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프랑스 축제(바스티유 데이 페스티벌)
2021. 7. 14 수요일
모처럼 두 자녀와 함께 뉴욕 식물원에 방문했다. 쿠사마 야요이 조각품이 설치된 온실에 핀 수련꽃과 연꽃이 예뻐서 보여주고 싶어 미리 티켓을 구했다. 요즘 뉴욕 식물원은 방문하기 전 꼭 예약해야 한다.
집에서 식물원까지 교통이 편리하지 않다. 난 늘 참고 사는데 나와 세대가 다른 두 자녀에게 무척 미안했다. 땡 볕 아래 걷고 시내버스는 만원이라서 빈자리는 없고 복잡하고 몇 차례 환승하고... 지옥이 따로 없었다. 천국을 보러 가는 길은 그리 어렵나 보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미안하던지.
식물원 입구에 핀 노란색 능소화 꽃과 주황색 능소화 꽃은 절정 시기가 지나고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었다. 소나무 카페에서 아이스 라테 마시는 동안 스팅의 노래가 들려와 좋았다. 꽤 오래전 자주 듣던 노래다. 음악은 좋다. 냉방된 카페에서 음악 들으며 잠시 더운 열기를 식히고 수련꽃과 연꽃을 보러 갔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보다는 난 수련꽃과 연꽃이 더 예뻐서 보러 가곤 한다. 딸이 엄마 생일 선물로 사 준 멤버십 덕분에 자주자주 방문하고 있는데 돌아보면 난 참 어리석었다. 뉴욕 식물원 멤버십은 정말 멋진 선택이다. 그런데 돈이 아까워 구입하지 않고 오키드 쇼와 록펠러 로즈 가든만 보러 다녔다. 멤버십 카드가 있다면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는데 얼마나 바보 같았나.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오키드 쇼 역시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는데 대개 난 한 번 정도 보곤 했다. 뉴욕 식물원 특별 이벤트 티켓값이 결코 저렴하지 않아서. 뉴욕은 비싼 도시다. 그러니 항상 지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귀족들은 다른 세상에서 살겠지.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오랜만에 방문했으니 엄마가 좋아하는 장미꽃을 보러 록펠러 로즈 가든에도 갔다. 하지만 무더운 날이라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예쁜 장미꽃 사진을 찍다 옆에서 사진 찍는 중국인 할아버지를 보고 웃었다. 퀸즈 식물원 로즈 가든에서 본 분이다. 평범한 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장미꽃 사진을 찍는 분.
쿠마사 야요이 나르시스 가든도 보고 식물원을 빠져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걸었다. 또다시 오래오래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대개 시내버스가 바로 오지 않는 경우는 항상 만원이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힘든 외출이었다.
새벽에 깨어나 아침 바다를 보러 갔다. 매일 눈만 뜨면 바다를 보러 간다. 그래서 요즘 더 바쁘다. 아들은 엄마가 언제 바쁘지 않은 적이 있냐고 말한다. 오래전 직장에 출근할 때 오히려 더 여유가 있었다. 사직서 제출한 후로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지. 바다에 도착해 하얀 백조 보니 피곤이 풀렸다.
실은 요즘 너무 바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니 바다를 1주일에 한 번 보러 갈까 생각도 하나 나도 모르게 바다로 달려간다. 도착하면 황홀한 바다 풍경에 퐁당 빠져버린다. 새벽시간이라 신발도 축축이 적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역시 바쁘다. 식사 준비하고 청소하고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김치찌개와 유부 초밥을 만들어 먹고 뉴욕 식물원에 가는 날이라 평소보다 더 분주한 아침이었다.
7월 14일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이다. 뉴욕에서도 프랑스 축제 '바스티유 데이 페스티벌(Bastille Day Festival)이 열린다. 하필 뉴욕 식물원 일정과 겹쳤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사랑하는 축제였는데 작년 코로나로 열리지 않다 다시 열렸다. 오래전 고갱 영화 티켓도 받아 플라자 호텔 옆 파리 극장에서 영화도 보았다. 거리에서 공연도 하고 춤도 추고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서 좋다. 또 맛집에서 빵과 음식을 파니 사 먹을 수도 있다.
다른 때와 달리 저녁 센트럴 파크에서 열리는 축제만 보러 갔다. 두 자녀는 깜짝 놀랐다. 새벽에 퀸즈 베이사이드와 롱아일랜드 바다에 다녀와 뉴욕 식물원 방문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저녁 식사 후 다시 맨해튼에 간다고 하니.
저녁 식사는 아들이 만든 맛있는 수제 햄버거를 먹었다. 요리에 관심 많은 아들 덕분에 호강한다.
얼른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도착 아지트에서 커피 한 잔 주문해 손에 들고 센트럴 파크로 향해 걸었다. 축제는 센트럴 파크 대형 공연장 럼지 플레이필드(Rumsey Playfield)에서 열렸으나 난 쉽 메도우를 지나쳐 축제를 보러 갔다. 코로나로 작년 서머 스테이지 축제가 잠들다 이제 다시 깨어나는 뉴욕.
매일 축제가 열리는 뉴욕 문화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초록 공원에서는 저녁 시간 휴식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브라이언트 공원과 달리 백신 접종서를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럼지 플레이필드에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고 지팡이를 들고 온 할아버지도 있고 젊은이들도 무척 많았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잠시 보다 난 공연장을 빠져나와 호수 근처를 지나 플라자 호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긴긴 하루였다. 하루가 마치 1년처럼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