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금요일
맨해튼에 가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 새해 첫날은 문 닫는 곳이 많고 무한 교통 카드도 아직 구입하지 않아서 움직이기 불편하니 집에서 쉬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딸과 함께 파리바케트에 가서 라테 커피 한 잔 먹고 딸기 케이크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성당에 들려 두 자녀와 친정 부모님과 동생들 가족과 코로나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가난으로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갑자기 직장을 잃고 어렵게 사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함께 힘내면 좋겠다.
동네 한인 제과점이 새해 첫날 오픈한 것도 몰랐는데 딸이 함께 가자고 해서 갔는데 손님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다. 빵값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 꽤 많은 빵을 구입한 손님들이 많았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지. 커피값과 케이크 값도 딸이 지불했다.
첫날 아침 식사는 딸기 케이크로 간단히 먹고 혼자 동네 호수에 산책을 하러 갔다. 얼어붙은 겨울 호수에 반영된 겨울나무와 하얀 갈매기들이 예쁜 그림을 만들어 주어 행복했다. 예쁜 풍경을 보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참 마법 같은 순간이지. 하얀 갈매기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밋밋한 풍경이다. 그런데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면 금세 풍경이 달라진다. 찰나를 잡아야 예쁜 그림이 된다.
호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에 핀 장미꽃과 동백꽃과 노란 민들레꽃 찾기 놀이도 하면서 행복했다. 행복은 마음에서 나온다. 항상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하고 깨끗이 비워야 예쁜 세상이 보인다. 마음에 상처가 많으면 예쁜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미움과 증오와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가득해도 마찬가지다. 예쁜 마음이 행복을 준다. 상처가 많다면 용서를 해라. '사랑과 용서'처럼 중요한 게 어디에 있을까.
또, 항상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방적으로 받으려고 한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텐데 항상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잘 모르더라.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을 보면 재밌다. 세상에는 재밌는 사람들도 많다. 피곤한 사람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무리 말해도 모르니까.
내게도 복잡한 일들이 무진장 많지만 산책하면서 마음 비우기를 한다. 새들의 합창 들으며 자연 속에서 산책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치료가 된 듯 느껴진다. 좋아하는 공연도 같은 효과를 주는데 요즘 코로나로 공연이 열리지 않는다.
산책하면서 휴대폰으로 담은 사진들은 평생 날 행복하게 할 것이다. 혹시나 기억에서 지워질까 사진을 찍어 기록했으니까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산책하면서 사진 찍는데 1불도 필요하지 않았다. 단 사진 정리할 때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 없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없더라. 사진 찍고 작업하는 데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든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피곤하지만 괜찮다.
오후 딸이 혼자 호수에 산책하러 갔는데 갈매기떼가 사라지고 없다고 말하니 깜짝 놀랐다. 내가 산책하는 시간에 하얀 갈매기 떼들이 멋진 풍경이 되어주었는데. 호수도 항상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내가 느끼지 않으면 항상 같은 풍경이겠지.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날그날 풍경이 달라진다.
새해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첫날을 열고 말았으나 변함없이 올해도 난 행복 찾기 프로젝트를 해야겠다. 40대 중반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우리 가족은 아직 십 대라서 질풍노도의 시기. 그래서 복잡한 일들이 무척 많지만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20년 전 나와 비교하면 얼마나 가난한지. 그때는 세상 사람들이 궁궐이라 부른 집에서 살았다. 지금은 비좁고 비좁은 1 베드룸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1940년대 완공된 낡고 오래된 아파트라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세탁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아파트 지하 공동 세탁기를 사용한다. 과거를 회상하면 눈물만 흐른다.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지난 과거에 미련을 가지면 가질수록 아프니까 잊는다. 나의 최선을 다해 이뤘지만 인연이 없었는지 꿈같은 집을 떠나 수 천마일 떨어진 뉴욕에 와서 살고 있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서 아프지 않고 사는 것에 감사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마도 행복을 느끼지 않을지 몰라. 내게 없는 것만 부러워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잃을 것이다. 대학 친구들을 비롯 잘 사는 지인들이 많지만 그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우린 각각 다른 길을 걸으니까. 난 내게 주어진 길을 천천히 걷는다.
새해 첫날 아들 친구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한 아들 친구 아내가 아들을 순산했다. 아들 친구 엄마 표현이 재밌다. 아들이 아들을 낳은 것이 신기하다고. 물론 며느리가 출산했지만 아들로 대신했다. 아들 친구 엄마는 지난해 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말 손자를 얻었다. 갑자기 돌아가셔 가슴이 무척 아프다고 하셨는데 손자가 탄생해 기쁨을 주었나 봐.
첫날 아침 잠시 겨울 햇살이 비추다 오후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여주다 늦은 오후 겨울비가 내린다. 파랑새 한 마리 우리 집 앞에 찾아와 노래를 부르니 기분이 좋았고 성당에 들려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빨강 새 노래도 들었다. 첫날 파랑새 빨강 새 노래 들어서 좋다.
겨울밤도 점점 깊어가고 겨울비 내리는 소리 들린다. 유리창은 물방울로 예쁜 그림이 되었다. 창밖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홀리데이 풍경도 사라지겠다. 캄캄한 밤에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크리스마스트리와 흐린 하늘과 겨울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