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맨해튼 첫나들이 - 줄리어드 학교 챔버 페스티벌

by 김지수

화요일 아침 일어나 모과차를 끓여 마시고 무한 경재 사회에 대해 글쓰기를 하고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다시 랩톱으로 돌아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햇살이 비친다. 마치 봄볕 같다. 세상에 며칠 전 추위에 덜덜 떨며 지냈는데. 뉴욕에 와서 첫해 추위를 느끼며 추위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고 그 후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는 난방이 잘 안되어 그리 추웠지만 이번 추위는 달랐다. 영하 16도 정도까지 기온이 내려갔고 아파트는 정말 추워 외출도 안 하고 감기 기운으로 몸살을 하며 집에서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 새해 처음으로 맨해튼에 갔다. 플라자 호텔에서 내려 콜럼버스 서클로 향해 걸으며 센트럴파크의 설경도 바라보고 추위에 떨고 있는 말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슬펐다. 아주 얇은 붉은색, 파란색, 검은색 등의 천을 덮고 있으나 난방이 되지도 않은 곳에서 그 정도로 추위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 느껴졌고 마치 홈리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다. 오랜만에 콜럼버스 서클 타임 워너 지하 홀 푸드에 가서 핫 코코아를 사려고 매장을 찾고 다녔으나 안 보여 직원에게 물으니 다 팔려 매장에 없다고 하고 아들이 좋아해서 사려고 했는데 어긋나고 말았다. 잠시 후 콜럼버스 서클 지하철역 부근을 지나치는데 자주 보는 중국인 할머니가 안 보여 놀랐다. 항상 같은 자리에 홈리스라고 하면서 도와 달라고 하는데 이번 추위가 춥긴 했나 보다. 그곳을 지나치면 그 홈리스 할머니를 안 보는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 후 링컨 센터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려는데 커피도 안 팔고. 계속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오랜만에 외출하니 몸이 내 몸이 아니고 마치 조율이 안 된 바이올린 같은 느낌이었다. 맨해튼에 가서 여러 이벤트를 보려면 컨디션도 좋아야 하고 어제는 오랜만의 외출이라 마치 맨해튼이 낯선 여행지인 것처럼 피곤하기만 했다. 단테 파크를 지나니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켜져 있고 서둘러 줄리아드 학교로 갔다.

매년 새해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서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게으른 난 맨해튼 음대 축제는 하나도 안 보고 그냥 지나갔고 줄리아드 학교 축제를 보러 갔다. 줄리아드 학교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은 17번째를 맞는다고 하고 2018년 1월 8일- 11일 사이 하루 두 차례씩 공연이 열린다. 무대에는 재능 많은 천재 음악가들이 오르고 전에 줄리아드 학교와 카네기 홀에서 본 몇몇 학생들도 다시 보았다. 미리 입장권을 예약했고 작년 12월 미리 2장을 구입했는데 아들은 집에서 지내니 한 장의 티켓이 남아 어제 천사 역할을 했다. 인기 많은 축제라 공연표 구하기 쉽지 않고 어떤 할머니가 표가 없어서 내가 주니 날개 안 달린 천사였다. 오랜만에 수위랑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공연을 보았다. 첫 무대에 낯선 작곡가 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를 했고 작곡가분이 피아노 연주 코치도 했다고 프로그램에 적혀 있고 피아노 연주가 막을 내리자 나중 나이 든 분이 무대에 오른 것으로 보아 그분이 작곡가이라고 짐작을 했다. 놀랍게 1938년 생이라고 적혀 있고 아주 건강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 연세에 젊은 학생들 연주를 지도할 정도니 정신력은 얼마나 건강할까.

프로그램 사이에 젊은 연주자들 경력이 적혀 있어서 슬쩍 읽어보니 놀랍기만 하고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봤던 학생도 보이고 그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을 봐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더 눈에 띄었다. 줄리아드 학교 졸업 리사이틀, 카네기 홀, 그리고 어제 체임버 뮤직 공연 세 번을 했으니 정말 얼마나 바쁘게 지냈을까. 카네기 홀에서는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 단원이라 개인별 수준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지만 어제는 브람스 피아노 4중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정말 멋지게 연주를 했다. 지난번 졸업 연주회보다 어제 연주는 확연히 수준이 올라가 있었다.

