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박물관과 프렌치 카페
2021. 4. 10 토요일
새벽에 깨어나 꽃길을 걸으며 성당에 가는 길 봄비가 내려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다 비 맞고 성당에 가서 백합 향기 맡으며 기도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부신 사월 뉴욕은 꽃바다다. 날씨는 왜 변덕스러운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침 하늘은 흐렸지만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아 우산 없이 외출을 했는데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봄비 맞으며 꽃길을 걸었다. 하늘하늘 눈송이 같은 꽃잎들이 도로에 흩뿌렸다.
브런치를 먹고 나니 갑자기 비가 그쳐 마음이 갈대처럼 변했다. 때를 놓치면 볼 수 없는 벚꽃이 눈에 아른거렸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파크에 갔다. 일기 예보에 의하면 주말 비가 온다고 하니 맨해튼에 갈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서둘러 외출한 이유는 갑자기 봄비가 그치고 다음 주 일기 예보가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그럼 며칠 전 처음으로 보았던 벚꽃이 곧 질 거 같아서 서둘렀다.
꽃이 피면 지니 찰나를 잡아야 한다. 화사한 날 벚꽃도 더 화사한 빛이라 예쁘다. 맨해튼에 가려면 편도 3-4차례 환승하니 불편해도 꾹 참는다.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해 한 정거장 가서 다시 환승해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렉싱턴 애비뉴 86가에 내렸다. 코로나 전 근처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는데 코로나로 서점이 문을 닫아 슬프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잠시 책을 읽기 좋은 공간이었는데 사랑하는 보물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
메트 뮤지엄과 누 갤러리에 갈 때도 늘 이용하는 지하철역에 내려 뮤지엄 마일로 향해 걷는데 거리 화단이 그림처럼 예뻐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떠올랐다. 뉴욕 맨해튼 거리 화단이 참 예뻐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쁜 꽃들이 내 눈에는 보석처럼 예쁘다.
나의 1차 목적지는 뉴욕 명소 구겐하임 뮤지엄 근처에 있는 센트럴 파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
센트럴 파크 규모가 엄청 크다. 난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저수지 부근은 자주 가지 않고 가끔씩 찾아간다.
석양이 무척 아름다운 저수지는 미국 영화 <마라톤 맨>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으니 더스틴 호프만이 뉴욕에 살았단 것도 몰랐고 영화 촬영지란 것도 몰랐다.
매년 봄이 되면 벚꽃이 필 무렵 내가 즐겨 찾는 장소는 존 레넌이 살던 다코타 아파트 전망이 비추는 센트럴 파크 호수 근처다. 코로나로 한동안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지 않다 최근 다시 뱃놀이를 하니 그림처럼 예쁜 곳.
하지만 저수지 부근 벚꽃은 처음이었다. 아... 감탄사가 나왔다. 여기가 뉴욕이야 일본이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벚꽃 산책길이었다. 일본 여행은 딱 한 번 했지만 벚꽃 구경은 하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면 황홀하니 벚꽃 하면 일본이 먼저 떠오른다. 토요일 오후 저수지 근처에서 조깅하거나 산책하는 뉴요커들이 아주 많았다. 두 자녀에게 연락을 해서 맨해튼으로 오라고 말했는데 아들은 집에서 지낸다고. 딸 혼자 센트럴 파크로 나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플러싱에서 맨해튼에 오려면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갑자기 계획에 없던 유대인 박물관에 갔다.
맨해튼은 공중 화장실도 드물어 박물관에서 전시회도 보고 화장실에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박물관에 가니 코로나 전 보다 조용하니 좋았다. 유대인 박물관은 토요일은 항상 무료다. 그러니 부담이 없어서 좋다. 20-25불 티켓을 구매해서 보긴 형편이 어렵다. 노인들 몇 명이 전시회를 보고 있었다. 1층에서 현대 사진전을 보다 지하로 내려가 화장실에 일 보고 뮤지엄 밖으로 나와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을 했다. 지난가을 환상적인 국화꽃을 봤던 컨서바토리 가든까지 걸었다. 명자나무 꽃과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작은 별처럼 생긴 하얀 꽃들의 향기도 무척 강했다.
맞은편에 뉴욕 시립 미술관이 있지만 방문하지 않았다. 오래전 그 미술관 앞 벤치에 앉아 뉴저지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교수님과 이야기를 했던 추억이 있다. 링컨 센터 근처에 산다는 교수님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 전쟁에 대한 책을 집필하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할렘에서 축제를 보고 시내버스에 탑승했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다 내가 미술관에 간다고 하니 함께 버스에서 내려 잠시 이야기를 했다.
딸이 도착할 즈음 저수지 근처 카페 옆 의자에 앉아 딸을 기다렸다. 오후 4시경 도착해 함께 저수지 벚꽃 산책로를 걸었다. 딸도 벚꽃 보면서 일본이 떠올랐다고 말해 웃었다. 환상적인 벚꽃 산책로를 뉴욕에 살면서 처음으로 구경했다.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휴식하다 다시 공원에서 꽃 향기 맡으며 거닐었다. 주말 뉴요커들 모두 센트럴 파크로 나온 듯 붐볐다. 화사한 벚꽃과 자목련꽃이 피어 더 예쁜 공원.
잠시 후 우린 어퍼 이스트 사이드 프릭 컬렉션에서 가까운 메디슨 애비뉴에 있는 프렌치 카페에 가서 아이스 라테와 디저트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약 2만보를 걸어 몹시 피곤했다. 꽃 피는 아름다운 사월이라 정신없이 바쁘다. 매일 꽃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일기도 밀렸다.
위 포스팅 벚꽃 사진은 전부 센트럴 파크 저수지 벚꽃 산책로에서 찍었다. 뉴욕에서 산 분들은 날씨 좋은 날 센트럴 파크 저수지에 가서 벚꽃 산책로 거닐어 보세요. 곧 질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