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으러 센트럴 파크에 갔다

by 김지수

2021. 2. 6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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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871.jpg?type=w966 코로나가 뭐냐. 무진장 많구나. 스케이트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정말 많더라.



창밖은 아름다운 그림. 하얀 눈이 말없이 찾아와 아직도 지상에 머물고 있다. 공포의 추위가 아니라면 진즉 사라졌을 텐데 지난 월요일 뉴욕에 찾아온 괴물 눈폭풍 괴력이 무시무시했나 보다. 매일 눈뜨면 말없이 사라지는 하루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힘을 내어 지하철을 타고 행복을 찾으러 맨해튼에 갔다.


오랜만에 첼시 갤러리에 방문할까 하다 가는 도중 내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려 플라자 호텔 앞에 내리고 말아 나도 모르게 나의 연인 센트럴 파크에 갔다. 사실 나의 연인이 아니라 만인의 연인 센트럴 파크 겨울 왕국은 예쁘다.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이 밀려오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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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강아지들도 무진장 많은 뉴욕 눈이 즐거워.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산책하면 좋을 텐데 플라자 호텔 푸드 홀은 코로나로 닫혀 버려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딸과 내가 사랑하는 프렌치 카페는 약간 떨어져 있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커피 없이 홀로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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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난 바다와 호수를 무척 사랑한다. 호수만 보면 기분이 하늘로 둥둥 날아간다. 청둥오리와 기러기와 비둘기와 새들의 소리 들으며 산책하다 큰 사과를 먹는 청설모랑 눈이 마주쳤다. 작년 여름 동네 마트에 다녀오다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먹는 새들을 먹고 놀란 기억도 난다. 작은 새들이 사과를 먹는다는 것을 처음 보아서 재밌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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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낀 눈사람, 사과 먹는 청설모, 행복 주는 파랑새


청설모가 사과 먹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았다. 한겨울 먹을 게 귀하니 사과는 얼마나 맛이 좋을까. 그런데 나랑 눈이 마주치다 사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 미안해 청설모님!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 내려와 사과를 찾으려다 그냥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좋다 말았어. 괜히 바라보았어. 남에게 피해 주면 안 되는데 그냥 처음 보는 풍경이라서 놀란 사슴 눈으로 바라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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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534.jpg?type=w966 센트럴 파크 쉽 메도우에서 바라본 빌딩 숲



매년 여름에는 노인 화가가그림을 그리는 쉽 메도우에도 다시 방문했다. 하늘을 찌를 듯 하늘 높이 올라가는 빌딩 숲 전망이 아름답고도 슬픈 곳. 왜 내가 살 곳은 없담 하고 혼자 중얼중얼해봤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폭풍 같은 돈벼락을 맞지 않는 한 가난한 내가 어찌 센트럴 파크 근처 아파트를 구할까. 왕자님이 나타나 선물로 준다는 것은 꿈에도 불가능한 일이겠지.


어린 왕자를 집필한 생떽쥐베리는 센트럴 파크 근처에 살았다. 그가 뉴욕에 와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어린 왕자를 집필한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센트럴 파크 아파트는 지인이 마련해 주었다고 오래전 책에서 읽었는데 기억이 흐리다.


1941년 1월- 1943년 3월 사이 생떽쥐베리는 제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뉴욕으로 건너와 센트럴파크 사우스 240번지 펜트하우스와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 Asharoken 마을 임대 맨션에서 지냈고 퀘벡에서도 시간을 보냈다. 1942년 여름과 가을 롱아일랜드에서 어린 왕자를 집필했다.


하얀 숲 속의 궁전에서 나의 천사도 만나 행복했다. 천사는 다름 아닌 거리 음악가. 하얀 눈 내린 공원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니 얼마나 좋아. 날 기쁘게 한 천사는 나처럼 중년으로 보이던데 노래를 잘 불렀다. 추운 겨울날 센트럴 파크에 거리 음악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방문객이 많다는 의미. 코로나는 사라졌나 봐. 공원에 무진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가 뭐냐.


