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0 월요일
맨해튼 메이시스 백화점(헤럴드 스퀘어)에서 열리는 메이시스 플라워 쇼를 보려고 시내버스를 타고 달리다 플러싱 지하철역에서 7호선에 환승,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 카네기 홀에서 다시 환승 편도 딱 네 번 환승하고 헤럴드 스퀘어 역에 내렸다. 매년 봄에 열리는 환상적인 축제인데 깜박 잊을 뻔했다. 유료도 아니고 무료인데.
매년 봄 뉴욕 식물원에서 열리는 난 축제와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플라워 쇼는 3월 말경 -4월 초까지 열렸는데 올해는 좀 늦게 열렸다. 작년 코로나로 열리지 않아 올해도 그럴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검색하니 5월 중에 열린다고 해서 달력에 표시를 해두었는데도 바쁜 일상이라서 잊을 뻔했다.
어디서 무슨 이벤트가 열리는지 내가 찾아야 한다. 누가 내 스케줄을 만들어 주겠어. 요즘 뉴욕이 잠들어 버리기도 하고 나의 에너지도 바다 밑으로 잠수해 조용히 지낸 편이다. 플라워 쇼는 매년 봄 꼭 보고 싶은 축제라서 찾아갔다.
플라워 쇼는 환상적이었다. 뉴욕 시립 발레 공연 보는 것만큼 좋았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볼 수 없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특별 이벤트라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쁜 장미꽃들과 난 꽃과 백합꽃 등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헤럴드 스퀘어 메이시스 백화점은 일 년에 두 번은 꼭 방문한다. 언제냐고? 플라워 쇼와 연말 시즌 쇼윈도 장식을 보기 위해서. 둘 모두 무료다. 황금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면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는 즐거움이 왜 없겠냐면 백화점 카드 없이 산지 꽤 오래오래 되어간다. 그렇게 그냥 산다.
뉴욕에서 사니 궁궐에 산다고 착각하는 분도 있어서 오래전 함박웃음을 지었다. 차도 집도 백화점 카드도 없는데 화려한 궁궐에 산다고 하니 웃지 않을 수 있나. 우리 집도 산산조각이 나지 않았다면 이리 살지 않을 텐데... 한국에서는 내 나이 노후 준비한다고 멋진 주택 짓더라. 늦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니 가시밭길이고 아직도 안개 가득하다.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다 가지고 불행하게 산 사람도 있더라면 난 슬픔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자본주의 색채가 짙은 뉴욕은 꼭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뉜다. 내 형편이 복잡하고 어려우니 유료 이벤트는 눈을 감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닌 경우 아주 저렴한 티켓을 구입해서 본다. 대개는 무료 이벤트와 축제를 찾아다닌다. 무료로 누릴 수 있는 것도 무진장 많은 보물섬 도시 뉴욕. 무료 방문 시기를 맞춰 찾아다닌다. 그래서 더 바쁘기도 하다. 미리 스케줄을 만들어야 하니까.
아주 오래전 아들이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 연주회가 열리면 나비넥타이가 필요해서 학교에서 무료로 대여해 사용했지만 시간 안에 반납해야 하니 상당히 불편했다. 그때 우리 가족은 맨해튼도 아닌 롱아일랜드에 사니 마음이 더 바빴다. 그래서 나비넥타이가 몇 푼한다고 마음고생을 하니 하면서 백화점에서 구입하려고 세상에서 가장 큰 메이시스 백화점에 갔다. 그런데 그 큰 매장에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도 없단다. 결국 포기하고 집에 돌아와 바이올린 선생님에게 물으니 인터넷에서 주문하라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플라워 쇼 보고 근처에 있는 한인 타운에 방문해 거닐었다.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도착한 첫해 크리스마스 무렵 두 자녀와 처음으로 맨해튼 나들이해서 버스 투어를 하면서 한인 타운 강서회관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지금 문을 닫아버렸다.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 사라지면 마음이 허전하다.
맨해튼 한인 타운에 한글로 적힌 한국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고려 서적도 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값이 무지 비싸다. 두 자녀와 함께 몇 번 식사도 하고 지인 아들이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했다고 연락이 와서 함께 식사도 했던 곳. 오래전 파리 바게트에서 커피 한 잔 사 먹은 추억이 있는데 코로나로 문을 닫았단 소식을 오래전 들었는데 다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뚜레쥬르에서 모카빵 하나 사 들고 다시 정처 없이 걸었다.
한인 타운에서 펜 스테이션을 거쳐 가먼트 디스트릭트를 거쳐 타임 스퀘어를 거쳐 브라이언트 파크에 갔다.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 보니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뉴욕은 축제의 도시인데 코로나로 잠들었는데 조금씩 깨어나나 보다. 타임 스퀘어에서는 며칠 전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아침 일찍 딸과 함께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금방 간다. 내가 붙잡지 않으면 뭐한지도 모른 채 그냥 흘러간다. 매일매일 날 위해 작은 이벤트를 만들려고 한다. 아침 산책하고 딸과 카페에 다녀오고 집안일하고 아들과 운동하고 맨해튼에 다녀오면 하루가 1초처럼 빨리 흘러간다. 세월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난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