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가슴이 찢어져 버렸어

by 김지수


오늘 네 속마음을 알아버렸어. 늘 궁금했어. 무슨 색인지
무슨 말이야?
너 마음 색이 무슨 색인지 궁금했다고
그래? 무슨 색이야?
새까만 색이던데
뭐??????
무지갯빛 색인 줄 알았는데 네 마음 색은 그렇다고
뭐라고????
아니. 농담이야.

암튼 엄청 추운 날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날이었지.
손이 얼음조각으로 될 거 같은데 집에서 외출도 안 하고 지내고 참 슬프게 하루가 지나가네.
집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버려서 다행이고
아파트 지하에 세탁을 하러 갔는데
글쎄 이불이 찢어져 속이 터져 밖으로 나와 깜짝 놀랐지.
고의가 아닌데 이불속을 보게 된 거야
세탁기 뚜껑을 여니 귀신 나온 줄 알았어
두 번째 사고야.
아들은 너무 추워 이불 두 개를 덮고 자는데
하나의 이불이 찢어져 버리면 어떡한담
처음에 주인이 4번이나 바뀐 나의 사랑스러운 헌 가방을 찢어버려 너무 슬펐는데
그 후로 가방은 손세탁을 하지
세탁기가 너무 작고 낡고 오래되어 사고가 난 모양이야
그래도 혹한에 세탁기가 작동되니 감사할 일이지
가슴이 아프지만 세탁을 마쳤으니 감사한 일이야
맨해튼 음대에 가서 쳄버 공연 보려 했는데
다 포기하고 얼음 같은 집에서 인내심을 테스트받았어.
아... 추운 날...
심장이 안 멎어 다행이야.

뉴욕에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고드름도 보고
눈 위 발자국이 누군지 궁금했지
아주 작은 발 사이즈인데
고양이일까
새는 아닐 테고
다람쥐 발 사이즈보다 더 크고
누굴까

뉴욕도 추워 난리인데 보스턴은 얼마나 추울지 걱정했는데
글쎄 사고가 났어
난방이 고장이 났어
세상에 말을 잃게 하구나
삶이 뭔데 이리 많은 시련을 준 담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도 못 받고 낙동강 오리알만 많이 먹었는데 누구 나눠주지도 못하고
새해 얼음조각이 될 정도로 추워
집에서 갇혀 지내고
정말 삶이 왜 이리 무겁담

봄이여
이리로 오렴
노란 민들레 꽃 지천에 핀 봄이 그립구나
삶은 늘 눈물겹구나.

뭐야
연말연시 난 정말 가슴 아픈 일만 가득하구나.

그런데 왜 이리 춥담



201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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