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7 월요일
이른 아침 깨어나 장미꽃과 백합꽃 향기 맡으며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무더운 날씨라서 땡볕 아래 걷기가 무척 힘들어 커피 한 잔 마시러 나의 아지트에 갔다. 콜럼비아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는데 얼굴이 낯익은 분이 내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맨해튼에 가면 가끔씩 보는 얼굴이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는데 그분 짐이 무척 많아 보여 홈리스로 변한 거 같은 짐작을 했다. 렌트비 비싼 뉴욕은 홈리스 되기도 식은 죽 먹기. 직장 잃으면 하루아침에 거리에서 방황하는 모험가로 변한다. 어쩌다 짐이 그리 많은지 차마 물을 수도 없지만 마음이 서글펐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오는데 미드타운 고급 호텔 앞에서는 직원이 여행객들 짐을 옮기고 있었다. 호텔 투숙객이 그에게 두둑한 팁을 주니 얼굴에 장밋빛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 전 뉴욕 여행객이 1년 약 6천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뉴욕시 인구가 약 840만 명인데 여행객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 도시인지 놀랍다. 전염병으로 한동안 뉴욕이 잠들다 다시 깨어나니 여행객이 다시 찾아오는 듯 짐작된다. 뉴욕은 볼게 무진장 많고 할게 많으니 매력적인 도시다.
맨해튼에 가면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하고 싶다. 무더운 날씨라 걷기 무척 힘들었지만 힘내어 방문했는데 플라자 호텔 입구 작은 호수에서 백로 한 마리와 물새 한 마리와 잉어 떼와 거북이 떼를 보았다. 백로와 물새는 귀하니 반갑다.
두 마리 새들을 본 퀸즈 베이사이드 황금 연못도 그리웠다. 매년 여름이 되면 수련꽃을 보러 가는데 올해는 아직 가지 않았다. 작년에 수련꽃을 보러 가서 처음으로 본 물새를 센트럴 파크에서 다시 보았다. 백로는 한국에서는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뉴욕에서는 가끔씩 본다. 자연이 무척 아름다운 뉴욕이라 그런가.
센트럴 파크에 가면 늘 여류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쉽 메도우에 찾아가곤 하는데 태양이 작열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얀색 의상을 입고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90대라서 언제 하늘나라로 먼 여행 떠날지 모르는 연세라서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창조 활동을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초록 풀밭에서는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뉴요커들도 눈에 띄었다.
거리 음악가 연주가 들려오는 베데스다 테라스를 거쳐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낭만적인 풍경을 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조각상과 안드레센 조각상이 있는 연못에 갔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놀라 비를 피하려다 여름 비 내리는 풍경을 렌즈에 잡으려고 공원 밖으로 나가려다 거꾸로 연못으로 돌아가 비 내리는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초록 연못에 백만 개의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지니 연못이 수채화처럼 보였다.
내 낡은 가방에는 30년 된 낡은 양산이 있었다. 한국에서 뉴욕에 올 때 이민가방에 담고 온 양산이다. 뉴욕에 와서는 평소 양산을 사용하지 않은데 비상시를 위해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이제 버릴 때도 되었는데 아직 사용하고 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려 90대 화가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또 호수에서 보트를 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여름 비만 아니라면 좀 더 오래 맨해튼에 머물려다 취소를 하고 뮤지엄 마일로 나가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5번가를 구경했다. 그러다 록펠러 센터 근처에 내려 록펠러 채널 가든과 공공 미술 작품도 보고 5번가를 따라 내려 걷다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 5번가 지하철역에서 7호선에 탑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로 잠든 뉴욕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하고 나도 지하철을 타고 매일 맨해튼에 가곤 한다. 맨해튼은 매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니 좋다. 미드타운 갤러리에 방문해서 잠시 전시회도 보았다. 인터넷에 의하면 뉴욕시에 약 1500여 개의 갤러리가 있다고. 그림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천국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