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 타일러 노래와 시간 여행 떠나다

맨해튼에 가면 내 존재는

by 김지수

2021. 6. 15 화요일


IMG_3897.jpg?type=w966 빨리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면 좋겠다.



여름의 열기가 느껴진 날이었다. 최고 기온 28도 최저 기온 18도. 며칠 무덥다가 여름 비 내려 선선하다가 다시 기온이 오르고 있다. 여름 비 내려 며칠 운동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은 화창한 날씨라서 아들과 함께 조깅하러 트랙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문이 잠겨져 있었다. 호수로 갈까 하다 트랙 경기장 옆 초록 풀 가득한 공원에서 몇 바퀴 뛰다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옆에서는 테니스를 치거나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었다. 테니스 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니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운동복도 벗지 않은 채 식사 준비하고 먹고 샤워하고 맨해튼에 갔다. 시내버스를 놓쳐 땡볕 아래 터벅터벅 걷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기다려 타고 플러싱에 도착하니 막 지하철이 떠나버리고 날씨는 무덥고.


맨해튼 미드타운 아지트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했다. 대학 시절 자주 들은 보니 타일러 노래가 흘러나오니 난 대학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캄캄한 세상 속에서 꿈만 꾸고 살던 시절.


대학 졸업하고 수십 년이 흐른 후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뉴욕에 왔는데 대학 시절 꿈꾸던 도시였다. 아... 얼마나 놀랐는지. 내가 대학 시절 꿈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런 세상이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매일 공연 보고 전시회 보고 책을 읽으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뉴욕은 가능하다.


대학 시절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낼까. 거의 대부분 연락이 끊겨 버렸다. 삶이 전쟁이 아니라면 연락을 할 텐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구만리.


그때도 얼마나 바빴는지. 매일 학교에서 수업받고 매일 동아리반에서 클래식 기타 연습하고 매일 아르바이트하러 가고... 그때나 지금이나 난 시간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다. 하루가 2만 4천 시간이라도 해도 삶이 지루하지 않을 거 같아.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평생 심심하거나 지루한 적이 없다. 보통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는 일들이 내게는 자주 찾아와 고통의 바다에서 숨 쉬니 난 즐거움을 찾는다. 즐거움은 내가 찾지 않으면 저절로 오지 않는다.



Bonnie Tyler - Total Eclipse of the Heart



Bonnie Tyler - It's A Heartache




IMG_3895.jpg?type=w966 맨해튼 미드타운



맨해튼에서 걷다 하늘을 바라보면 놀란다. 왜냐고? 맨해튼 빌딩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니까 하늘 높은 빌딩 아래 나의 존재감은 먼지 같아. 요즘 젊은이들은 주식 투자도 하고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놀란다.


반백년을 살고도 낯선 이국땅에서 생존 전쟁을 하며 사는 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거꾸로 사는 인생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더냐.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자본주의 힘에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즐거움을 찾는 것뿐이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서 돈 많은 부자는 가만히 앉아 돈을 벌지만 가진 거 없는 사람은 먹고 살 걱정이다.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돈 가치가 얼마나 없는지. 동그라미가 하나 소멸되면 좋겠어. 김치와 양파와 삼겹살과 소파와 새우 약간 등 생필품을 구입하는데도 금방 100불이 된다.


비싼 식사비라서 레스토랑에서는 특별한 경우 아니면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 아버지의 날이 다가오니 맨해튼 레스토랑에서는 내게 자주자주 이메일을 보내오니 웃는다. 미국은 매년 6월 3번째 일요일이 아버지 날이다. 미국 교육비가 얼마나 많이 드나. 아버지 형편대로 도와주면 좋을 텐데 위대한 아버지와 소식이 끊긴 지가 오래되었다. 자식이 무슨 죄가 있다고 고생을 해야 하는지. 부부야 인연이 다하면 끝이 날 수도 있지만.


플러싱에서 맨해튼까지 왕복 교통 시간도 꽤 걸리고 저녁 식사 준비도 해야 하니 오래 머물 시간은 없다. 날씨가 무더워 어디로 갈지 망설이다 유니온 스퀘어 북 카페에 갔다. 코로나로 한동안 북 카페가 문을 닫았는데 최근 다시 문을 여니 얼마나 좋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책과 잡지를 읽거나 등등 손님들은 각자 일에 몰두한다. 그곳에 가면 뵈는 중년 남자는 여전히 북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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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924.jpg?type=w966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논픽션 필독서 목록을 보면 내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는 거. 서점에 가도 나의 존재는 먼지만큼이나 작다. 세상은 넓고 나의 존재는 먼지에 가깝다. 한국에서 책을 사랑하니 자주자주 읽었는데 뉴욕에 오니 무슨 책이 그리 많은지. 책을 펴면 전문가가 수 십 년 연구하고 리서치해서 집필한 내용이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제로에 수렴한다는 점. 세상은 급변하고 계속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 매일 책을 읽으며 배우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져 좋다.


IMG_3880.jpg?type=w966 아들과 내가 조깅한 공원



한낮의 열기가 뜨거운 유월 곧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더운 열기 속에 피는 주황색 원추리 꽃과 백합꽃과 수국 꽃이 한창이다. 어제 맨해튼 미드타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본 접시꽃을 다시 보고 싶다. 자주 방문하는 뉴욕 식물원과 브루클린 식물원과 플러싱 이웃집 뜰에도 접시꽃은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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