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요리를 사랑하는 아들

by 김지수

2021년 1월 20일 수요일



ZOzUZ9xd46Y46LoRpMjsbionatI 소나무 위에 내린 눈도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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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밖에 하얀 눈이 내릴 때 차도 안 마시고 밖으로 나갔다. 호수에 가는 길 새들의 합창 들으며 눈 내리는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매일 눈이 내리지 않으니까 하얀 눈이 오면 마냥 기분이 좋다. 내 마음에는 하얀 눈이 그림을 그린다. 호수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어서 마치 내 프라이빗 공원 같아 혼자 웃었다. 소나무 위에도 벤치에도 보리수나무 위에도 하얀 눈이 내리고 하늘빛도 특별해서 좋은데 잠시 후 연인 두 명이 나타나 웃으며 사진을 찍더라. 하얀 눈 속에 핀 겨울 장미도 보고 청설모가 좋아하는 나무 열매도 보고 어릴 적 자주 본 강아지 풀도 보고 거리에 버려진 전나무 가지 위에 내린 눈도 보면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이 멈췄다. 그러니까 아침 잠깐 하얀 눈이 내렸다. 만약 늦잠을 잤다면 눈이 내린지도 몰랐을 거다. 하얀 눈과 함께 행복했던 아침. 내가 산책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거다. 행복은 찾아야 한다. 저절로 내게 굴러오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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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덕분에 봤던 미식 축구 2016년



오후 태양빛이 어둡기 전 아들과 함께 동네 공원 트랙에 가서 조깅을 했다. 칼바람이 불어 우리를 시베리아로 데리고 갈 거 같았다. 무지막지하게 추운 날 여자는 나를 제외하고 한 명도 없고 미식축구를 하는 몇 명의 젊은이들이 보여 오래전 보스턴 여행 가서 하버드 대학과 코넬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본 추억이 떠올랐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그때는 딸이 캐임브리지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직원 특별 할인 혜택이 있어서 미식축구 경기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연락이 왔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하버드대학 경기장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봤다. 그때 하버드 대학 출신 부자가 오셔 우리 앞에 앉으셔 보스턴 억양 강한 어투로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천재들이 우리 앞에서 경기를 하니 영화 같은 순간이기도 했다. 딸 덕분에 보스턴 여행은 늘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서부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여건만 허락되면 스탠퍼드대학 구경도 할 텐데 삶이 무척이나 복잡하니 딸이 일하는 연구소에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하고 라벤더 꽃 가득 핀 교정 사진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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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는 아들이 준비했다. 추운 날이라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혼자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이 요리에 관심도 많아서 가끔 요리를 하니 난 좋기만 하다. 그냥 먹기만 하면 되니까. 딸도 요리를 잘하는데 요즘 너무 바쁘니 시간이 없다. 롱아일랜드에 살 때 딸은 치즈 케이크, 랍스터 요리, 다양한 케이크와 빵 등을 만들어 아들과 내 입을 즐겁게 해 줘 감사했다. 탕수육 소스 만들기가 쉽지 않은가 봐. 지난번 약간 묽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번 소스는 일품이었다. 맛이 좋다고 하니 아들이 웃으며 오래전 맨해튼 강서회관에서 먹은 바로 그 탕수육 맛이라고.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맨해튼 나들이 때 비빔밥을 먹은 강서회관. 지금은 문이 닫혔고 몇 번 찾아간 적이 있다. 한식을 좋아하지만 한식 식사비는 비싼 편이라서 자주는 아니지만 특별한 경우 한식당을 이용했다. 지인 아들이 콜럼비아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맨해튼 한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맨해튼에 남고 싶어 했는데 3학년 때 인맥 없이 월가 인턴십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던 지인 아들은 서울로 돌아갔다. 첼로 레슨을 받던 아이는 민사고 출신. 중학교 시절에는 대학 교수 아버지 따라 미국에 와서 2년 동안 살았다.



아들이 만든 맛있는 탕수육을 먹으면서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성격 좋고 늘 엄마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는 아들이 고맙다. 함께 운동하면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을 물어보기도 한다. 아들이 누나가 바이올린 레슨 받을 때 함께 배우고 싶다고 해서 모른척하다 결국 아들에게 지고 말아 나중 딸과 함께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좋은 선생님들과 인연이 되었다. 오랫동안 두 자녀에게 레슨을 해주던 두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또 빈 대학교 바이올린 교수님, 한국 예종 선생님, 줄리아드 학교 교수님과 맨해튼 음대 교수님과 인연이 되어 세계적인 음악가들 댁에도 방문했다. 두 자녀 어릴 적 특별 레슨을 받으니 엄마 역할은 무척 힘들었지만 매일 라이브 음악을 들을 때는 좋았다. 요즘은 두 개의 바이올린은 코로나처럼 잠들고 있지만.







중학교 시절 레슨 받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언제 들어도 좋고 그 후 레슨 받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멋지다. 뉴욕에 올 때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니 카네기 홀도 몰랐다. 대학 시절 좋아하던 음악가들이 뉴욕과 인연이 깊고 카네기 홀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 공연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던가! 물론 우리 가족이 뉴욕에서 정착한 지 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였다. 지금은 코로나로 잠들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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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탕수육 요리하다 엄마에게 석양을 보라고 말했다. 글쓰기 하느라 깜박 잊고 있었는데 아들 덕분에 그림 같은 황홀한 석양을 보았다. 지난주 딸과 함께 보았던 허드슨 석양도 떠올랐다. 석양을 좋아하는 난 허드슨 강 옆에 살아야 하는데 트라이베카로 이사를 갈까. 도깨비방망이 하나 사야겠다. 과거 트라이베카 지역은 비싸지 않았는데 지금 아주 비싸다고 하더라.





_116602868_abecec9a-17d5-4db7-8d81-5a7e4d0828a7.jpg 사진 KEVIN LAMARQUE / REUTERS/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_116604459_ec06b1d5-1468-42a3-a30d-1ebc3c1021c5.jpg 사진 로이터 연합통신 TOM BRENNER / REUTERS/BBC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취임식이 열렸다. 마스크를 쓰고 취임 선서를 한 것도 처음이겠다. 반 이민 정책을 실행하던 트럼프 시대가 가고 친이민 정책을 실행한다고 공약한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코로나 전쟁과 이민 정책과 경제 문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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