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정원에 다녀왔어
2021. 6. 24 목요일 맑음
아름다운 날이었다.
뉴욕 식물원 소나무 카페에서 소나무 정원 바라보며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온실인 에니드 호프트 컨서버토리(Enid A. Haupt Conservatory)에 가서 쿠사마 야요이 갤러리와 수련꽃을 보고 행복한 사람들 표정을 보았다. 수련꽃 피는 연못에서 "아름다워요"란 말을 백만 번 정도 들은 거 같아.
한여름에 피는 수련꽃이 예쁘긴 하나 보다. 연못에 핀 수련꽃과 쿠사마 야오이 조각품을 함께 보니 더 아름다웠을까. 연못에 사는 황소개구리와 빨강 고추잠자리와 파랑 고추잠자리가 날 환영했다.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도 듣기 좋다. 뉴욕 식물원 입구에는 노란색 능소화 꽃과 주홍색 능소화 꽃이 피어 있었다.
실은 올해 능소화 꽃을 가장 먼저 본 곳도 뉴욕 식물원이다. 지난주 수요일 뉴욕 식물원과 동물원을 동시 방문한 날 처음 보았다. 그날 하루 5만보 이상을 걸어 너무 피곤해 기록할 때 간단히 적느라 언급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낯선 여자가 날 보았다고 하니 놀랐다. 같은 자리에서 날 봤다고 하니 아마도 뉴욕 식물원에 가려고 시내버스 기다릴 때였나 보다. 그녀의 말을 듣고 식물원 화장실에 도착해 거울을 보니 주름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날 본 것은 나의 가장 늙은 모습. 내 기억에는 젊을 적 모습도 있는데. 앞으로 남은 날에 비하면 물론 가장 젊은 모습이겠지.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플러싱에서 시내버스 타고 뉴욕 식물원에 갈 때 문득 브롱스에 있는 웨이브 힐이 떠올랐다. 내가 사랑하는 정원인데 코로나로 방문이 어려웠다. 꽤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았고 그 후로 열기도 했지만 무료입장인 날은 티켓을 구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까지 반드시 티켓을 예약해야 했다. 최근 매주 목요일은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변했다.
난 메트 오페라와 카네기 홀 공연 등 특별한 경우 아니면 무료나 기부금 입장 시 방문하곤 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그 많은 이벤트 티켓을 전부 구매해서 보려면 귀족이어야 하는데 삶이 얼마나 복잡하더냐.
브롱스 웨이브 힐에 가려고 식물원에 도착해 수련꽃만 보고 록펠러 로즈 가든에 가지 않고 얼른 식물원 밖으로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식물원에서 웨이브 힐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낯선 곳을 방문할 때는 말할 것도 없이 피곤하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낯선 도로에서 내려 환승하고 달리다 브롱스 웨이브 힐에 도착했다. 천국이었다.
천국에 도착하는 길은 어렵고 힘들고 먼 길이나 보다. 휴대폰으로 구글맵을 보며 확인하지만 혹시나 환승역을 놓칠까 봐 신경을 쓰니 피곤하다. 낯선 도로를 달려 마침내 천국에 도착했다. 초록 고목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휴식하는 사람들과 정원에서 꽃 향기 맡으며 산책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샐러드와 커피 등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모두 행복해 보였다. 얼마 만에 방문한 것인지. 플러싱에 사니 가는 길이 아주 멀지만 도착하면 후회하지 않는 뉴욕 식물원과 웨이브 힐.
뉴욕 식물원 가는 길은 편도 4회 환승, 웨이브 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편도 5회 환승.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수차례 환승할 때는 뛰어야 하니까 마라톤 선수가 된다. 대중교통은 바로바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천년 묵은 산삼이 필요한데 어디서 구하지. 날씨도 환상적이라 더 좋았다. 매일매일 천국을 만나면 좋겠구나.
출처: 한국일보 입력 2021.06.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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