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토요일 저녁
2021. 8. 28 토요일 저녁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풀벌레 소리인가. 풀벌레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하루 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믿어지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가 놀랍다. 서서히 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어제는 폭염이라서 숨쉬기도 힘들어 뉴욕 식물원에 도착해 수련꽃 사진을 찍다 멈췄다. 에어컨 켜진 곳이 그리운데 식물원 안은 열대. 며칠 뉴욕은 폭염으로 상당히 견디기 힘든 날씨였다.
토요일 오후 전화를 해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 물으니 온라인으로 예약하라고. 백신 주사 맞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뉴욕 법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비싼 유에스 오픈 테니스 티켓 구입했는데 그냥 버릴 수는 없지. 북카페, 뮤지엄, 공연장, 식물원 등 백신 티켓을 요구하니 피할 길이 없다. 부작용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
새벽에 바다에 다녀오고, 오전 글쓰기 하고, 아들과 함께 조깅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백신 예약을 마치니 오후 2시가 지나 맨해튼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동네에서 산책을 했다. 팔월 말이라 꽃을 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매일 새벽 바다를 보러 가니 산책을 할 시간이 없다. 이웃들이 가꾼 정원은 천상이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즐거움을 만끽한다. 나처럼 꽃을 사랑하는 꿀벌과 나비도 보아 반가웠다. 슬프게도 주택가에 매매한다는 표지판이 더 많이 보인다.
꽤 오랜만에 동네 호수에 가니 아직도 공사 중이고 거북이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매일 호수에서 산책하다 나의 놀이터가 바다로 변해 버렸다. 덕분에 난 좀 더 부지런해졌다. 새벽에 깨어나지 않으면 일출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