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즐거움_산책, 퀸즈 식물원, 센트럴 파크

by 김지수

2021. 6. 13 일요일



뉴욕 플러싱 주택가 정원에 수국 꽃이 한창이다.




EMyTkARFB90T7e3kKY2hhhxyFFY 센트럴 파크 호수에서 뱃놀이하는 풍경은 영화 같아.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일요일 아침 루틴대로 산책을 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천국의 풍경을 보니 기쁘다. 예쁜 꽃들이 날 보고 미소 지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꽃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꽃을 보러 찾아간다. 어쩌면 매일 아침 꽃을 보며 화산처럼 솟는 에너지를 받는가 모르겠다. 맑고 순수하고 고결한 꽃의 영혼을 느끼며 내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인다.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가 있으면 밝은 세상이 안 보인다. 산책하면서 매일 마음의 쓰레기를 버린다.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


일요일 아침 9-11시 사이 퀸즈 식물원 입장은 무료다. 그런데도 갈까 말까 망설였다. 전날도 브루클린 식물원 로즈 가든에 다녀왔고 며칠 전 브롱스에 있는 뉴욕 식물원에 다녀와서 사실 상당히 피곤하다. 하지만 퀸즈 식물원 로즈 가든은 또 색다르다.


즐거움이 공짜가 아니다. 뭐가 필요하냐고. 정열이다. 삶에서 정열은 많은 것을 준다. 기억하자. 내가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사니까 피곤하고 힘드니까 맨해튼에 가지 않으면 난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한 채 장님처럼 살고 있겠지. 매일 별빛 같은 정열로 내 삶을 만들어간다. 무임승차해 본 적도 없고 무에서 시작하니 삶이 고통이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고통 속에서 태양 같은 정열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간다.


새소리 들으며 예쁜 꽃 보며 그냥 산책하면 좀 덜 바쁠 텐데 매일 사진을 찍으니 상당한 에너지가 들고 더구나 주부라서 매일 식사 준비와 청소 등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산책 후 집에 돌아와 서둘러 식사 준비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러 밖으러 나갔다. 시내버스가 저 멀리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시내버스 속도가 얼마나 빨라. 난 마라톤 선수처럼 달렸다. 대개 시내버스가 휙 하고 달려가버리는데 착한 기사님이 날 위해 멈췄다. 교통 카드를 넣고 감사하다고 말하니 기사가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운 좋은 아침.


퀸즈 식물원에 가려면 환승해야 한다. 다른 버스에 환승해 식물원 앞에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일요일 아침은 직원도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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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에 매일 가도 좋다. 뉴욕 식물원과 브루클린 식물원은 집에서 상당히 떨어져 정말 피곤하고 퀸즈 식물원은 두 곳에 비해 꽤 가깝다. 매주 수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전 시간에 무료입장이니 얼마나 좋은가.


9시가 막 지나 도착하니 중국인들이 단체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참 부지런한 중국인들. 퀸즈 식물원 방문객들 상당수가 중국인들이다. 어떻게 아냐고? 중국어를 구사하니 알지. 플러싱에 한인 교포도 많이 사는데 교포는 드물다. 다들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골프장에 가느라 그런지 아니면 생활에 지쳐 피곤하고 힘들어서 식물원에 방문할 에너지가 없는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뉴욕 한인 교포도 빈부차가 극심하다. 상류층은 화려하게 잘 살고 반대로 어렵고 힘들게 사는 부류도 꽤 많다. 매일 아침 동네에서 산책하며 플러싱에서 홈리스도 본다. 큰 수레에 짐을 가득 싣는 홈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분이다. 짐에서 한글이 적힌 것으로 보아 어쩌면 한인 교포일 수도 있겠단 추측을 해본다. 누가 삶을 알겠는가. 마음이 아프다.


퀸즈 식물원 로즈 가든에 핀 장미꽃도 이미 시들어 버리기도 하는 6월 중순이다. 약간 시든 꽃 보는 재미도 있다. 전에도 가끔씩 식물원에 방문하기도 했지만 올해처럼 자주 방문하지는 않았다. 올해는 마음속으로 자주 방문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주자주 로즈 가든에 가니 더 좋더라.


알면 알 수록 좋다. 음악도 알면 알 수록 좋고 그림도 그렇고 로즈 가든도 마찬가지다. 로즈 가든에서 산책하는 방문객들 역시 중국인들. 빨간색 상의를 입은 중년 남자(노년?)는 스스로 모델이 되기도 하고 멋진 의상을 입은 여자를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장미가 행복을 주나. 장미꽃과 사진 찍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오래 머물지 않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약간 휴식하고 오후에 맨해튼에 갔다. 어쩌면 비가 내릴 거 같았는데 정말 비가 내려 센트럴 파크 쉽 메도우에서 화가 할머니를 만나지 못해 섭섭했다. 그분을 뵈면 기분이 좋다. 90대 건강한 모습으로 센트럴 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니 얼마나 멋진 분인가. 살아있는 도인이다. 도인은 늘 책 속에서만 봤는데 뉴욕에 도인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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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up-7pbwD9fGjvKOuT-Fc-i_Cdw 쉽 메도우에 있는 카페 옆에 화장실이 있다.




센트럴 파크 쉽 메도우 근처 빌딩은 하늘에 곧 닿을 듯하다. 그럼에도 왜 내가 살 집은 없는 것일까. 여름 비가 내리는 쉽 메도우에서 공원을 떠나기도 하고 일부는 그대로 앉아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뉴욕 강아지도 주인 따라 공원에 놀러 온다. 딸이 좋아하는 예쁜 하얀색 강아지도 두 번이나 봤다. 기르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는데 키우는 사람들 보면 놀랍다.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오래오래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했는데 내 뒤에서 기다리는 어린 꼬마 숙녀가 아주 급한지 울음소리를 내어 할 수 없이 양보했다. 엄마가 한국어를 구사하니 교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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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행복하다. 존 레넌과 레너드 번스타인 등이 살던 다코타 아파트가 비치는 호수에 갔다. 매년 봄이면 벚꽃 사진 찍는 호수다. 여름 비 내린데도 불구하고 뱃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림처럼 예쁜 센트럴 파크 호수. 1시간에 20불이니 저렴하다. 디파짓이 20불. 아마도 현금만 받을 것이다. 뉴욕에 오면 뱃놀이를 해 보렴.


베데스다 테라스 근처에 가니 춤을 추다 빗줄기가 거세어지니 베데스다 테라스로 비를 피하더라. 공원을 빠져나오는 길 하얀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 촬영하는 커플을 보았다. 플라자 호텔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환승 플러싱 종점역에서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식사 준비. 그 후 사진 작업. 1초도 쉴틈이 없이 바쁘다.


일요일 나의 즐거움은 산책과 퀸즈 식물원 로즈 가든 방문과 센트럴 파크 산책. 즐거움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어른이 되면 직장이든 집이든 귀찮고 힘들고 성가신 일들이 무척 많아서 즐거움을 잊고 지낸 분들도 많다. 뭐가 즐거움 인지도 모른 채 늙어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삶이 즐거우면 행복하다. 소소한 즐거움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행복하게 살자.





뉴욕 플러싱 여름 정원에는 수국 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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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름에 많이 피는 노란 백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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