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월(2021년)

by 김지수


FoaW4GhTzZOnL8pQn5cWdeZLwQU 허드슨 강 석양


코로나 전과 확실히 달라진 새해. 코로나 전에는 매일 맨해튼에 가서 공연과 전시회 보고 북카페에서 책 읽으며 놀았는데 새해를 맞이하여 매일 공원 호수에 가서 겨울 철새와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새벽 여명의 빛에 반짝이는 호수는 모네 그림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예쁜 색이라서 즐거웠고 추운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겨울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 줘 좋았고 구겐하임 미술관 특별전 같은 느낌의 호수도 보았고 갈매기 춤추는 호수에서 아이스하키 하는 것도 보았지. 매일매일 새로운 호수 풍경을 보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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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regCSI24ufl_UCI7knymEikis 뉴욕 플러싱 일출



가끔 새벽 하늘빛과 황홀한 석양을 보고 한겨울에 핀 붉은 동백꽃과 겨울 장미와 제비꽃과 민들레 꽃등을 보고 새들의 합창 들으며 산책하다 귀한 딱따구리 새와 매와 함께 뉴욕에서 자주 보는 파랑새와 빨강 새 노래 들으면 행복했다.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하얀 드레스를 입으면 얼마나 예쁜지. 하얀 눈이 잠시 내린 순간도 놓치지 않고 공원에 달려가 숲 속에서 거닐며 기쁨을 맛보았다. 딸과 자주 동네 파리바케트에 가서 라테 커피 사 먹고 아들과 자주 조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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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로운 변화를 맞았는데 다름 아닌 딸이 구입한 스마트 TV. 플러싱에 이사 온 후 수신료가 비싸고 늘 바빠서 티브이를 보지 않은 채 세월이 흘러갔는데 스마트 티브이는 수신료 없이 인터넷으로 시청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지. 무엇보다 사운드와 영상이 아주 좋아져 세상 많이 변함을 느꼈다. 전에는 소음 같은 소리를 듣고 살았을까. 함께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으니 좋다.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 메디치 영화가 재밌더라. 아직 마지막까지 다 보지 않았지만 나처럼 세상모른 사람에게는 교훈을 많이 준다. 사람들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들어야 하는데 늘 나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티브이 구입하기 전에는 각자 컴퓨터로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곤 했다. 세대가 다른 두 자녀와 같은 곡을 좋아하면 느낌이 특별하다. 프랭크 시나트라 곡을 대학 시절 자주 들었는데 그땐 뉴욕에 관심조차 없어서 잘 몰랐다. 또 내가 대학 시절 좋아한 캐나다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 노래를 딸이 들으며 누구 노래인가 알아맞혀보라고 하는데 가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딸이 엄마를 위해 구입한 접시 정리대 역시 큰 도움이 된다. 전에 사용하던 것도 역시 딸이 구입했는데 이번에는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구입하니 가격이 비싸 돈이 말하는 세상을 다시 느꼈지. 1940년대 완공된 역사 깊은 아파트 화장실은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정도다. 샤워를 하면 습기가 마르지 않고 쉽게 곰팡이가 생겨 어려운 점이 많은데 딸이 아마존에서 구입한 곰팡이 제거제가 한국산이라고. 아주 값싼 페인트를 왜 욕실에 사용하는지. 아주 고급 재질은 아니어도 최소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재료는 사용해 지으면 좋았을 텐데.


30c5m2vnlGhVuzxoku4KGSjnSzA 무척 예쁜 겨울 해님


가끔은 아들이 요리를 하니 가만히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늘 바쁜 딸은 음식을 주문하니 감사함으로 먹었다. 생에 처음으로 맛본 네팔 음식 맛이 좋았다. 입맛이 아주 까다롭지는 않은데 가끔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어서 딸이 약간 걱정을 했는데 엄마가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네팔 하니 히말라야 산 안나푸르나가 떠올라 오래전 그곳에 등반 다녀온 지인에게 목도리와 꿀을 선물 받은 기억이 생각났다. 안나푸르나 등반은 그냥 쉽게 되는 게 아닌 듯. 대학 시절부터 산악반에 가입해서 활동했다고. 미리 히말라야 산에 등반가기 전에도 준비한다고 들었다. 말하자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려면 미리 준비가 되어야만 하듯이. 하루아침에 그냥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분 부모님도 재력가 지인도 재력가. 능력 많은 지인은 돈 버는 재주가 많은데 유난히 돼지 인형을 좋아해 여행 가면 늘 사 오곤 하셔 우리 가족도 여행을 가면 되지 인형을 사서 선물했다. 내가 뉴욕을 떠나 오기 전 싱글이었는데 지금도 싱글일까. 뉴욕 삶이 참 복잡하니 가까운 지인들과도 연락이 두절되었다. 내 형편이 좋아야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지 반대라면 조용히 지내게 된다.


