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by 김지수

2021. 1. 24 일요일


매일 눈뜨면 호수로 달려가는데 일요일 아침 문을 열고 밖에 나가니 너무 추워 바로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아파트 난방도 잘 되면 좋겠는데 냉동고처럼 추워 눈사람으로 변하겠다. 핫 커피 끓여 마시고 책을 읽으며 한가한 오전을 보낸 다음 된장국과 매운 삼겹살 불고기와 김치로 식사를 한 후 호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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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체감 온도는 영하 13도. 정오 기온은 조금 올라 약간 덜 추웠다. 마음 단단히 먹고 호수에 가니 갈매기 떼와 기러기 떼가 날 환영했다. 매일 보는 호수 빛이 매일 다름이 얼마나 놀라운가. 기온에 따라 호수가 얼어 있는 상태도 다르고 갈매기와 기러기 노니는 호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다. 하지만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데 손이 깨질 거처럼 추워 일찍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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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살던 매사추세츠 콩코드 월든 호수가 궁금했다. 한 번 방문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교통비가 많이 드니 포기했는데 자주 동네 호수에 가니 생각났다. 법정 스님도 소로우가 살던 호수에 방문하셨다고 들었는데 난 뉴욕에 사는데 아직 기회가 없었다. 보스턴 여행 갈 때마다 월든 호수에 가고 싶었는데 문제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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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돈에 관심도 없고 몰랐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성공하기 위해서 산다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돈과 성공이 뭔지 모르고 평생 의무만 하며 살다 뉴욕에 왔다. 내 커리어 버리고 두 자녀 아이 아빠 뒷바라지하고 두 자녀 조부모님 아파트 사 드리고 두 자녀 교육하며 내 청춘이 지나고 드디어 경제적인 걱정 없이 마음 편할 무렵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왜 세상도 모르고 돈도 모르고 그냥 살았을까. 돈도 몰라요. 세상도 몰라요. 남자도 몰라요... 평생 바보처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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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간을 내어 침대 바닥을 청소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청소하고 닦아내면 기분이 좋다. 쓰레기를 한 데 모아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쓰레기통에 비우려는데 지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들에게 열쇠를 주며 문을 열어보라고 했는데 역시나 안 되니 아들은 반대편 출입문에 가서 시도해 본다고 했지만 안되어 다시 돌아왔다. 마지막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고 했는데 바로 그 순간 열렸다. 마지막 시도하기 전 아들이 아파트 슈퍼에게 연락해 보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지하 출입문이 열려 쓰레기를 비우고 집에 돌아왔는데 슈퍼가 전화를 한 사이 난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중이라 받지 못했고 내가 전화를 하니 그가 받지 않았다. 그 후 다시 그가 전화를 해서 받으니 무슨 일이냐고 물어서 지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전화를 했는데 조금 전 가까스로 열었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사소한 일인데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더 힘들고 피곤하게 느껴졌다. 문이 바로 열렸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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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구입한 스마트 텔레비전은 마법 상자 같다. 영화와 드라마도 보고 음악도 듣고 요가 등도 따라 할 수 있으니까. 세상 참 많이 변했는데 난 고인돌 세상에서 살았나 보다. 아침에 딸이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 협주곡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음악이 좋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좋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매일 라이브 연주를 해주던 차이콥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들었다. 딸과 함께 음악을 듣다 고등학교 여름 방학 때 콜럼비아 대학에서 창작 수업을 들었던 이야기와 오래전 오스트리아 빈에 여행 갔던 이야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교 서머 캠프에 합격했는데 당시 학비와 기숙사비 합하니 거의 1만 불에 가까워 포기하고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콜럼비아 대학으로 결정했다. 비싼 미국 교육비! 서민에게는 부담스럽다.







두 자녀가 바이올린을 하니 뉴욕에 줄리아드 학교가 있어서 오게 되었다. 빈 대학 바이올린 교수님은 우리 가족에게 빈으로 유학 오라고 권하셨는데 뉴욕에 오고 말았다. 아름다운 빈에는 언제 다시 여행 갈까. 뉴욕에 간다고 할 때 위험하다고 무척 걱정하셨는데 그분을 뵌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러갔다. 우리 가족이 정작 빈에 여행 갔을 때는 오페라 공연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Schön brunn Palace (쇤브룬 궁) 등 꽤 많은 곳을 방문했는데 세월이 흘러가니 기억이 흐리다. 음악가들 묘지에도 방문했는데 그때는 모차르트 최후가 비극으로 끝난지도 몰랐다.


가난했던 피츠제럴드는 <낙원의 이쪽>으로 부와 명성을 거머쥐게 되고 젤다와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파리에서 머물던 시절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 부인 젤다를 싫어했다고 책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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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뉴욕이 잠들어 버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본지 정말 오래되었다. 추운 겨울날에도 저렴한 티켓을 구입하려고 일찍 카네기 홀 앞에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따뜻한 차를 끓여와 함께 마시자고 한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할아버지도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는 수잔 할머니도 그립다. 스마트 텔레비전을 구입하니 수잔 할머니가 떠올랐다. 수년 전 새로 TV를 구입했는데 너무 복잡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불평을 하셨다. 70대 할머니는 전원 스위치 켜고 끄는 것 정도만 안다고.



IMG_5311.jpg?type=w966 한 겨울에 핀 꽃을 봐라.



뉴요커들이 낯선 사람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모이면 금방 친해진다. 그들은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등 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주로 음악가와 여행 이야기를 한다. 카네기 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도서관 사서, 저널리스트, 화가, 지휘자, 은퇴한 시니어 벤자민, 독일어 강사, 일본 디자이너, 번역가, 프리랜서, 음악가, 프린스턴 대학과 콜럼비아 대학교수, 은퇴한 변호사, 콜럼비아 대학원생, 음악 사랑하는 노인들, 다른 주에서 온 여의사(전직 발레리나), 수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 자주 카네기 홀에 가니 카네기 홀 직원 얼굴도 알게 되니 맨해튼 거리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뉴욕의 살아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는 보물이었는데 언제 다시 가 볼까. 아들은 엄마가 맨해튼에 가지 않아도 괜찮은지 물어서 웃었다. 맨해튼이 보물섬이란 것을 알고 학교에 수업받으러 가듯 거의 매일 맨해튼에 가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접하곤 했는데 언제 다시 뉴욕이 깨어날까. 빨리 코로나 끝나고 뉴욕이 깨어나면 좋겠다. 나의 사랑스러운 보물섬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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