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과 추억들

by 김지수

2021년 1월 5일 화요일


새해 아들과 함께 동네 공원 트랙에 가서 조깅을 하곤 한다. 고등학교 시절 800미터 달리기 하면 숨이 차서 늘 꼴찌였나. 암튼 정말 힘들었는데 50대 중반 1마일 반 이상을 뛰곤 하니 뭐든 열심히 노력하면 향상이 되나 보다. 골프처럼 매일 해도 안 되는 것도 있고 매일 열심히 하면 느는 수영과 조깅 등도 있다. 400미터 트랙을 여덟 번 돌면 2마일. 2마일이 목표인에 조금 힘들면 1.5 마일만 뛴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기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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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러 가는 길 시끄러운 참새 수다 들려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고목나무에 커다란 구멍이 두 개나 있고 새들의 먹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문득 오래전 카네기 홀에서 만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센트럴파크에 산책하러 가서 고목나무 구멍을 보면 공짜 콘도에 사는 새들이 좋겠다고 하셔 웃었다. 맨해튼 렌트비는 너무 비싸니 거리에는 홈리스들이 너무나 많은데 반대로 새들은 보금자리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란 의미로 해석되었다. 얼굴이 동안이라 늙어도 곱디 고운 할머니는 맨해튼에서 산다. 브루클린 특별 학교 교사로 재직하는데 가르치는 일이 늘 즐겁기만 하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니 아버지는 세계 2차 전쟁 시 돌아가셔 무척 어려운 가정 형편인데 성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음악 전공을 하셨는데 수업료는 거의 무료였다고. 난 처음 듣는 소식이라 놀랐다. 어려운 환경에 바이올린 배워 나중 뉴욕에 와서 밥 먹고 사는 기술이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표현하신 할머니.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92Y에서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시고 틈틈이 바이올린 레슨을 한다고. 특별 학교라 장애 학생들이 많아도 힘들지 않다고 하셨던 할머니는 학교 시절 배운 심리학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할머니 아드님도 메트(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휘자가 너무 강요하는 게 싫어서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가끔 카네기 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늘 새롭고 즐겁기만 하다. 하나 둘 들으며 맨해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책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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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새를 무척 좋아했다. 무슨 동물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으면 난 새라고 말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니 참 부러웠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새장을 사 오셔 새를 키웠는데 동화책에서 보던 새집과 내가 직접 기르니 마음이 달라지더라. 매일 새장 청소를 해야 하는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든 새 기르기. 그냥 보는 것도 실제는 늘 다르다. 아버지 덕분에 집에서 다람쥐도 키우고 새도 키우도 정원 가꾸기도 하셔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셨는데 그때는 감사한지 몰랐는데 세월이 흐르니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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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매일 산책하며 플러싱 동네 주택가에서 노란 새집을 보면서 추억이 떠올랐다. 살구나무와 로즈베리 열매가 많은 집이라 자주 가서 보았다. 여름은 가고 가을도 가고 추운 겨울이 왔고 추억은 아직 그대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새 하면 떠오르는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교수님 댁. 아들이 레슨 받으러 맨해튼 링컨 스퀘어 교수님 아파트에 찾아갔는데 커다란 앵무새 한 마리가 아주 넓은 방을 혼자 차지하고 있어서 놀랐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맨해튼은 렌트비가 비싸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새 한 마리가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까. 교수님 방에는 정경화 사진을 비롯 책과 장식품들이 가득했다. 정경화를 무척 아끼셨던 교수님을 뵌지도 꽤 오래되었다.






처음으로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던 날 하늘에서 뉴욕을 내려다보니 나무들이 정말 많아 놀랐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낯선 공항에서 내려다보았지만 뉴욕이 특별했다. 나무가 많다 보니 새들이 많은 거 같다. 한국에서는 사찰에 가야 새들의 소리 듣곤 하는데 뉴욕은 집에 파랑새가 놀러 와 노래를 부를 정도다. 가끔은 빨강 새도 놀러 와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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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변함없이 호수에 가서 산책하곤 한다. 매일 다른 빛을 보여주는 겨울 호수가 얼마나 예쁜지. 겨울 햇살 비추는 호수가 그림 같다. 겨울 해님이 날 졸졸 따라와 웃었지. 호수에 반영된 해님과 안녕 인사를 하며 웃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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