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by 김지수


어느 날 운명의 회오리바람이 불어 우리 가족의 탄 배는 파손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되었다. 어쩌다 슬픈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왔다. 40대 중반 뉴욕에 간다고 하니 모두가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다. 기어코 오긴 왔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우리 가족을 숨 막히게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다른 나라에 오면 새로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이는 온 데 간데 없이 두 자녀와 난 제로의 나이로 시작한다. 꽤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이제 겨우 애벌레 단계를 탈피했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서 작은 바람만 불어도 심하게 흔들리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해당한다.


이민은 날개 하나 부러진 경우가 아니라도 오랜 세월 동안 힘들다. 고국 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날개 하나 부러진 경우다. 평범한 이민 가정보다 백배 이상 어렵다. 정말로 슬프고 힘든 이야기는 침묵을 지킨다.


물론 이민생활도 다양하다. 이민 1세와 1.5세의 경우와 달리 이민 2세 삶은 훨씬 더 좋다. 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는 경우라든가 미리 노후 자금을 준비한 은퇴 이민의 경우는 다르다. 또 재능 많은 소수의 삶도 역시나 다르다. 재능 많은 사람은 세계 어디를 가도 환영을 받지만 평범한 이민 1세의 삶은 고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


두 자녀 교육을 위해서 뉴욕에 왔지만 애초 뉴욕에 오래 머물 계획도 없었는데 뉴욕에 와서 공부하고 살면서 아름다운 자연이 멋지단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뉴욕이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란 것을 알고 뉴욕을 사랑하게 되었다. 비록 귀족이 아니라도 뉴욕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면이 매력적이었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서 문화생활하면서 뉴욕이 대학 시절 꿈꾸던 보물섬이란 것도 발견하게 되어 탄성을 질렀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뉴욕이 잠들어 버려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도 보지 못하고 카네기 홀과 줄리아드 학교 등에서 공연을 볼 수도 없다.


우리 집도 파손되지 않았다면 안정 궤도에 들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낼 텐데 수많은 문제와 장벽들로 아직도 숨쉬기도 어려운 입장이라서 한국 친구들과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어간다. 내 삶이 안정되어야 남들과 교류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내가 불안정할 때는 누굴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조용히 혼자 지낸 편이 백만 배 더 좋다.


불안하고 불안한 상황에도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입장이라서 뉴욕에서 혼자 문화생활하거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지내는 순간이 행복하다.


현대인의 삶은 모두 바쁘고 취향도 다르다. 바쁘고 피곤하면 남의 일에 관심도 없고 만사가 귀찮다. 그러니까 혹시나 브런치 글을 읽더라도 너무 피곤할 경우에는 댓글을 적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좋아요'를 누르기도 힘들 것이다. 물론 소수 예외도 있을 것이다. 매일 눈뜨면 브런치 작가 글을 순례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분도 있을 것이다.


너무 바쁘니 언제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꽃에 관심도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웃 브런치에 매일 꽃 사진이 포스팅된다고 원래 관심도 없는데 '좋아요'를 누른 것도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난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나 역시 강요받고 싶지도 않다. 두 자녀에게도 브런치에 가입해서 '좋아요'를 꼭 눌러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만약 내가 부탁한다 하더라도 두 자녀는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그 외 친구들과 지인들과 동생들에게도 부탁한 적이 없다.


난 강요받는 삶을 싫어한다.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가. 내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찾아와 고통의 바다에서 숨 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살고 싶다. 우린 서로 다른 개인 취향을 존중하고 살아야 한다. 난 자연을 사랑한다. 봄이 되면 꽃이 날 유혹하니 매일 꽃 사진을 찍어 올린다.


운명과 내 꿈이 날 뉴욕에 데리고 왔지만 언제 뉴욕을 떠날지도 모른다. 삶은 늘 예측 불허다. 생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늘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기쁨은 함께 나눌 수 있지만 내 고통은 함께 나눌 수 없다. 보통 사람에게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이 내게는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 삶은 평생 눈물바다였고 남몰래 혼자 조용히 울면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매일 눈뜨면 맞이하는 하루를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내 브런치는 평범한 뉴요커의 생존 기록이다. 여기 브런치에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고독한 나를 위한 위로다. 글을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이 된다. 또 만약 뉴욕을 떠나게 되면 그리울 거 같아서 가능한 많은 사진을 찍어 올린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단 것을 브런치 작가는 모두 알 것이다. 브런치에 올려진 글을 읽고 댓글을 적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내용이 간단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아닌 경우도 많다. 개인의 삶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의 경우는 뉴욕 생존 기록이 우선이고 무척 바빠서 내 브런치 관리할 시간도 부족하다. 하루 24시간인데 내가 무슨 재주로 수많은 브런치 포스팅을 읽으며 댓글을 적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좋아요'와 '댓글'을 닫고 싶다. 오래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독자가 읽을 수만 있도록 '댓글'과 '좋아요'를 닫아버렸다.


난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실 이웃 브런치 순례도 자주 하지 않고 댓글을 적는 경우는 소수다.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은 말을 이제야 열게 되었다.

브런치도 네이버 블로그처럼

주인에게 '댓글난과 좋아요' 창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면 좋겠다.

뉴요커의 생존 기록이니 부담 없이 방문해서 읽으면 좋겠다.


브런치를 찾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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