딸과 두 번인가 맨해튼에 갔나. 한 번은 1월 7일 목요일 오후였다. 중대한 일이 있었던 날이라서 기억한다. 딸은 일을 마치고 함께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는데 추운 겨울날 실내 영업이 안 되니 갈 곳도 없어서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 스퀘어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 일본 서점에 들어가 놀았다. 일본어와 영어 서적도 팔고 동시 다양한 물품도 파는데 지하로 내려가니 일본에서 온 작은 문고판 책들이 보여 대학 시절 즐겨 읽던 삼중당 문고판이 떠올랐다. 일본 동경과 후지산 등에 딱 한 번 여행 가서 잘 모른데 삼중당 문고판이 일본 출판사를 보고 비슷한 사이즈 책을 출판하지 않았을까 혼자 짐작했다.


카네기 홀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릴 때 자주 만나던 세 명의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들 부자인데 얼마나 아끼고 사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세 사람 모두 맨해튼 미드타운에 사는데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일본 모자 디자이너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 같으나 나이가 얼마인지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일찍 뉴욕에 유학 와서 공부하고 자리 잡으니 나와 길이 다르고 더구나 자녀도 출산하지 않아 삶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예일대 대학원 출신 아가씨는 오래전 유엔에서 근무하고 지금은 프리랜서.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 빵과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브루클린에서 팔았는데 사업이 잘 안되어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다른 한분은 할머니. 미드타운 5번가에 산다. 아드님이 MIT 박사 출신. 언젠가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 아들과 내 뒤에 앉아서 공연을 보아 인사를 했다. 박사 과정 마치고 연구소에서 일하는데 대학생처럼 젊게 보여 놀랐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공부했던 천재 아들이 고마운 줄 늦게 알았다고. 요즘 젊은 부모는 자녀 교육으로 몸살을 앓는데 할머니는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트레킹을 무척 사랑하셔 미리 책을 보고 조사한 후 혼자서 여행을 떠나셨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 시니어 센터에서는 무료로 도자기 수업도 받는다고 내게도 추천하셨다. 함께 카네기 홀 맞은편 일본 갤러리에서 도자기 특별전을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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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변 와인 바 City Vineyard



딸과 두 번째 맨해튼 나들이 때 허드슨 강변에 있는 와인바에 갔다. 처음으로 갔는데 석양이 질 무렵이라 기쁨이 넘쳤다. 갑자기 나들이하자고 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 결정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과 석양 지는 시각이라서 와인 맛보지 않아도 좋았을 정도. 허드슨 강변 트라이베카에 산다면 좋을 텐데 렌트비가 하늘 같다고 하더라.


지난주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집이 냉동고로 변해 창고에 든 전기난로를 꺼내 켜기 시작했지만 다음 달 폭풍 전기세가 미리 걱정이 된다. 안 그래도 비싼 전기요금. 매년 전기 요금은 인상되고. 너무 추워 안 켤 수도 없다. 추운 날 난방을 잘해주면 좋겠는데 북극처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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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부지런했다면 자주 뮤지엄과 갤러리에 방문했을 텐데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는 시간. 갤러리에서 특별전이 열린다고 연락이 오는데도 게을렀다. 평소 내 용돈은 교통비와 커피 한 잔 값. 맨해튼 나들이를 하지 않으니 내 용돈이 팍 줄어들었다. 비싼 교통비도 안 들고 커피 값 지출도 없었다. 맨해튼에 가면 커피 한 잔이면 천국을 구경했는데 지금은 커피 한 잔 사 먹지 않고 동네 공원에서 천국을 발견했다. 평범한 내게 단 하나 있는 재주라면 '즐겁게 노는 재주'. 하늘이 꺼져도 희망을 갖고 행복하게 산다. 삶이 어찌 항상 기쁨만 넘치겠어. 슬픔일은 무진장 많지.


새해 1월 딱 두 번 기록을 하지 않았다. 무척 바빠서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루다 결국 기억 창고가 사라졌다. 1월 6일과 7일. 6일 기억난 내용은 아들이 만든 브라우니 먹고 함께 조깅하고 딸과 함께 카페에 가고 호수에 가고... 1월 7일은 오후 딸과 맨해튼에 갔다. 1월의 가장 큰 비중은 호수 산책. 매일 사진 작업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는데 즐겁게 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새해 1월이 이렇게 떠나고 말았다.





기억을 더듬으니 맨해튼에 세 번 갔다. 허드슨 강변 와인바에 가기 전날 센트럴 파크에 갔다. 거리 음악가 노래가 무척 좋았던 날인데 깜박 잊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플라자 호텔 근처 프렌치 카페에 가서 빵과 커피를 사 먹으며 공원에 가서 겨울 운치를 느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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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좋아하던 노래

Georges Moustaki - Ma solitude (sous-titres en français)






자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지난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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