지난봄 아름다운 다리 '보 브리지' 근처 호수에 벚꽃 사진 찍으러 갈 때는 정말 손가락으로 셀만큼 소수의 방문객이 산책을 하고 있었지만 하늘의 별처럼 많은 방문객들을 보았다. 정말 코로나는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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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달리 사망자도 그리 많지 않다는 말도 들려오고 진짜와 가짜 뉴스 구분하기도 사실 쉽지 않고 세상은 어지럽고 복잡하다. 중국 무협지 삼국지에서 '황건적이 날뛰는 어지러운 세상'이란 표현이 중학교 무렵 실감 나지 않았는데 코로나 전쟁 중인 지금 그 표현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른다. 정말 어지러운 세상이야. 사기꾼도 많아져가고 범죄율도 높아져 가고 갈수록 서민들이 살기 힘든 세상.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많아져가니 부자들은 집안을 멋지게 꾸미고 장식한다고 하는데 서민들은 먹고 살 걱정을 하니 정신과에서 상담하는 환자도 점점 더 많아져간다고.


괴물 눈폭풍 덕분에 아직 눈 덮인 세상이라 마치 러시아 영화 같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신나게 뛰어다녔어. 눈밭에서 뒹굴뒹굴하고 싶은데 마음만 뒹굴뒹굴했다. 검은색 선글라스 낀 하얀 눈사람도 보고 겨울나무 가지에서 노래 부르는 파랑새들도 많이 보아서 행복이 밀려왔지.


나의 천사 거리 음악가 노래 들으며 베데스다 테라스 계단을 내려가니 또 다른 거리 음악가는 사라지고 바흐 무반주 곡 사라방드 악보만 펼쳐져 있었다. 하얀 숲 속으로 변한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은 기쁨을 가득 주니 연인들도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행복 찾기를 하고 눈사람과 사진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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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651.jpg?type=w966 미소 짓는 하얀 눈사람



다시 한번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눈사람을 보았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미소 짓는 하얀 눈사람. 센트럴 파크에서 무진장 많은 눈사람을 봤지만 미소 짓는 표정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루브르 뮤지엄 벽에 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작품이 생각난다. 코로나로 경영난에 시달린다고 온라인 경매 행사를 열었는데 모나리자를 가까이서 혼자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가격이 무려 8만 유로( 조선일보 입력 2020.12.16 <얼마면 되겠니, 모나리자 나 홀로 감상>)


경매 전 박물관 측은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단독으로 볼 수 있는 기회’ 경매 품목에 1만~3만 유로(약 1300만~4000만 원)가 책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낙찰가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한 익명의 온라인 입찰자가 이를 8만 유로(약 1억 650만 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살다 처음 보는 일이다. 하긴 파리 루브르 뮤지엄에서 모나리자 작품 보기가 어디 쉬운가. 21년 전 추운 겨울 파리 여행 가서 무진장 많은 방문객들 속에 끼여서 멀리서 그림 보는데 차라리 그림엽서로 보는 게 백배 더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피곤하고 보이지도 않았다. 중학교 시절 세계 명화 그림엽서를 모으며 행복했다. 학교 매점에 가서 예쁜 볼펜과 그림엽서 모을 때 마음속에 행복이 차곡차곡 쌓였다.


뉴욕도 코로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메트 뮤지엄 작품을 판매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2월은 예약이 다 차서 방문도 어려운 메트 뮤지엄. 밸런타인데이라서 그럴까.


미소 짓는 하얀 눈사람 보고 호수에 갔는데 며칠 전 가까이서 봤던 기러기들은 저 멀리에 있으니 항상 기회가 오지 않아. 하얀 눈밭에서 산책하는 기러기떼 풍경은 멀리 여행 가지 않고 공원에서 보니 기분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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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호수만 보면 좋다. 내 눈에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 빛이 아지 섹시해 보여. 이상해. 왜 그런지 나도 모른데 암튼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호수에 찾아간다. 센트럴 파크가 아주 커서 할렘 근처에 가려다 다시 늘 가던 코스만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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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에 거리 음악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방문객이 많다는 의미 같아.


겨울 왕국 센트럴 파크에서 파랑새 노래 듣고 귀여운 청설모랑 눈이 마주치고 미소 짓는 하얀 눈사람 보고 거리 음악가 노래 듣고 하얀 눈밭에서 내 마음은 뒹굴뒹굴하며 내 가슴 가득 행복을 찾고 집에 돌아왔다. 비용은 왕복 교통비(5.5불). 물론 주말이라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무게감이 있지만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어떡하겠어. 그러니까 맨해튼에 살고 싶은데 가난한 내게도 기회가 올까.


내가 찾지 않으면 그냥 굴러오지 않지만 소소한 행복은 스스로 찾으면 얼마든지 널려 있다. 내가 귀찮다고 센트럴 파크에 가지 않았다면 결코 행복을 찾지 못했을 텐데.


뜬금없이 이동원의 노래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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