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수 빛에 반하다/ 일요일 2021. 1. 17
2021. 1. 17 일요일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일요일 아침 딸과 함께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와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감기 기운이 감돌아 약간 고민하다 호수에 갔는데 하얀 갈매기는 안 보였지만 황홀한 호수 빛에 반하고 말았다. 모네 그림에서 봤던 바로 그 빛! 늘 보던 호수가 내겐 그림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호수에 가끔씩 갔지만 호수 빛의 변화를 자세히 느끼지 못했는데 새해 맨해튼 나들이를 줄이고 대신 동네 공원에 자주 가서 산책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호수 빛을 느끼고 있다. 내 눈이 점점 세세한 빛을 느끼고 있음이 기뻤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매일 공연 보면서 귀가 즐거울 텐데 요즘은 뉴욕이 잠들어 버려 공연은 머나먼 님이 되어버렸는데 대신 내 눈을 즐겁게 해 준 동네 공원 호수는 늘 내 곁에 있었는데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몸살 기운에 차가운 바람 맞고 호수에 갔는데 호수 빛이 날 환영하니 몸이 갑자기 나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일요일이라서 멀리서 교회 종소리 울려오고 몇몇 사람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살 때 갤러리에서 홍익대 출신 화가 작품을 본 기억이 난다. 바다 물결과 파도를 묘사한 그림이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는데 작가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때는 호수 물결에 대해 세세히 느끼지 못하고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봤는데 늦게 느끼고 있다.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하고 식사하고 다시 호수에 산책하러 갔다. 다짐했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지 말자고.
대학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부에서 활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에게 카메라 사 달라고 부탁하니 거절하셨다. 어려운 형편이라서 그랬나 보다.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아서인지 대학 시절 그림반, 사진반, 관혁악반, 연극반... 등에서 활동하고 싶었는데 클래식 기타 반에서 고등학교 시절 친구 오빠를 만나 바이올린 대신 클래식 기타 레슨을 받으면서 활동을 했고 클래식 기타반 활동만으로 힘들어 동시 몇 개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선배님들의 말에 따라 다 포기하고 살았다. 항상 마음은 이거 저거 배우고 싶지만 현실은 늘 이상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부착되니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참 이상하지. 운명이 데리고 온 뉴욕에서 다시 클래식 기타 음악을 들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줄리아드 음대와 맨해튼 음대에서 클래식 기타 공연을 보곤 했다. 대학 시절에 좋아하던 수많은 것들을 뉴욕에서 만나니 참 신비롭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뉴욕이 날 기다리고 있었을까.
클래식 기타 음악
호수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시 휴대폰 셔터를 누르고 말았다. 절대 안 찍어야지 했는데 마음은 바람처럼 쉽게 흔들렸다. 수년 전 첼시 갤러리에서 일본 화가 작품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이 연상되는 호수 풍경. 아들도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겨울 해님은 변덕쟁이다. 흐리다 잠시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파란 하늘을 좋아하는 난 하늘을 자주 쳐다본다. 몇 번 하늘을 보며 파란 하늘을 담고 호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 장미와 민들레꽃과 제비꽃을 담았다. 겨울이라서 더 귀한 꽃들. 내 마음을 화사한 빛으로 물들게 하니 좋다.
두 번 산책하고 집안일하고 사진 작업하니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24시간이 1초처럼 빨리 흐른 듯. 새해 호수와 사랑에 빠져 시간이 흘러가고 읽고 싶은 책은 언제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