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조깅하다

by 김지수

2021년 1월 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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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이 잠시 비추던 월요일 오후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공원 트랙에 가서 조깅을 했다. 한 바퀴가 400 미터. 네 바퀴를 돌면 1마일. 여덟 바퀴를 돌면 2마일. 우리 말고 동네 주민 몇몇 사람들도 있었다. 아들과 함께 트랙에서 뛰는 것이 즐겁다. 처음 뛸 때는 금방이라도 쉽게 할 거 같은데 한 바퀴 뛰는 것도 금세 숨이 찬다. 내 옆에서 뛰는 할아버지 숨소리를 들으며 힘내서 뛰자고 했지만 나의 숨도 차서 천천히 걷다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트랙반에서 활동했다. 남이 하는 조깅을 보면 금세 할 거 같은데 그냥 쉽지 않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도 800미터 달리기는 어렵기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평소 800미터를 달리지 않다 갑자기 하려니 안 된 거 같다.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매일 열심히 조깅을 하겠지. 나도 언젠가 마라톤에 참가할 날이 올까. 솔직히 고백하면 난 준비가 안 되었다. 매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조깅을 해야 가능할지.


운동 참 중요하다. 조깅을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좋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최소 몇 가지 운동을 하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엔가 영화 속에서 골프를 한 것을 보고 나도 언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꿈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이뤄졌다. 대학 시절에는 테니스 레슨을 잠깐 받았고 아이 아빠 따라 전방으로 이사 갔을 때 친정아버지가 사 준 윌슨 테니스 라켓은 챙겨 매일 새벽에 레슨을 받으러 다니다 자연 유산을 하는 바람에 중지했다. 아무도 없는 전방에서 하혈을 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아이 아빠에게 가까스로 연락을 해서 집으로 와 날 데리고 병원에 가니 유산이라고. 혼자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받을 때 슬픈 추억을 어찌 잊으리. 새벽에 무리한 운동을 하니 그렇다고 옆사람이 불평하니 그만두었다.


그 후로 고향으로 내려와 두 자녀 양육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지낼 적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오는데 요일 감각도 잃어버려 안 되겠다 싶어서 새벽 시간에 수영을 배우러 다녔다. 접영까지 조금 배우다 골프 연습장에 가서 레슨을 받았다. 정말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왜 골프를 배우냐고. 참 이상했다.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는지. 골프 연습장의 가장 좋은 점은 편리. 우리 집 바로 옆에 골프 연습장이 있고 새벽부터 밤중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좋았다. 난 주로 새벽 5시-6시 무렵 또는 한 밤중 골프 연습장 문이 닫기 전 30분 정도 연습하고 집에 돌아왔다.


대학 졸업 후 동창들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동창은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수입차를 구입하고 집에 와서 살림을 도와준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고 골프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은 게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었다. 왜냐면 수입차 값도 비싸고 매달 지출하는 도움이 비용도 결코 작지 않기에. 그것에 비하면 한 달 골프 연습장 비용은 수영장에 다닌 것보다 더 저렴했다. 골프채를 구입할 때는 목돈이 들지만 내가 모아둔 돈으로 구입했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매달 골프 연습장 비용은 오육 만원 정도였나. 오히려 수영 비용이 더 들었다. 골프채는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고 골프 장갑을 가끔 구입하고 매달 이용권은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 물론 친구들과 필드에 가서 골프를 하면 꽤 많은 비용이 든다. 난 두 자녀가 어리니 필드에 가자고 주위에서 말해도 함께 어울리지 않았다. 매일 30분 정도 운동하니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다.


뉴욕에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와서 새로운 삶을 열어가니 골프와 수영과 테니스는 꿈에서나 가능할 정도로 우리 삶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냐고. 뉴욕에서 새로운 삶은 낙하산을 타고 추락하는 것이니까. 가난하게 살다 부자로 사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부자로 살다 가난하게 사는 것은 적응이 쉽지 않고 정신적인 고통이 온다. 다 참고 견디고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운명이 찾아와 날 흔들어버렸으니까. 무에서 시작해 드디어 살만 하구나 하면서 즐거워 한 순간도 아주 잠시.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7천 마일 떨어진 곳으로 오니 삶은 늘 눈물바다.


골프를 시작한 것은 남보다 꽤 빨랐고 한국에서 살 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다. 그때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뉴욕에 와서 힘든 생활에 버티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 자녀 어릴 적에서 발레와 태권도와 검도 레슨을 받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거 다 잃으니 얼마나 소중한가. 새로운 땅에서 공부할 때는 전공 서적과 전쟁을 치르니 운동은 할 수 없었다.


항상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왔다. 대학 시절부터 몇 개의 악기와 몇 개의 스포츠는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대로 실천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으니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가 열린 것도 몰랐다. 뉴욕에 와서 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유에스 오픈 축제를 알고 얼마나 기뻤던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즐거움.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감동적이다. 비 오듯 땀을 줄줄 흐르며 테니스 라켓을 들고 이리저리 뛰는 선수들을 보면 마치 영화 같았다. 뉴욕에 살면서 얻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는데 코로나로 경기장에서 축제를 관람할 수 없어서 슬펐다. 아직 삶이 복잡하니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서 하늘 꼭대기 좌석에 앉아서 봤지만 그래도 신났다. 매년 여름이 오면 즐기는 축제 가운데 하나였는데 언제 다시 축제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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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운동을 하고 이웃집 정원에 가서 동백꽃을 보러 갔다. 아들은 왜 엄마가 동백꽃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른 듯. 추운 겨울에 핀 동백꽃이 어찌 예쁘지 않겠는가. 한국에서 자주 본 꽃이기에 더 예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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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01.jpg?type=w966 장미야 혹한을 견디는 비밀을 알려줘. 배우고 싶어.



또 겨울에 핀 예쁜 붉은색 장미꽃도 보았다. 한겨울에 핀 장미꽃이라 더 예쁘게 보인다. 청초한 장미가 울고 있더라. 왜 우냐고 물으니까 날 오래 기다렸단다. 농담이야. 암튼 장미의 눈물도 보았어. 장미에게도 슬픈 일이 많은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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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석양이 질 무렵 내 친구 노을도 봤어. 요즘 노을 친구 만나기 어려운데 오랜만에 봤지. 귀하니까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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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매일 동네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한다. 하얀 갈매기와 기러기를 보는 즐거움 속에 푹 빠졌다. 호수 빛은 매일매일 다르다. 동네 호수 빛을 보며 모네 그림을 떠올린다. 아, 바로 이거야. 이 빛을 그렸구나 하면서 호수를 바라본다. 예쁜 호수 빛을 보면 마음에 평화가 밀려온다. 잔잔한 호수도 바람에 따라 물결이 다르다. 그럼 갤러리에서 본 물결 그림을 연상한다. 갤러리에서 본 전시회가 내 무의식 속에 들어와 놀고 있는지 모른다.


겨울 숲과 호수에서 새소리 들으며 산책하니 머릿속에 갈매기와 기러기 소리가 기억되는지도 몰라. 매일매일 들으니까. 산책하고 조깅하고 글쓰기 하고 사진 작업하고 뉴스 읽으며 하루가 휙 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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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08.jpg?type=w966 청설모가 먹는 열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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