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코로나 전쟁을 하면서 한 해가 휙 하고 지나갔다. 상처와 아픔과 상실과 고통의 해였다. 실직자도 많아져가고 빈부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가난한 사람들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마음이 아픈 사람도 많아져 가고 여기저기서 슬픈 소식만 들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설거지를 했다. 눈 뜨면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데 현실은 이상과 다를 때가 더 많다. 전날 늦게 간식을 먹고 쌓아둔 접시들을 씻자마자 아파트 지하에 가서 세탁을 했다. 며칠 전 세탁하러 갔는데 다시 갔다. 왜냐고. 공동 세탁기라서 한꺼번에 사용하기 미안해서 미뤄둔 세탁물이 있었다. 지하에 내려가 세탁물을 넣어두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하고 건조기로 옮기려고 문밖으로 나가는데 날 위해 노래를 부르는 파랑새. 얼마나 고마워. 내 집에 와서 노래를 부르니까. 내가 불쌍했나. 맨해튼에 가지도 않은데 무척 바빴다.
세탁하고 식사하고 혼자서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30대 즈음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녀가 기러기떼와 갈매기떼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먹이를 먹으러 달려들어 덕분에 난 근사한 풍경을 담았다. 먹이를 보고 달려든 동물들을 보고 직장을 구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두 명의 젊은이들은 갈매기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 것을 보고 좋아라 했지만 내 마음은 쓸쓸했다. 참 힘든 세상.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미꽃 사진도 담고 집에 도착해 커피 마시며 사진 작업하고 늦은 오후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저녁 식사를 하니 금세 하루가 지나갔다.
새해 이브라서 자정 무렵에 타임 스퀘어에서 열리는 볼 드롭 행사 보며 시간을 보냈지. 새해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 한 해 동안 한숨만 푹푹 쉬며 걱정 근심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내가 적은 소망들도 타임 스퀘어 하늘에서 떨어졌을 거야. 소망들이 다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전쟁 중이라 특별히 초대받은 소수 사람들만 참석해 열렸던 새해 이브 행사에 뉴욕 시장 부부는 춤을 추더라. 뉴욕시도 코로나로 재정 문제가 복잡하니 시장 마음도 무거울 텐데..
연말이라 여기저기서 기부금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이 매일 쏟아졌고 동시 명성 높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라고 연락이 왔다. 실내 영업 금지라서 테이크 아웃하라는 말이겠지.
늘 그러하듯 새해 이브 행사 시 프랑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 노래와 루이 암스트롱의 < What A Wonderful World> 노래가 흘렀다. 난 뉴욕에 관심도 없어서 잘 몰랐고 대학 시절 <마이웨이>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며칠 전 딸이 무척 좋은 노래라고 하니 웃었다. 세대가 다른데 좋아하는 음악이 같으면 놀랍다. 대학 시절 유럽을 사랑했다. 뉴욕에 올 때는 줄리아드 학교가 있다는 것만 알고 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대학 시절 내가 사랑하던 작가들과 음악가들과 인연이 깊어서 놀랐다. 오헨리, 존 스탸인벡, 허먼 멜빌, 에드가 앨런 포, 마크 트웨인... 존 바에즈, 사이먼과 가펑클, 프랭크 시나트라, 루이 암스트롱, 닐 다이아몬드, 닐 영, 엘튼 존, 빌리 조엘,... 셀 수도 없이 많다. 뉴욕에 와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맨해튼 나들이하면서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란 것을 알고 놀랐는데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몹시 슬프다. 언제 뉴욕이 깨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