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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05. 2018

뉴욕 공립학교 보고 느낀 대로

뉴욕에서 두 자녀를 교육하며 보고 느낀 점을 간단히 요약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뉴욕에 와서 중고교 과정을 공부를 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 낯선 외국어가 하루아침에 모국어로 변하지 않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힘든 고교 과정에서 많은 도전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미국 고교 과정은 결코 쉽지 않고, 학생들은 대학 레벨 AP 수업을 많이 받고, 상류층 자녀들은 개인 교사랑 함께 공부를 하면서 시험 준비를 하고 그런 면에서 한국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밤늦게까지 학원에 가서 공부하거나 자정이 지나 집에 돌아온 경우는 들어본 적은 없다. 


뉴욕의 경우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열정적이고 형편이 어려운 이민자 가정은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고. 비단 대학 레벨 수업이 아니더라도 뉴욕에서도 좋은 수능 점수를 받기 위해 개인 교사와 함께 공부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에 보내고,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는 여름 방학 동안 서울에 가서 고액 과외를 받고 뉴욕에 오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 수능 점수가 더 좋은 편이다고 모두 알고 있다. 

다인종이 거주하는 미국 공교육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 나라 미국이니 빈부차가 크고 당연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상류층 자제들은 명성 높은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명문 사립학교는 입학 조건도 아주 까다롭고 모두 입학하는 게 아니니 가문의 영광이고, 좋은 학생들과 교류를 하며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평생 좋은 인연으로 남는다면 아주 좋은 일이나 학비는 일반 가정에게 엄청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한인 가정에서도 미국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는 분도 있고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다.

나의 사고방식은 형편에 맞는 최고의 교육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난 두 자녀를 뉴욕 공립학교에 보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경우 공립학교도 아주 좋은 편이고 학교 규모와 시설이 마치 영화 같다. 뉴욕 공립학교시설이 그리 멋진 줄  한국에서 결코 알 수 없었다. 학부형들이 학교에 기부금도 많이 내고 당연 학교로서는 기부금을 내는 학부형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국만 치맛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일도 많다고 한다.

 롱아일랜드 경우 고등학생들은 스스로 운전을 해 학교에 가는 경우도 많고, 한국에서 일반인에게 보편화되지 않은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고 빈부 차이가 정말 크다고 느낀 것은 한국이 아니라 뉴욕이다. 럭셔리 브랜드 옷을 입고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하고 그게 다 돈이다. 이런 교육 환경을 한국에서 알기 어렵다. 뉴욕에 오면 사춘기 학생들이 피부로 느낀 충격이 얼마나 클지. 어른들은 어릴 적부터  빈부 차이를 느끼며 자라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사춘기 학생들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많고 그래서 가난한 이민자 가정 학생들의 고충이 아주 크다. 

 롱아일랜드 공립학교도 학교별로 분위기가 약간씩 다르고 롱아일랜드에서 가장 세금 많이 내는 부자동네 딕스 힐(Dix Hills)이 우리 가족의 첫 정착지였고 사실 그때 난 그 동네가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낸 줄도 몰랐다. 학교에서 경제학 수업을 받으니 경제학 교수님께서 딕스 힐 지역이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하셨다.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와서 아키아에서 가구 구입해 조립해 책상과 침대와 서랍장 정도 되는 살림과 부자와 차이가 얼마나 클지. 

결국 난 딕스 힐에서 제리코(Jericho)로 이사를 하고 말았다. 두 동네 모두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고 부자 동네로 소문난 지역이고 제리코는 더 보수적인 분위기라 학생들이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고 다닌 것보다 학부모가 매일 픽업하는 경우가 많고 분위기가 좀 가라앉는 동네였고 딕스 힐은 백인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였고 제리코는 다인종이 거주한다. 반드시 백인 학생이 많은 학교가 좋은 것도 아닌 것을 깨달았다.

