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4 월요일 흐림/비(아침)
월요일 오후 맨해튼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꿀벌과 즐겁게 놀았다. 어릴 적 꿀벌이 무서워 피했는데 많이 변했다. 5번가 뉴욕 공립 도서관 옆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열리고 위치가 편리하니 좋아서 가끔씩 들러본다.
며칠 전 뉴욕 필 무료 공연이 열렸는데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회전목마를 타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추억도 떠올랐다. 난 한국에서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회전목마를 탔는데 뉴욕은 어린아이들이 타더라.
독일 문호 괴테는 회전목마를 좋아했을까. 브라이언트 파크에 괴테 조각상이 있는데 회전목마 옆에 있다. 독일 여행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괴테 하우스에 방문했어야 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여행 가이드가 혼자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는데 낯선 지역이고 당시는 인터넷도 없고 정보도 드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방문하지 않았다. 21년 전 여행이었나. 지금은 그때와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기 전 타임 스퀘어에서 거닐었다. 뉴욕 한복판 타임 스퀘어는 늘 여행객으로 붐비는데 코로나로 아직 뉴욕 여행객이 전처럼 많지 않아 조용하다. 뉴욕시 인구가 약 840만 코로나 전 뉴욕 여행객이 약 6천만 명. 그러니 여행객이 얼마나 많았던가. 타임 스퀘어에도 센트럴 파크에도 거리 초상화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가격이 다르다. 센트럴 파크는 10불, 타임 스퀘어는 5불. 난 한 번도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지만 왜 가격이 다른지 궁금하다. 센트럴 파크 방문객이 더 많을까?
가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도 시작된다고 하는데 티켓 가격이 저렴하다면 자주자주 보고 싶은데 저렴하지 않아서 기회가 드물다. 미국판 러브 스토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뮤지컬을 월마트에서 저렴한 DVD를 구입해 보니 재미가 없었는데 대학원 시절 20불짜리 할인 티켓으로 학교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 내려 뮤지컬을 봤는데 얼마나 재미있던지.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의 세계에 입문했다. 어릴 적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봤지만 영화와 라이브 공연은 다르다.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댄스와 음악과 조명 등이 나의 감각을 깨웠다. 타임 스퀘어에서 매년 맛집 특별 행사도 여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35불 코스라서 이용하지 않았다. 매년 7월 중순이 지나 열리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기다리고 있다. 물가 비싼 뉴욕이라서 늘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이 비싸면 다시 생각을 한다. 부자라면 그냥 생각 없이 살 텐데 자주자주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타임 스퀘어에 방문하기 전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모마 PS1에 전시회를 보러 방문했다. 롱아일랜드 시티는 롱아일랜드와 다르다. 지명이 비슷하니 혼동하는 분도 있지만.
롱아일랜드 시티는 맨해튼에서 아주 가깝고 지하철로 약 10분 정도. 오래 전은 지금처럼 고층 빌딩이 없었는데 변하고 있다. 아마존이 들어오려고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곳이다. 새로운 고층 빌딩이라서 아파트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다. 뉴욕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1920-1940년대 완공된 오래된 아파트도 꽤 많고 역시 오래된 아파트 시설은 형편없고 임대료 역시 새로운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롱아일랜드 시티.
새로운 고층 빌딩이 생기자 변화고 있었다. 뉴요커가 사랑하는 퀸즈 대형 그로서리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모마 PS1 뮤지엄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한동안 난 방문하지 않았나 보다. 아주 오래전 뮤지엄에 처음 방문하려다 돌아섰던 곳. 다른 곳과 달리 화요일과 수요일 문을 열지 않고 정오 시간부터 오픈하는데 처음이라서 몰랐다. 뉴욕은 미술관에 방문하기 전 꼭 미리 오픈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미술관마다 다르니까.
에이즈 환자였던 작가의 특별전을 보면서 작가의 도서관을 보면서 내가 가출하기 전 아파트를 떠올렸다. 그때 가장 넓은 방을 서재로 사용했고 사방 벽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책을 사랑하니 한 권 두 권 사다 모으니 세월이 흐르니 집에 책이 가득 쌓였다. 열다섯인가 이사를 해서 옮긴 60평대 아파트. 삶이 눈물이었지. 무에서 시작해 내가 꿈꾸던 집이 완성되자 가출을 했으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뉴욕으로 떠나오기 전 책은 기부를 했다. 내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은 책과 피아노와 일부를 제외하고 살림 전부를 통째로 가져갔다. 내가 아끼던 책도 주라고 했지만 다른 곳에 기부했다. 나의 첼로 악보와 다양한 잡지와 문학 서적 등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지. 뉴욕에 와서는 비싼 책을 구입하지 못하고 헌책방에 가서 커피 값 보다 더 저렴한 책을 가끔씩 구입한다. 한국과 뉴욕에서 삶이 얼마나 극으로 달라졌는가. 하늘은 나와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고 계실까. 과거나 현재나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살았나.
월요일 이른 아침에는 루틴대로 산책을 했다. 예쁜 백합꽃과 수국 꽃이 한창인 유월 중순. 이웃집 뜰은 나의 놀이터다. 뉴욕은 정원 문화가 발달되어 이웃집 정원도 식물원처럼 좋다. 내게 무한한 기쁨을 주는 여름 정원. 맑고 고운 꽃들을 보면 마냥 기쁘고 즐겁고 좋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현실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삶은 뜻대로 되지도 않고 천재들도 참 가난하게 살다 하늘나라로 떠났단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천재 작가 칼 막스는 지독히 가난했다고. 자본주의 나라 미국에서는 칼 막스에 대해 연구비가 나오지 않으니 연구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