에 걸린 작가들 초상화도 바라보고 사진을 담고. 혹시 서점이 문을 닫으면 다시 볼 수 없으니까.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어퍼 웨스트사이드 반스 앤 노블 서점 벽은 오래전 사라져 버렸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을까. 요즘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던데. 난 어릴 적부터 책을 사랑하니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책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난감 가운데 하나다. 책처럼 편안하고 좋은 게 어디 있나. 어둔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 아닌가. 난 매일 책을 읽는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하는 달처럼 내 마음을 환하게 하기 위해서. 언제나 서점에 가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은 뉴욕인데 요즘 걱정이 된다.
Macaulay Honors College에서도 슬픈 소식이 왔다. 19세 졸업생이 꽃다운 나이에 자살을 했다고. 어쩌다 이리 슬픈 일이 일어날까. 거식증과 우울증과 힘든 시간을 보내다 하늘로 떠났다고.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갇혀 지냈으면 우울증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몰라. 매일 내 마음을 즐겁게 해 줘야 행복하지.
반스 앤 노블 서점에서 나와 오랜만에 스트랜드에 갔는데 서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헌책 값은 작년보다 인상되어 약간 슬프기도 하지만 서점 운영이 어렵나 보다 짐작한다. 추운 날 서점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뉴요커들을 보고 내 마음이 기뻤다. 약간 고민하다 나도 커피 값보다 더 저렴한 헌책 2권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저녁 메뉴는 돈가스. 두 자녀가 무척 좋아하니 내 마음도 기뻤다. 맛있게 먹어줘야 기쁘다. 돼지 등심으로 만든 돈가스가 맛이 좋더라. 생선이 저렴하면 날마다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싼 생선들. 바다로 달려가 생선을 잡을까. 농담이야.
저녁 식사 후 추운데도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이메일을 열어보니 줄리아드 학교 학장님을 비롯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 맨해튼 음대,... 수많은 곳에서 기부금을 보내 달라는 소식이 있었다.
코로나 변이는 갈수록 심하고 살기 힘드니 총기와 살인사건도 많아진다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직도 코로나 백신이 구세주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코로나에 대해 일반인이 알기 어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