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
2021. 7. 27 화요일
새벽 바다와 사랑에 빠져 눈뜨면 달려간다. 새벽하늘에 뜬 달님과 별님을 보며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걸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연못 근처 정류장에 내려 던킨 도너츠에 들어가 커피 한 잔 주문하니 직원이 "도넛은 먹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난 던킨 도너츠를 좋아하지 않고 커피 한잔이면 충분해서 다음에 먹는다고 말하고 나왔다. 던킨 도너츠는 24시간 오픈한다.
새벽은 수련꽃이 잠든 시각. 언덕을 올라 나무다리를 건너야만 바다를 볼 수 있는데 아무도 없는 새벽이라서 좀 무섭다. 이틀 전인가 센트럴 파크 호수에서 낚시꾼에 의해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워. 새벽 바다가 좋긴 하나 보다. 무서운데도 언덕을 올라 다리를 건너 바다로 갔다.
여명의 빛이 비친 바다는 환상적이라서 내 마음은 바닷속으로 퐁당 빠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도 많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지금껏 무얼 하고 살았을까. 새벽 바다의 아름다움에 늦게 눈을 떴다. 하지만 여명의 빛은 오래 머물지 않고 마법처럼 사라지고 만다. 아침 5시 48분경 해가 뜬다고 했는데 해는 나타나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5시 55분 조금씩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새벽 바다에서 산책하는 백조를 바라보며 휴식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사진반에 관심이 많았지만 클래식 기타 반 활동만으로 충분히 바빴고 그 후로 직장 생활하니 더욱 바빴고 두 자녀 출산 후 양육과 교육 문제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고 뉴욕에 와서도 몸부림치며 사니 일출 사진 찍으러 다닐 여유도 없고 카메라도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살았다. 지금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사진반 동호회에 가입할 생각도 없다. 바로 이런 특별함에 일출 사진을 찍으러 출사를 가나 보나 생각했다. 새벽 바다와 사랑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거 같다.
정오가 지나 맨해튼에 가서 북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잠시 책을 펴고 읽다 피곤하니 책을 덮고 오랜만에 첼시 갤러리에 방문하려고 5번가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15분 이상을 기다리라고 하니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맨해튼에서 15분은 특별하다. 볼 것도 무진장 많은데 사우나장 같은 지하철역에서 마스크 착용하며 지하철을 기다릴 이유가 없지. 갤러리 방문은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서 브라이언트 파크에도 가고 타임 스퀘어에도 가고 센트럴 파크에도 갔다. 최근 뉴욕 분위기는 정말 좋아졌고 타임 스퀘어에도 방문객들이 무척 많고 특별 공연도 하는데 내게는 아주 낯선 가수였다. 잠시 서성거리다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역에 내려 센트럴 파크에 갔다.
쉽 메도우는 닫혀 있어서 센트럴 파크 산책로 더 몰을 따라 거닐다 초상화 모델을 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쳐 웃었다. 거리 화가는 캔버스에 남자의 얼굴을 담고 배경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그리고 있었다. 실은 센트럴 파크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지 않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보인다.
거리 음악가는 존 레넌이 부른 노래를 부르고 베데스다 분수 근처 호수에서는 뱃놀이를 하고 거북이들은 헤엄치고... 난 더 몰을 따라 걸으며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베데스다 테라스에 가니 특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5번가로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에 도착 플러싱에 가는 7호선에 탑승했다. 집에 돌아와 아들과 조깅하러 트랙 경기장에 다녀오니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새벽 바다와 일출을 보고 북카페에도 가고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 스퀘어와 센트럴 파크에도 다녀왔다. 오늘도 하루를 감사함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