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8 금요일
기쁨과 감사 넘치는 하루였다. 아침 일찍 장미꽃 향기 맡으며 새들의 노래 들으며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브롱스에 있는 뉴욕 식물원에 갔다. 코로나로 요즘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만 방문할 수 있으니 불편하고 집에서 편도 3회 환승 그리고 걷는다. 그러니 교통도 불편하다.
입구에서 휴대폰으로 티켓을 보여주고 입장해 구사마 야오이의 노란 호박 전시회를 먼저 보았다. 너무 예쁜데 사진과 비디오 촬영이 불가능했다.
구사마 야오이 특별전은 티켓을 구하기 무척 힘들다. 뉴욕 문화가 특별하다. 딸이 엄마 생일 선물로 준 멤버십 카드로 참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특별전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내 생일은 장미의 계절 6월인데 미리 선물을 받았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가면 호박은 흔하디 흔했고 무척 저렴했다. 나중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지자 호박 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또 엄마가 호박죽을 끓여주면 맛있게 먹었다. 하늘나라로 먼길 떠난 아버지는 호박 시루떡을 좋아하셨다. 그런데 예술가는 역시 다르다. 평범한 호박을 어떻게 그리 멋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지!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는 정신질환 환자다. 정신 병동에서 창작활동을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녀의 호박 작품이 명성 높지만 뉴욕 식물원에서 본 노란 호박 특별전은 내 생에 가장 특별한 감명을 주었다. 지난번 식물원에 방문할 때 호박 전시회가 열리는 곳 줄이 길어서 가장 먼저 그 전시회를 보았다. 사진 촬영 불가라 사진이 없다.
그 후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보았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을 보며 20대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 생이 고통이지만 가끔 특별한 일이 생기면 20대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도 든다. 나도 뉴욕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같지 않을 텐데 40대 중반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가시밭길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카페에 가서 소나무 바라보며 핫 커피를 마셨다. 며칠 날씨가 무더워 여름 원피스를 입고 외출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혼났다. 뜨거운 커피 한 잔 먹고 다시 구사마 전시회를 보러 갔다.
매년 내가 난 축제를 보는 곳이다. 그런데 티켓이 말썽이었다. 입구에서 직원이 티켓을 스캔하는데 내 휴대폰이 담긴 바코드가 찍히지 않아서 박스 오피스에 가서 종이 티켓을 받아오라고. 그녀는 갑, 난 을.
할 수 없이 박스 오피스로 돌아가 티켓을 받으려고 기다렸다. 직원 일처리는 달팽이 속도. 집에서 프린트를 할 수 있지만 미국 종이값과 프린터 잉크값이 엄청 비싸니 꼭 필요한 거 아니라면 프린트를 하지 않는다. 뉴욕은 비싼 도시라서 작은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안 그러면 돈이 물 새듯 줄줄 흘러나가니까.
뉴욕 식물원에서 보내준 이메일에도 바코드가 찍혀 있었고 입구와 노란 호박 전시회를 볼 때는 통과했는데 수련꽃 피는 곳에서 열린 특별전을 볼 수 없다고. 예쁜 꽃을 볼 시간에 시간을 허비하며 종이 티켓을 기다려 받고 다시 입구로 돌아갔다. 그런데 종이 티켓 역시 말썽이었다. 그녀가 그제야 날 통과시켜주었다. 가짜도 아닌 멤버십 있는데 입장권이 말썽을 부려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까운 순간.
작년에 딸이 구입한 난 축제 티켓으로 보았는데 올해는 보지 않고 넘어간 축제가 열린 곳으로 들어가 구마사 야오이 조각을 바라보았다.
매년 여름이면 가끔 찾아가는 황금 연못에 수련꽃이 피었나 궁금한데 식물원 연못에 수련꽃이 피어 있었다. 특별전 입장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조용했다. 어린 아들 두 명을 데리고 와서 전시회를 보는 젊은 아빠의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좋았다. 연인들도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장미꽃을 보러 록펠러 로즈 가든을 향해 걷다 구마사 야오이 나르시스 정원 전시회를 보고 다시 걸었다. 야외에 설치된 작품이라서 특별전 티켓이 없어도 볼 수 있는 나르시스 정원.
매년 6월에 장미꽃이 피는데 올해는 약간 더 빨리 핀다. 모두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꽃 향기 맡는 사람들 틈에 끼여 산책하는데 잠시 후 "오늘이 내 생일이에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라고 옆에 있는 아가씨에게 부탁하는 중년 여자를 보았다. 친구들끼리 장미 정원에 찾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 여인. 생일날 장미 정원에 찾아간 사람을 또 한 번 보았다. 50대 즈음으로 보이는 그분은 무릎 위 15센티 올라간 치마를 입고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젊을까 생각했다.
금요일 오후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점점 하늘에 구름이 끼어 얼른 식물원을 나와 피자를 사러 갔다. 딸이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하니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찾으러 갔다. 피자를 구입해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편도 3회 환승하는데 기사 운전 솜씨가 지옥으로 안내했다. 식물원에 갈 때도 집으로 돌아갈 때도 같은 노선을 달리는 버스에 탑승하는데 기사에 따라 내 기분이 변한다.
장미 정원에서 산책할 때 사람들 표정은 행복한데 시내버스에 탑승한 승객들 표정은 슬프고 어두웠다. 목걸이와 반지와 귀걸이를 주렁주렁 한 중년 여인은 지팡이를 들고 시내버스에 탑승해 빈자리가 있나 살펴보며 젊은 청년에게 눈치를 주자 일어나니 그녀가 앉았다. 중년 여인의 눈빛이 너무 싸늘했나 보다.
지옥 버스를 타고 플러싱에 돌아와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수 차례 환승하면 바로바로 연결이 되면 좋은데 아닌 경우는 교통 시간이 꽤 걸린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구사마 특별전을 보아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피자를 들고 집에 도착한 후 비가 내려 감사했다.
저녁에는 카네기 홀이 보내준 이메일을 읽고 온라인으로 이작 펄만 연주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잠시 들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자주자주 연습했던 아름다운 곡은 언제 들어도 좋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임에도 현존 최고 음악가로 활동한다.
구사마 야오이와 이작 펄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활동하는 현존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는다. 참 대단한 예술가들이다. 평범한 사람도 힘든 인생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어려움 속에서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 도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내리길!
초록 나무 우거진 숲 속에서 인간은 먼지처럼 작은 존재이지만 우주 같은 걱정 근심을 하고 산다는 생각을 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