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9 비
오월의 끝자락인데 겨울처럼 추운 주말 토요일 아침 딸과 함께 파리바게트에서 라테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왔다. 카페에서는 에드 시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침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는 분들이 꽤 많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주말이라 멀리 여행 떠난 사람들도 있겠다. 펜실베이니아 롱우드 가든에 갔다는 포스팅도 읽었다.
뉴욕에서는 컬럼비아 대학 근처 The Cathedral Church of St. John the Divine에서 메모리얼 데이 뉴욕필 특별 연주회가 열린다. 무료 공연 티켓 구하려면 몇 시간 일찍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 번인가 참석했는데 너무 피곤해 그 후로 연주회를 보지 않았다. 뉴욕필 공연 티켓이 비싸고 저렴한 티켓을 팔지 않고 무료니까 인기 많은 공연이다. 뉴욕에 살려면 돈이 많든 지 아니면 열정이 많든 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는 필요하다.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는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서 아웃 도어 특별 전시회가 열리는데 올봄은 취소가 되었다고. 비록 그림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작품전 보러 가끔씩 보러 가는데 아쉽다.
프로비던스 여행에서 돌아와 1주일 무제한 교통 카드를 구입하고 매일 여기저기 방문하니 피로가 쌓이고 날씨도 겨울처럼 추우니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도 맨해튼에 갔다. 북카페에 들려 잠시 책과 놀다 유니온 스퀘어 그린 마켓 구경하고 데이지 꽃과 작약꽃 등을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트라이베카 갤러리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문이 닫혀 슬펐다. 웹사이트에 6시까지 문을 연다는 것을 보고 방문했다는 두 명의 낯선 사람도 만났다. 알고 보니 메모리얼 데이 주말이라 닫힌 곳이 많은 듯.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섭섭했다.
며칠 전 아파트 슈퍼에게 화장실 욕조가 막혀 도와 달라고 요청하니 토요일 온다고 해서 아들에게 팁을 주며 1시간 내 수리하면 더 많이 주고, 30분 이내면 더 적게 주라고 말하고 외출했는데 내가 집에 돌아온 시각까지 연락도 없었다. 남에게 부탁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사람들 마음이 다 다르니 기대를 하면 나만 피곤하니 평소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살면서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결국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어려울 때 도움받고 남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 마음이 다 다르다. 항상 받으려는 사람은 무척 피곤한데 그런 유형도 꽤 많은 듯.
닫힌 갤러리 문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도착했는데 하필 시내버스가 막 떠나 오들오들 떨며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가 제 시각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 가운데 소설 속 주인공 한인 남자도 보였다. 수년 전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보상금을 받기를 기다리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지 홈리스 행세를 하고 있었다. 무거운 짐 들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산다는 교포의 삶도 슬프지. 뉴욕에 이민 와서 온갖 일을 했다는 남자분은 세탁소에서 일하다 사고로 수술도 받아서 기억력도 흐리다고 말씀하셨다.
차가운 바람 맞고 시내버스 기다리는데 눈물이 나올 정도로 추워 혼났다. 늦게 도착한 버스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제야 아파트 슈퍼에게 곧 우리 집에 온다고 전화가 왔다. 그의 '곧'의 의미는 1분이 아니고 20분이었다. 성질 급한 사람은 속이 타겠어. 난 기대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 꽤 오랜만에 불렀는데 이번에는 더 쉽게 해결되었다.
아들은 옆에서 다른 집은 어떠냐고 물으니 약 2주 만에 아파트 이웃이 부른다고. 1940년대 완공된 허름한 아파트 시설이 열악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들 그렇게 산다. 가난이 죄다. 부자라면 맨해튼 센트럴 파크 부근에 살 텐데...
마음 무겁게 하는 욕조가 해결되어 감사하다. 이제 마음 놓고 샤워를 할 수 있겠다.
저녁 8시에는 백혜션피아노 연주를 볼 예정이다.
New York Classical Players에서 이메일로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보라고 연락이 왔다. 뉴욕은 문화의 천국이라서 좋다.
아카시아 꽃 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오월도 이틀 남았다.
31 MAY,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