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겨울 오후

by 김지수

2021년 1월 1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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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906.jpg?type=w966 뉴욕 새벽하늘 새벽 호수




창문으로 눈부신 여명의 빛이 들어와 얼른 문밖으로 나가 새벽하늘을 바라보았다. 연보랏빛 하늘이 하늘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법처럼 사라진 순간. 찰나를 잡지 않으면 영영 떠나더라. 겨울 외투를 입고 털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호수에 가서 갈매기와 기러기 소리 들으며 겨울 해님 보고 산책을 했다. 벤치에 앉아 사과를 먹던 젊은이는 호수에 있는 하얀 갈매기들에게 사과 조각을 던져 주었다. 럭셔리 외투를 입은 두 여인은 이른 아침 공원에서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추운 겨울이라 오래 머물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딸과 함께 동네 카페에 가는 길 파랑새와 빨강 새 노래를 들어 기분이 좋았다. 라테 커피 한 잔 마시며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하고 다시 호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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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NP12xQEsKXOfY-Cu65JvuuZbjw 황홀한 겨울 오후



새해 하루 두 번 호수에 가는 게 루틴이 되어 무척 바쁘다. 아침에는 갈매기 몇 마리만 보였는데 오후 1시가 지나 갈매기떼들이 나타나 반가웠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중앙에 조용히 앉아 있는 갈매기들이 갑자기 하늘 위로 나니 한 폭의 그림이 되어 황홀했다. 항상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귀하니 더 기뻤다.



56qKonSqLiuu_ftdSLY9BLx0t4I 새집 짓느라 수고 많았을 거야. 참 대단한 새들.



오후 1시경 호수에 가는 길 겨울나무 위에 있는 새집을 보았다. 새들은 멋진 집이 있는데 두 자녀와 내가 살 집은 없담. 비싼 뉴욕에 집을 지을 수도 없고 어떡해. 뉴욕에 집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에도 바다에도 집을 짓기 어려우니 매일 마음에 집을 짓는다. 산책하며 본 예쁜 풍경과 꽃향기와 새들의 합창과 파란 하늘과 겨울 해님과 바람 소리도 담아서 최고로 멋진 집을 짓는다. 슬플 때 마음의 집에 들어가 위로를 받는다. 누가 날 위로하겠어. 나 스스로 해야지. 누가 내 마음을 안단 말인가. 아무도 모르지. 혼자 힘으로 뉴욕에서 두 자녀 교육하고 나니 난 겨울나무로 변했다.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데 언제 봄이 찾아올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지. 희망과 꿈이 없었다면 진즉 하늘나라로 먼길 떠났을 거야. 어렵고 힘든 때가 무진장 많아도 마음으로 버티고 살았지. 희망과 꿈과 사랑을 가득 담은 마음의 집에서 위로를 받았어.




IMG_2161.jpg?type=w966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 보이는 딱따구리 새 한 마리. 이리저리 움직여 사진 찍기 무척 힘들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나무에서 딱따구리를 보았다. 파랑새 빨강 새 참새 갈매기 등은 자주 보지만 딱따구리는 아주 흔하지는 않아서 더 반가웠다. 작년 가을 보스턴 여행을 가서 하버드 수목원에서 딸이 딱따구리 새를 봤다고 말했고 한 두 달 전 집 근처에서 그 새를 보다 내 휴대폰을 떨어뜨려 속이 상했다. 사진도 담지 못한 채 휴대폰만 땅바닥으로 추락해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암튼 난 뉴욕에서 두 번째로 보는 새라서 좋았다.



pRiaLcYNmQHnUqU2jIfQwEUenLg 오후 1시경 나타나 오후 3시가 되니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겨울 해님



오후 1시가 지나 아들과 함께 공원 트랙에서 조깅을 하러 가는데 해님이 사라져 섭섭했다. 겨울 해님은 변덕쟁이. 금세 사라지고 만다. 오후 1시경 호수에서 산책할 때는 날 황홀하게 하더니 사라지고 말아 잿빛 하늘을 보며 뛰었다. 공원에서 축구 연습하는 젊은이들도 있고 우리처럼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걷는 사람도 있었다.


조깅을 하고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사과 가격이 얼마나 인상되었는지 그림이 되었다. 100-200% 인상된 과일값. 정말 어찌 살라고 하는 것인지. 코로나로 정부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니 인플레이션이 된다고 하더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어. 세일하는 달걀과 베이글과 돼지고기와 식용유와 설탕을 구입했다. 사과를 사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냥 포기했다. 과일과 채소가 몸에 좋다고 하는데 너무 비싸면 어떡해.


몇 년 전 구입한 겨울 외투 호주머니가 구멍이 나서 바느질을 했다. 뉴욕에 오니 구멍 난 옷이 많아. 이상하지.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조금만 입으면 옷과 양말에 구멍이 나더라. 한 철 입고 버려야 하나. 나이 드니 바느질이 쉽지 않다. 아침에 호주머니에 아파트 열쇠를 넣었는데 구멍이 나서 빠져 버려 속이 상했다. 바느질하다 문득 오래전 롱아일랜드에 살 적 양로원에 발런티어 하러 가던 추억이 생각났다. 양로원 규모가 꽤 컸다. 600 베드였나. 그 가운데 한인 노인들이 약 100 베드. 어느 날 한인 할머니가 내게 바느질을 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양로원 직원에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워 아마도 내게 부탁하셨나 봐. 내 눈도 침침하니 바느질이 어려운데 할머니 부탁을 들어주었다. 지금도 생존하시는지 안부가 궁금한데 차가 없으니 너무나 먼 그대가 되어버린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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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191.jpg?type=w966 저녁노을이 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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