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밤늦은 시간 산책 & 록펠러 로즈 가든에서

by 김지수

2021. 6. 2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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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플러싱 삼원각에서 주문한 새우 탕수육과 깐풍기와 짬뽕을 먹고 늦은 저녁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했다. 롱아일랜드에 살다 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렵게 집을 구해 플러싱으로 이사 왔는데 맨해튼과 떨어져 문화생활하기는 상당히 불편하지만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택가라서 꽤 좋다. 밤늦은 시각 주택 조명도 얼마나 예쁜지 그림 같았다.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일 맨해튼에서 종일 시간 보내다 늦은 시각 집에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니 플러싱 주택가의 밤 풍경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집에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자정이 되어가니 사실 플러싱이 아니라 맨해튼에 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러싱에 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맨해튼 아파트 렌트비가 내 형편에 맞지 않아서. 나도 렌트비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면 당장 맨해튼으로 이사 가고 싶다.


플러싱 아파트 구하는 것도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찾았으니 뉴욕에서 집 구하기가 얼마나 눈물겨운가. 정착 초기부터 나도 맨해튼에 살고 싶었다. 그런데 두 자녀 교육이 우선순위라서 학군 좋은 롱아일랜드에 살았다. 그러니까 롱아일랜드에 살 때는 맨해튼 문화생활은 우주만큼 멀었다. 긴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플러싱으로 이사를 왔다.


플러싱은 지하철이 운행하니 맨해튼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열정 페이가 있어야 한다. 열정 없이 맨해튼 문화생활은 불가능하다. 최소 하루 왕복 서너 시간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낸다. 맨해튼에 살면 교통 시간이 허비되지 않을 텐데.


아들은 엄마가 카네기 홀 바로 옆 럭셔리 아파트에 살면 좋겠다고 하는데 돈이 있어야지 살지.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맨해튼 음악 예비학교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 아드님이 바로 그 빌딩에 살아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고층 빌딩에서 지상을 내려보면 인간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그런데 우주 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분들이 많다.


삶이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맨해튼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형편이 안되니 멀리서 통근을 한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뿐만 아니다. 뉴욕의 명성 높은 작가들도 맨해튼이 아닌 브루클린 하이츠에 살았다. 사실 브루클린 덤보가 지금은 명소로 변했지만 수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고 아트 축제와 댄스 공연 등 특별한 이벤트를 보러 갈 때만 방문했다. 지금 브루클린 하이츠 역시 명소이지만 트루먼 카포티와 아서 밀러 등 작가들이 살았을 때 분위기는 현재와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다 돈 돈 돈 때문이다. 그만큼 과거에도 맨해튼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니 렌트비가 비쌌다.


우리 가족도 뉴욕에 와서 산지 꽤 오래되어가지만 아직도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산다. 뉴욕 작가 폴 오스터 역시 브루클린 선셋 파크에 산다. 작년인가 선셋 파크에 방문했는데 지금 개발 중이라 앞으로 상당히 멋진 곳으로 변할 것으로 짐작하지만 동네 분위기는 조용하고 가난한 이민자들의 사는 색채를 벗어나지 못한다. 코로나로 유명해진 앤서니 파우치가 어릴 적 살던 동네 브루클린 벤슨 허스트 역시 조용한 동네다. 지난여름 브루클린을 답사하고 나서 플러싱이 꽤 살기 좋은 동네란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맨해튼과는 떨어져 불편하지만.


돈 많은 부자들은 처음부터 맨해튼 부촌에 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맨해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산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나도 학교 바로 옆에서 살면 좋겠지만 꽤 떨어진 지역에 살았다. 인터넷으로 어렵게 구한 집이었는데 난방을 잘해주지 않아서 너무 추워서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롱아일랜드 딕스 힐에서 제리코로 이사를 했다.


누구든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고,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고, 더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니 자기 형편에 맞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소수 예외도 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한국 속담도 있다. 무리하다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을 만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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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정오 무렵에는 브롱스에 있는 뉴욕 식물원 록펠러 로즈 가든에 다녀왔다. 시내버스를 수 차례 환승하는데 승차감이 지옥이었다. 그래도 참고 이용한다. 차가 없으니 참아야지. 그런다고 비싼 택시를 탈 수 없으니까. 하지만 록펠러 로즈 가든에서 백만 송이 장미 향기를 맡으면 천국이다. 장미의 계절이라서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아름다운 커플도 보았다. 함께 로즈가든에서 산책하는 모습이 영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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