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특기가 뭐예요?
2021. 6. 27 일요일 맑음
루틴대로 눈뜨면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간다. 매일매일 꽃의 요정들을 만나면 즐겁다. 나팔꽃, 백합꽃, 장미꽃, 능소화 꽃이 날 기다리고 있다. 산책하고 기도를 하며 눈부신 아침을 열었다.
일요일 아침 9-11시 사이 퀸즈 식물원 입장료는 무료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식물원에 찾아갔는데 얼마나 좋은지. 식물원에 방문하면 후회하지 않는데 왜 가기 전 망설일까. 일상이 그만큼 무거운 걸까.
식물원 로즈 가든에 가니 중국인들이 앞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참 부지런한 중국 이민자들. 식물원에 갈 때마다 본 멋쟁이 할아버지도 보았다. 삼각대를 가져와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는 매주 식물원에 가나 봐. 갈 때마다 보곤 한다.
식물원과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어릴 적부터 자연을 사랑했지만 식물원이 좋다는 건 늦게 알았다. 매일매일 아침 산책하며 아름다움에 눈을 떴나 보다. 플러싱 주택가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서 식물원에 가니 백배 더 좋았다. 아주 오래오래 전 제주도 식물원에 방문했을 때 지금처럼 좋은 느낌을 받지 않았다. 여행 코스라서 그냥 방문하곤 했다.
식물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하고 맨해튼에 갔다. 아지트에서 핫 커피 한 잔 마시고 잠시 휴식하다 유니온 스퀘어 북 카페에 갔는데 너무나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난 조용한 북카페가 좋다. 정신이 나갈 거처럼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맨해튼 분위기가 싫었다.
뉴욕을 싫어한 사람들 마음도 이해가 된다. 소란하고 더럽고 홈리스들은 많고 물가는 비싸고 렌트비는 하늘을 찌를 거 같고. 천국과 지옥의 색채 모두 갖는 뉴욕을 사랑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혐오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뉴욕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나도 코로나 전에는 자주 공연과 전시회 보고 우울한 마음을 달랬고 코로나가 찾아와 매일 산책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달랬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없었다면 나도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으련가 모르겠다.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마음을 달래고 달래야지.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는 뉴욕에서 나 스스로 날 즐겁게 하지 않으면 누가 해주겠어. 며칠 전 아들이 함께 조깅하면서 물었다.
엄마 특기가 뭐예요?
글쎄. 특별한 재주가 없지만 '삶을 즐기는 재주'가 있다.
아들이 웃었다. 어떤 상황에도 즐겁게 사는 재주도 재주 아닌가. 아들도 엄마가 즐겁게 사는 것을 안다. 슬픈 현실에 불평하지 않고 매일 즐겁게 산다. 다 가지고도 삶이 지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옥 같은 현실에서도 천국을 발견하는 나의 재주. 삶이 얼마나 어렵더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생존하기가 얼마나 버겁더냐.... 마음속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지만 그래도 참고 견디고 산다.
유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뉴욕 LGBT Pride March (뉴욕 프라이드 행진)가 열린다. 축제를 볼 에너지가 없어서 북 카페에 갔는데 서점에서 책을 읽을 분위기는 아니라 그냥 나왔다.
무더운 여름날 플러싱에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오긴 아쉬운 마음에 타임 스퀘어에도 센트럴 파크에도 방문했다. 프라이드 행진 축제가 열린 날이라서 무지개색 망토를 걸치고 걷는 뉴요커들도 많이 보였다. 센트럴 파크에 도착하니 90대 화가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루저는 늘 불평만 하고 승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멋진 화가 할머니를 뵈면 기분이 좋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세탁을 하러 지하에 내려갔다. 무사히 세탁을 마치고 하루를 마쳤다. 무척이나 바쁜 하루였지만 석양이 질 무렵 하늘도 바라보았다.
유월의 끝이 다가오니 일 년의 반이 지나 아쉬움 가득하다. 지난 반년 동안 무얼 하고 보냈을까. 세월 참 빠르다.
브런치 에러로 사진 복사가 안된다.
6. 29 아침(뉴욕 시간)에 복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