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세상, 매일매일 즐겁게 살자

by 김지수

2021. 2. 20 토요일


어제 그제 하얀 눈이 내려 아직도 추운 겨울. 2월도 저물어 가는데 왜 이리 더디게 봄이 찾아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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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호수에 산 착하러 갔는데 어린 딸과 젊은 아빠가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모습이 정겹게 보여 내 마음도 즐거웠다. 잠시 산책하러 호수에 가지만 그래도 하얀 갈매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혹한이라서 운이 좋으면 겨울 철새를 만나지만 잠시 나타나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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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하늘에서 잠시 맴돌다 마법처럼 사라진 갈매기들. 서로 먼저 먹이 먹으려고 싸우는 갈매기들도 보았다. 먹고사는 걱정 안 하면 좋을 텐데 동물들도 인간 세상처럼 먹이 걱정 하기도 하니 슬프지.


IMG_3707.jpg?type=w966 플러싱 주택가 거리에 버려진 뉴욕 타임스 , 텍사스 재난 기사가 적혀 있다.


호수에 가는 길 동네 주택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뉴욕 타임스 한 뭉치를 보며 크리스티 경매장이 떠올랐다. 뉴욕이 현대 미술의 요람인 것도 모르고 왔는데 그림 애호가에게는 천국의 도시였다. 매일 새로운 전시회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갤러리들과 뮤지엄과 미술관들. 거기에 세계적 수준의 아트 경매장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있으니까.


오래전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면 향기로운 카푸치노도 무료로 주니 초콜릿색 가죽 소파에 편히 앉아 커피 마시며 휴식하다 다시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하니 정말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가 어려운 컨템퍼러리 아트.


어느 날 갤러리에 노끈에 묶인 뉴욕 타임스 신문지 한 뭉치가 놓여 있는데 가격이 수만 불. 내가 모르는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왜 신문지 한 뭉치가 수 만불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시간당 최소 임금 받고 종일 일하는 노동자들도 무척 많고 비싼 렌트비 감당하지 못해 좁은 방에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미술 경매장에 가면 하늘 같은 그림값에 놀라곤 했다. 무지무지 가난하게 파리에서 살다 하늘로 떠난 모딜리아니 그림 가격은 하늘 끝에 가려나. 가끔은 특별 취재를 하러 온 사람들도 보니 세상 구경하는 곳이다. 어떤 할아버지는 30년 전 그림 가격을 기억하고 계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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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보면 기분이 좋다.


어제 그제 눈이 펑펑 내렸는데 오늘 아침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햇살이 창으로 비쳐 밖으로 나가니 파란 하늘이 보여 반가웠지만 여전히 추운 날이라 몸이 피곤했다.


Paris through the WindowMarc Chagall/ 1913; Paris, France


며칠 전 아들이 물었다.
"엄마 코로나 끝나면 가장 먼저 뭐하고 싶어요?"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 파리에 간지도 21년이 지났는데 그 후로 다시 기회가 찾아오지 않고 세월만 말없이 흘러가고 인생도 흘러가고 난 어디만큼 가는 걸까.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첫 도착지는 런던. 그때는 두 자녀 교육으로 무척 바빠 눈코 뜰 새 없었고, 미리 여행서 구입해서 공부할 에너지도 없고, 블로그도 없고 등 여행 정보 없이 떠나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런던에서 지내다 한밤중 파리에 도착해 관광하기 시작. 다빈치 모나리자 그림 보러 루브르 뮤지엄에 갔는데 얼마나 복잡하던지, 그림은 멀리멀리 있어서 보이지도 않고,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해 가족사진 촬영하는데 비가 내려 허둥지둥, 파리 야경이 아름답다고 유람선에 탑승했는데 너무 피곤해 잠들어 버리고, 예술가촌 몽마르트르 언덕에 갔는데 거리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초상화 부탁하지도 않고 추운 겨울이라 여행객도 별로 없고 그저 평범한 동네, 에펠탑 앞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달팽이 요리 먹었는데 그다지 특별한 맛은 없었고 파리 한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주문했는데 1인분 가격은 무려 2만 원씩이나 하는데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않아서 잊히지 않는다. 해외여행 가면 그래도 한식이 최고니 감사함으로 먹었지만. 그때 만난 한인 가이드가 파리에 산지 10년이 지났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단발머리 가이드가 거리에 강아지 배설물 많다고 조심하라고 했지. 한마디로 21년 전 그저 그런 파리 여행을 했다


다시 여행 가면 파리 하늘도 자주자주 쳐다보고, 오페라 극장에 가서 샤갈이 그린 천정화도 보면서 매일 오페라 보든지 방문객 적은 시간에 피카소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 관람하든지 세느 강변과 셍 제르맹 거리와 뤽상부르 공원에서 걸으면서 산책하고 파리의 고서점과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도 방문해서 마음에 드는 책도 구입하고 조용한 갤러리에도 방문하고 로컬이 이용하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쉬고 싶다. 언제 코로나 끝나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다시 여행 가면 미리 공부하고 떠날 테다. 요즘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인터넷에서 세계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으니까.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떠오르게 하는 샤갈 그림

The Fiddler, Marc Chagall/1913; Paris, France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가족사 같다고 말한 수잔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오페라와 음악을 무척 사랑하니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곤 했는데 몹시 그립다. 70대가 되니 건강이 안 좋아 아프면 돈이 든다고 불평하셨는데 뵌 지가 꽤 오래되어간다. 작년 카네기 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볼 때 뵌 게 마지막이었나. 뉴욕에 유대인들도 정말 많이 산다. 고등학교 시절 지붕 위의 바이올린 곡 주제곡을 자주 들었고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로 연주해 보았다.




며칠 전 호주 오픈에서 세레나 윌리엄스와 겨루던 오사카가 우승을 했다. 뉴욕 시간으로 21일 새벽 3시 반에 조코비치와 메드베데프 결승전 경기가 열리는데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언제 코로나가 끝날지도 모르고 세상은 급변하고 코로나 후 어떤 세상이 올지 예측만 할 뿐 정확히 알 수 없다. 매일매일 즐겁게 사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맨해튼이 그립기도 하는데 추운 겨울이라 내가 사는 동네에서 머문다.


저녁 식사는 아들이 준비한 맛있는 탕수육. 요리를 사랑하는 아들은 가끔씩 엄마를 위해 요리를 한다. 자주 설거지도 하니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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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이 미소 짓던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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