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곡

by 김지수

2021. 1. 30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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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에도 참고 견뎌야 하는 한겨울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게 최고의 즐거움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매일 가는 호수가 그리워 마음 단단히 먹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추운 날은 겨울 철새가 안 보이기도 하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한파로 호수가 꽁꽁 얼어 있는 곳은 아이스하키 해도 될 정도였다.



IMG_7669.jpg?type=w966 아이스하키 해도 좋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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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실제로 아이스하키 연습하는 부자를 보기도 했다. 꽤 오래전 처음으로 줄리아드 학교에 찾아가는 길 맨해튼 펜스테이션 역에 내려 지하철 타려고 기다리는데 하이스하키 장비를 든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 같기도 하고 한국과 다른 뉴욕 문화를 접했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 속에서 본 아이스하키 팬이 뉴욕에 많구나 짐작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그 경기를 본 다는 것을 알고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저렴한 티켓 사서 딱 한 번 보러 갔는데 너무 추워 혼났다. 친구랑 함께 가든지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며 보면 더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냥 혼자서 경기를 보니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난 추억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어릴 적 꿈꾸었던 세상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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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추웠지만 전날보다 약간 더 기온이 올라가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호수 주위를 돌면서 산책하는데 추워서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면 시려 사진 찍기가 사실 힘든 날이었다. 그냥 돌아설까 하는데 겨울 햇살이 부서지는 호수 풍경이 날 사로잡아 잠시 더 머물기로 결정했고 더 예쁜 풍경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햇살이 부서지는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하다. 추운데 좀 더 오래 머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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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은 한 폭의 그림이 되기도 한다. 갈매기 소리 자주 듣는데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저장이 될까. 맨해튼에서 자주 공연 보면 아름다운 선율이 머릿속에 저장될 텐데 코로나로 뉴욕이 멈춰 요즘은 자연과 함께 놀고 있다. 자주 겨울 철새를 보니 갈매기 언어를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기러기 볼 기회조차 드물었고 갈매기 역시 바닷가에 가야만 보았는데 집 근처 공원에서 보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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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에 맑게 빛나는 내 슬픈 얼굴아 기러기 울며 날아간 하늘을 보라 그리움 눈처럼 쌓여 언덕을 굴러 넘고 바람 달빛 날린다 내 텅 빈 뜨락에 바람은 마른 잎을 휘몰고 사라졌는데 왜 아픈 그리움의 조각배는 내 가슴에 떠있는가 지울 수 없나 없~~~ 나 겨울이면 떠오는 영상 바람에 시린 내 사랑 얼어버린 슬픈 뒷모습 얼어버린 슬픈 뒷모습



겨울 애상 -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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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다리지 않고 빨리 떠났으면 보지 못할 예쁜 풍경. 삶은 기다림인가. 호수 풍경 사진도 기다려야 그림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춥다고 그냥 집에 돌아왔으면 모르고 지났을 텐데 사진을 찍어 기록하니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ayeb3hP7-WojS5o976bDRYnP1qw 얼어붙은 호수 풍경이 첼시 갤러리 작품 같아.





소곡(小曲)’- 박목월(1916~78)


불이 켜질 무렵

잠드는 바람 같은

목마름


진실로

겨울의 해질 무렵

잠드는 바람 같은

적막한 명목(暝目).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소곡'



IMG_7654.jpg?type=w966 새해 1월 날 행복하게 해 주더니 이제 작별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웃집 뜰에 핀 동백꽃도 다시 보러 갔는데 거의 시들어 가고 있었다. 새해 첫날 동백꽃을 보며 기뻐했는데 한 달이 되어가니 시든 게 당연했다.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는 꽃. 인생의 꽃도 그러하겠지. 사람마다 피는 때가 달라.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겨울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 있듯이. 참 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씨를 뿌리고 가꾸면 세월이 흘러가면 인생의 꽃이 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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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눈부신 파란 하늘이 미소를 짓던 날! 뉴욕의 하늘은 인상파 그림처럼 뭉게구름이 많은데 평소와 달랐다. 서부 캘리포니아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다고 딸이 자주 말했다.


아주 오래전 캘리포니아에 두 자녀와 함께 여행 갔을 때는 하늘도 쳐다보지 않았나 기억이 없다. 책에서 보던 명성 높은 금문교에 갔는데 한여름인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너무 추워 혼이 난 기억만 떠오른다. 멋진 물안개 핀 금문교를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여행객이 좋은 날씨를 만나면 행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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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호수 풍경 보며 마음 따뜻한 하루를 보냈다. 춥다고 집안에서 지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경. 매일 산책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운동도 되니 건강에도 좋고 멋진 풍경 보면 행복하고 즐거움도 준다. 사진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려 힘들지만 나중에도 다시 볼 수 있고 좋아하니까 참고 견디며 작업한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까기 오래 걸리지만 행복을 가져온다. 매일 산책하다 보니 동장군이 찾아왔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호수에 데리고 간다.



새해 겨울 호수 풍경 보며 겨울 운치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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