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즐거운 하루/ 장보기, 산책, 호주 오픈

by 김지수

2021. 2. 17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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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딸과 함께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김치, 감자, 양파, 대파, 두부, 귤, 찌개용 돼지고기, 연어, 찜용 갈비 약간 등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가 없으니 장보기가 쉽지만 않은데 늘 딸이 무거운 짐을 든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오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서서히 봄이 오려나. 며칠 전부터 새들의 노랫소리가 더 자주 들려온다. 세일 중인 대파 약간을 사 와도 행복한 나. 텅 빈 냉장고에 식품을 가득 채우니 기분이 좋다.


브런치로 김치찌개를 끓여 맛있게 먹었다. 두부와 김치와 돼지고기와 파도 있으니 쉽게 준비할 수 있고 겨울날 먹기 좋은 메뉴다. 전날 저녁 딸이 피자를 주문한 바람에 밥통에 식은 밥이 남아 있었다. 김치찌개는 식은 밥이랑 먹어야 더 좋다는 두 자녀.


피자 덕분에 식사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넉넉한 저녁을 보내며 뉴욕필 설날 축제도 조금 보고 오랜만에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 연주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작년 봄에 카네기 홀에서 그의 피아노 독주를 볼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쉽게 볼 수 없었다. 카네기 홀에서 가끔씩 만난 중국과 홍콩에서 온 두 명의 유학생 덕분에 그의 공연이 작년 5월인가 예정되었단 것을 알게 되었다. 피아노와 지휘를 전공하던 두 명의 유학생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카네기 홀 공연 스케줄을 미리 확인하고 머릿속에 외우고 있어서 역시 다름을 느꼈다.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가 삶을 다르게 변화시킨다.




카네기 홀에서 저렴한 티켓을 판다는 것도 늦게 늦게 알았다. 내가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냥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았다. 오래전에는 대가들의 공연 티켓이 너무 비싸니 그냥 포기한 경우도 많았는데 저렴한 티켓을 판다고 알고 나서 아침 일찍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내게 즐거움을 가득 안겨준 카네기 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따뜻한 차를 끓여와 함께 나눠 마시자고 한 모스크바 출신 할아버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일하는 아들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고. 반대로 연구소에서 일할 때 만난 교수님은 스페인 여행은 돈이 많이 들더라고 하셨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전 맨해튼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종일 즐겁게 놀았으니까. 누가 내게 보물섬을 알려준 것도 아니고 수년 동안 매일 맨해튼에 가서 하루 1만 보 이상 걸으며 책을 읽으며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알게 되었다. 아, 그리운 카네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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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085.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 창문 반사 이미지가 그림 같아.



점심 식사 후 혼자서 호수에 산책을 갔다. 며칠 전 플러싱 주택가 창문 반사 이미지가 피카소 그림 같아서 다시 확인하러 갔는데 풍경이 자주 변한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늘 지나치던 장소인데 난 장님처럼 살았나 보다. 앞으로 자주자주 가서 보고 사진을 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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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수에 도착하니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기러기 3마리만 보이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전날은 날씨가 좋아서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더 많고 겨울 철새도 더 많았는데 날씨에 무척 민감한 겨울 철새. 구름 속에서 나온 겨울 해님 보며 호수에서 산책할 때 하얀 갈매기 몇 마리와 까마귀 몇 마리 날아왔다. 아주 잠시 갈매기들이 하늘을 빙빙 돌았다. 날 환영한다는 의미였나. 내 멋대로 상상하며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갈매기는 오래 머물지 않고 멀리 떠났다. 찰나를 놓치면 영원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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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호주 오픈 여자단식 준결승전/오사카 나오미 우승(사진 위),



수요일 밤 10시 지나 호주 오픈 여자 단신 준결승전을 보았다. 일본 출신 오사카 나오미와 미국 출신 세레나 윌리엄스의 대결이었다. 두 자녀는 누가 이길 거 같냐고 물으니 젊은 오사카가 더 유리할 거라 말하면서 나이 든 세레나 윌리엄스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39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결혼 후 딸도 출산한 후다. 테니스 경기는 정신력도 중요하고 경험도 중요하지만 체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오사카 나오미는 23살. 그녀의 아이돌이 세레나 윌리엄스였는데 2년 전(2018.9.8) 유에스 오픈에서 오사카가 우승했다. 이번에도 오사카에게 지고 말았으니 세레나 윌리엄스 마음이 아플 거 같다. 그래도 세레나가 이번 경기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웃으면서 하니 내 마음도 편했다. 의도하지 않지만 누구나 실수를 한다.


코로나가 찾아와 작년 유에스 오픈 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없어서 너무나 아쉬웠지.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늦게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가 플러싱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 두 자녀와 함께 가서 한 밤중까지 경기를 보고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가끔은 아주 비싼 아이스크림과 커피도 사 먹으면서 가끔은 딸이 사준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석양이 질 무렵 뉴욕의 하늘도 바라보곤 했지. 본선 경기 열리기 전 예선 경기를 치르는 동안은 무료라서 집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라 다른 스케줄 다 비우고 아들과 함께 테니스를 보러 가곤 했다. 멀리 시카고에서 경기를 보러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젊은 아빠도 보았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는 온몸에 땀을 줄줄 흐르며 경기를 하고 우린 편히 스테디움에 앉아서 경기를 보면서도 태양이 너무 강렬해 불평했지.


요즘 맨해튼 나들이를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는데 White Wave Young Soon Kim, David Zwirner, 누 갤러리, 보스턴 미술관 등 수많은 곳에서 이메일이 온다. 첼시 갤러리에 간지도 꽤 되어가는데 방문해야 할 텐데 왜 나의 에너지는 사라지고 없을까. 작년 계획 가운데 하나가 매주 토요일 첼시 갤러리에서 전시회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 보는 것이었는데 코로나가 찾아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삶이 뜻대로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지 몰라. 가슴 가득 희망을 품자.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IMG_3281.jpg?type=w966 밤하늘에 예쁜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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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291.jpg?type=w966 언제 봐도 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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