그런 게 바로 경험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대에서 연주하기 위해 부단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고 난 뒤 허탈한 느낌도 들지만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올라가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기 위해 오디션을 치렀을 테고 그 후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기 위해 연습을 했을 테고 그 후 줄리아드 학교에서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또 연습을 했을 테고 계속 쉬지 않고 연습을 하니 실력이 많이 오를 수밖에 없을 지도.

경력에 적어진 단 한 문장이라도 내용을 파악하면 심오하고 아무나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아들도 처음 뉴욕에 와서 니즈마 축제에 참가해 롱아일랜드 스트링 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내 눈에 아들보다 더 빛나는 학생이 보여 아들에게 물으니 그 학생은 뉴욕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랐고 오랫동안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다고. 그 후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지금은 졸업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한 번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지 않은 아들은 무대가 낯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경험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계시는 이웃분도 생각이 나고 결혼 후 두 자녀 양육을 하느라 오랫동안 악기를 잡지 않고 쉬다 이제 다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활동을 한다고 곧 비발디 사계 중 봄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것이라고 소식을 줘 놀랍기만 했다. 또한 대학원 준비를 하기 위해 오디션을 치를 예정이니 매일 쉬지 않고 연습을 한다고. 두 자녀를 기르면서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젊은 학생들과 함께 경쟁을 해야 하니 더 어렵지만 도전하고 꿈을 위해 정열을 불태우고 있어서 놀랍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 경력도 모두 화려하고 줄리아드 학교와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도 무대에 올라 놀라웠고 어제 연주도 훌륭했다. 얼마나 바쁘게 지낼지 내 상상 밖에서 지낸지도 모르고. 어제 4시 반 공연은 6시 반 무렵 막이 내렸고 저녁 6시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벤트가 열렸으나 미리 예약을 해야만 했던 것이고 혹시나 하고 어제 늦게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을 보고 도서관에 갔는데 센트럴파크 셰익스피어 축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잠깐 듣다 그냥 나왔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몸이 적응이 안 되어 너무 피곤하니 커피 마시며 잠시 휴식하고 싶어 도서관 1층 에이미스 브레드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며 잠시 쉬었다. 1960년대 센트럴파크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를 시작했고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렀고 1963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연설을 했고 격동의 시기였다. 처음 센트럴파크에서 셰익스피어 무료 연극 축제를 하자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반대자도 있었다고 하고.

저녁 7시 반 다시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공연을 봤다. 전에 줄리아드 학교에서 만난 퇴직자 변호사도 만났다. 50대 중반에 변호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맨해튼에서 오래오래 변호사로 활동하다 그만두고 친구 소개로 줄리아드 학교에 공연을 보러 온 첫날 나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맨해튼 문화 공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셔 놀랐고 평생 일만 하고 지낸 분이었다. 몇 개의 악기를 연주하고 한국 골동품까지 구입할 정도나 너무 바삐 지내니 맨해튼에 대해 잘 모르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거라 하면서 이제 새롭게 살아야겠다고 하셨고 그 후 가끔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보곤 한다.

어제 모처럼 맨해튼에 가서 아주 오랫동안 공연을 보려면 마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것처럼 집중해야 하고 느슨한 몸 상태로는 감각이 닫혀 있어 아름다움을 다 느낄 수도 없고 조율 안된 바이올린처럼 내 몸은 평소의 나랑 많이 달랐다. 링컨 센터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니 얼굴에 커다란 혹이 달린 홈리스가 구걸을 하고 뉴욕은 정말 별별 사람이 다 모이고 백설 공주 동화에 난쟁이가 나온 줄 알았는데 맨해튼에 가면 난쟁이도 자주 보고 정상이 아닌 사람도 가끔씩 본다. 타임 스퀘어에서 7호선에 환승하고 플러싱에 도착하니 "1달러 1달러"라 외친 홈리스 할머니도 만나고. 그분은 단테의 '인페르노'를 읽고 있었다고 아들이 언젠가 말했다.

밤늦은 시각 집에 돌아와 마음이 복잡하니 잠은 안 오고 새벽 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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