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31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
며칠 전 아프기 시작한 몸은 절반도 회복하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산책하고 세탁하고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식사 준비도 무사히 했다.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이 손에 닿으면 아주 찬 느낌이라서 몸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 변덕스러운 오월의 날씨도 무리된 내 일과도 아픈 것에 큰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름처럼 덥다 겨울처럼 추운 날 빨리 적응하지 못한 걸 보면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청춘이 아닌가 봐.
백혜선 피아노 연주를 보고 싶은 마음과 달리 누워서 눈감고 쉬는 게 백만 배 더 좋았으니까. 좋아하는 음악보다 휴식이 더 좋으니 몸이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아프면 서럽다. 건강이 축복이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다 아프고 나면 깨닫는다.
뉴욕에 살면 다른 거 몰라도 교통 카드는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뉴욕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지 않아 30일 무제한 교통 카드 없이 지내다 프로비던스 여행하고 뉴욕에 돌아와 뉴욕이 특별한 도시란 것을 확인한 후 1주일 무제한 교통 카드 구입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힘내어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하니 오래 머물지 않고 브라이언트 파크, 타임 스퀘어, 펜 스테이션만 보고 돌아왔다.
미드타운 뉴욕 공립 도서관 옆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파크 분위기도 좋아졌다. 점심시간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보고 공원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코로나 전 셰익스피어 연극, 영화, 댄스, 공연, 오페라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데 한동안 쿨쿨 잠들다 서서히 깨어나는 눈치다.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 스퀘어는 인접 지역이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 타임 스퀘어에 가니 활기찬 분위기라서 내 기분이 좋아졌다. 썰렁한 뉴욕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움직여야 좋다. 평소 자주 타임 스퀘어에 가지는 않지만 메모리얼 데이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 찾아갔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는 나 역시 낯선 지역이라 오페라 유령 뮤지컬 보려고 극장 찾느라 헤맸다. 세월이 흘러가니 낯선 지역이 낯익은 지역으로 변하더라.
가을에 뮤지컬 공연도 시작하니 팬들은 무척 좋겠다. 러시 티켓이 저렴하다면 가끔씩 보고 싶은데 무척 비싸니 최근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을 보지 않았다. 아들은 뮤지컬 공연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타임 스퀘어 방문객들이 많으니 상인도 많고 거리 초상화가 많고 캐릭터 의상을 입고 팁을 받는 사람도 꽤 많고 조커 분장을 한 사람도 보았다.
사진 몇 장 찍고 지하철을 타고 펜 스테이션 역에 갔다. 정착 초기 우리 가족이 롱아일랜드에 살 때 기차를 타고 줄리아드 학교에 갈 때 자주 이용했던 기차역. 메가 버스 타고 보스턴 여행 가서 돌아올 때도 펜 스테이션 역에서 기차를 타고 롱아일랜드로 돌아갔다. 보수 공사로 변신 중인 펜 스테이션.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는 길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올해는 라이브 경기를 볼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 열기를 받으며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들 경기 보며 심장이 뛰곤 했는데. 아들은 가끔 테니스 경기를 보곤 하니 친구랑 테니스 칠 때 도움이 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플러싱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이 가깝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세계적인 테니스 축제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라이브 경기가 좋다. 살아있는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으니까.
메모리얼 데이 뉴욕 필 공연이 열리는데 가지 않았다.
무료 티켓 구하려면 오래오래 줄을 서서 기다리니까.
벌써 오월의 마지막 날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
유월에는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