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9 수요일
꽃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오월 수요일 아침 변함없이 동네에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고 뉴욕 식물원에 가려고 시내버스 정류장에 갔다. 종이 카드를 요구하는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데 가끔씩 내 교통 카드가 말썽을 부려 돈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경우가 있어서 혹시 오늘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해 걱정했는데 역시나 교통 카드를 기기에 넣었지만 종이 카드를 주지 않고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고 적혀 있었다.
작은 일이지만 신경이 쓰인다. 다시 시도해도 내 교통 카드에서 2.75불만 가져가고 종이 카드를 주지 않을 거 같아 혹시나 다른 사람은 어떠나 보았는데 놀랍게 두 명의 한국 사람은 교통 카드를 넣자 종이 카드가 나왔다. 정말 이상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 내게는 일어난다.
시내버스에 탑승해 기사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냥 탑승해도 되는지 물었는데 흔쾌히 승낙해서 자리에 앉았다. 뉴욕 식물원에 가려니 환승을 해야 한다고 기사에게 말했다. 시내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 듯 승차감이 안 좋지만 참는다. 브롱스에서 내려 다른 시내버스에 환승하고 뉴욕 식물원 근처에 내려 다시 걸었다.
2주 전 뉴욕 식물원에 방문하려고 예약했지만 여독이 풀리지 않아 포기할까 하다 이웃집 정원에 장미꽃이 피기 시작하니 록펠러 로즈 가든이 궁금했다. 보고 싶으면 꾹 참야야지. 내 컨디션이 안 좋다고 미루면 기회를 놓치니까.
뉴욕 식물원에 방문객들이 정말 많아 놀랐다. 아이스커피 한 잔 주문해 마시고 휴식을 하다 장미 정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햇살 좋은 봄날 커피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중년 백인 남자도 보았는데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오래전에는 트램을 타고 록펠러 로즈 가든에 갔지만 요즘은 그냥 걷는다. 아직 장미꽃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고혹적인 장미꽃 향기 맡으며 산책하니 기분이 좋았다. 꿀벌과 내 놀이터가 같으니 이상하지. 나도 꽃을 좋아하는데 꿀벌도 무척 좋아하나 봐. 노랑 장미꽃이 일찍 피나. 흐드러지게 핀 노란색 장미꽃도 보고 하얀색, 분홍색, 빨간색 장미꽃을 보며 천천히 산책하다 정원 밖으로 나와 혹시나 하고 작약꽃 정원에 갔는데 날 기다리는 예쁜 꽃을 보고 얼마나 행복하던지. 전생에 꽃이었나. 꽃이 좋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빛깔의 작약꽃을 보며 산책하고 식물원 입구 쪽으로 걸어 나왔다.
식물원 근처에 명성 높은 리틀 이태리 타운이 있다. 식물원에서 걸어서 약 15분 정도 가면 아서 애비뉴에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Full Moon Pizza 가게가 있다. 피자 사러 가는 동안 하마터면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분명 하얀색 신호였는데 차가 달리다 날 보고 멈췄다. 죽을 뻔하다 살아남았으니 오래 살려나. 뉴욕에 와서 몇 번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
피자 가게에 도착 버펄로 치킨 피자 한 판을 주문하고 약 30분 정도 기다렸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카네기 홀, 링컨 센터 등 수많은 곳에서 이메일이 온다. 사랑하는 나의 아지트 카네기 홀에서 설문 조사를 부탁하니 귀찮지만 하고 온라인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빨리 카네기 홀에서 공연도 보고 메트 오페라도 보면 좋겠다.
5월 내내 뉴욕 날씨는 상당히 추워 겨울옷을 입기도 했는데 오늘은 한여름 날씨라서 시내버스는 에어컨을 켰다. 갑자기 찜통 날씨로 변한 건 뭘까. 무더운 날씨라서 바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