미국에 살 때 영주권이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크다. 최소 영주권이 있어야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 일부 고등학교 학생들은 리서치 대회에 참가하고 대학 입시에 리서치 대회 성적이 반영이 되나 영주권이 없는 학생은 대회에 참가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이민자 가정 학생들은 고충을 받고 차별을 받는다. 미국에 오면 모두 차별 없는 사회에서 사는 게 아니다. 

뉴욕 고등학교 운동 시설도 정말 좋고 고등학교 학생들은 골프, 수영, 테니스, 축구, 농구 등을 잘한다. 선발된 학생들이 학교 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아무나 대표 선수로 활동하는 게 아니고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열리는 운동 경기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받으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해 간다. 제리코 고등학교 테니스 선수는 예일대학 특차로 선발되어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고 그때 그 학생이 미국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에 참가해 10위 권 안에 들었다고. 운동을 잘한다는 것도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은 아니고 재능도 있고 매일 열심히 연습을 해야 가능할 것으로 짐작한다. 지역 커뮤니티에도 축구 시설 등이 잘 되어 있고 모두 운동을 열심히 한다. 

또 한 가지 한국과 다른 면 가운데 하나는 악기 교육이다. 한국에서 악기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영수 과목에 치중했는데 뉴욕에 와서 지내니 많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수업을 받으니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자녀가 악기 레슨을 받게 되었다고 말씀하는 분도 계셨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기 레슨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런 경우 플루트 등 다른 악기 레슨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는 일반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다. 뉴욕은 일반 공립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있고 아주 많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 수업을 받는다. 뉴욕의 경우 해마다 5월에 니즈마 음악 축제(NYSSMA: The New York State School Music Association)가 열리고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다. 1- 6단계로 나뉘고 학생 수준에 따라 레벨에 맞는 시험을 치른다. 바이올린 경우 피아노 반주가 필요한 경우 반주자를 동반해서 음악 시험을 보러 간다. 

뉴욕에서 공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학비를 내지 않지만 미국은 여름 방학이 아주 길고 방학 동안 캠프에 많이 참석한다. 명성 높은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원서를 보내고 에세이, 학교 성적서와 추천서 등을 보내고 합격을 받아야 캠프에 참가할 수 있다. 


이런 교육 환경은 한국에서 미처 알지 못했고 예상외로 많은 교육비가 든 경우다. 아들의 경우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에서 매주 토요일에 가서 수업을 받아 음악 캠프 한 곳에만 보냈지만 딸은 꽤 많은 캠프에 참가했다. 모두 스스로 원서를 보내고 엄마는 캠프 비용을 도와준 게 전부다. 


고등학교 시절 모든 활동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어 많은 학생들이 캠프에 간다. 또한 좋아하는 캠프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여름 방학을 보낸 것도 이유가 될 테고. 한국에서 여름 캠프 비용이 30만 원이라고 해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캠프별로 비용이 다르지만 평균 4천 불- 1만 불 정도에 이른다. 미국 교육비가 얼마나 비싼지 한국에서 결코 상상 밖이다. 


마지막 부분은 뉴욕 공립학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참고로 적는다. 또한 음악 재능 학교는 일반 사립학교와 다르고 뉴욕 상류층 가운데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줄리어드 예비 음악 학교와 맨해튼 예비 음악 학교에 보낸 경우도 꽤 있다. 그만큼 학군 좋은 뉴욕 공립학교 환경은 아주 좋다.  


내가 뉴욕에 와서 지내면서 맨 처음으로 한국과 큰 문화 차이를 느낀 것이 아들이 공부했던 맨해튼 예비 음악학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서였다. 당시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라 맨해튼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게 너무 힘든 일에 속했지만 아들이 연주하는 공연은 보러 가려고 애를 썼다. 첫 공연을 보고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그때 뉴욕이 한국과 많이 다른 것을 느꼈다. 물론 맨해튼 예비 음악 학교는 일반 학교가 아니라 재능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음악 학교(사립학교)에 속한다. 당연 일반 학교 오케스트라와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201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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