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독자의 하루

by 김지수

2021년 1월 2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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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이 덩실덩실 춤추는 날 내 몸과 영혼도 함께 춤을 추었다. 새해 첫날 하늘이 잔뜩 흐리고 겨울비 내려 잿빛 세상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햇살 나오니 얼마나 반갑더냐. 햇살 받으며 산보하면 기분이 좋다. 신나게 신나게 즐겁게 즐겁게 걸었다.



햇살 아래서 산책하면 비타민 D가 생겨 면역에도 좋다고 하니 더더욱 산책이 중요한 시기. 건강처럼 소중한 게 어디에 있을까. 건강이 소중할 때는 소중한지 모르고 산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건강. 새해는 모두 건강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자. 충분한 수면과 휴식도 정말 중요하단다. 물론 음식도 중요하지.


산책을 좋아하는 난 겨울 햇살이 날 유혹해 동네 호수에 세 번씩 산책을 가고 말았다. 산책 중독자가 되겠다. 중독 참 무섭다. 좋은 습관이 행복을 불러온다고 해. 산책이 좋아. 산책 예찬론자가 되겠다. 며칠 맨해튼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는데도 하루 약 19000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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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파리 바케트



아침 일찍 딸과 함께 라테 커피 마시러 동네 카페에 갔는데 선반이 텅텅 비었더라. 파리바케트는 새해 첫날 장사가 잘 되어 기분 좋겠다. 흐린 날 불빛이 켜진 카페를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았다. 안에 들어가니 음악이 흐르고 빵 냄새 가득하니 더 좋고. 실내에서 음악 들으며 커피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로 실내 영업이 안 되니 탁자와 의자는 조용히 쉬고 있더라.



카페에서 동네 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푸르고 하얀 갈매기 날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 겨울 숲과 호수를 보면 마음이 평화롭고 좋다. 동네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공원. 갈매기를 보며 인생에 대해 생각도 했지.



8jcMiYYS0Vgx1DE6cQmBTwxH-jQ 헛된 인생 산 거 같다고 푸념하는 노인이 생각났다. 매일 즐겁게 살자.



한국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먹고살기 위해 죽도로 일하느라 행복이 뭔지도 모른 채 책임감과 의무에 시달리며 세월 보냈는데 지금은 한국이 세상에서 잘 사는 나라에 속하게 되었으니 당연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지. 코로나 전 사람들은 해외여행도 다니고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티브이로 세상 변화를 보면 노인들 인생이 참 허망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가까이서 푸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자식 키우니 멀리 떠나고 노인이 되어 혼자 쓸쓸하게 지내니 헛인생 산 거 같다고. 물론 행복하게 평생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우리들 인생은 각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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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237.jpg?type=w966 호수에 하얀 오리 돌아와 반가웠어.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생선을 입에 물고 행복할 때 옆에서 잽싸게 낚아채려는 얌체 갈매기도 보았다. 인간 세상과 동물세상과 같나 봐. 세상 어디에도 얌체족이 있다. 가만히 앉아서 편히 먹고 놀려는 사람들. 바른말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꿀처럼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사람들을 좋아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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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신년 초 맨해튼 음대에서 열리는 로버트 만 스트링 쿼텟 인스트튜트 마스터 클래스를 여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라이브 공연이 없으니 정말 그립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해튼에 가서 공연 보고 놀던 때가 얼마나 좋았더냐. 천재 음악가들 공연을 무료로 감상하니 좋았던 뉴욕 맨해튼.





음악 애호가들은 알고 찾아와 함께 공연을 보곤 했다.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 자주 만나는 쉐릴 할머니는 무얼 하고 계실까. 할렘 아파트에서 살다 브롱스로 옮겼는데 두 곳 모두 치안이 안 좋아 살기 힘들다고 불평하셨다. 마약 하는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 마약을 하고 간다고. 아파트 열쇠를 바꿔도 통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뉴욕이 위험한 곳이 많다는 것도 가까이서 듣고 놀랐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수잔 할머니 역시 맨해튼 음대 특별 마스터 클래스를 보러 오셨는데 본 지가 꽤 오래되어간다. 언제 다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공연을 보면 신선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지는데 세상은 코로나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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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주문한 음식



집에서만 지내도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딸이 스시를 먹고 싶다고 하더니 음식을 주문해 함께 먹었다. 나랑 다른 세대의 딸 덕분에 호강하고 산다. 식사 준비 안 하고 먹으니 몸이 편하고 좋았다. 감사 감사 감사하다. 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마친다.


IMG_9192.jpg?type=w966 행복을 떠오르게 하는 호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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