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_슬프다

by 김지수

2021. 8. 28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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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인생의 종착역은 묘지라서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삶이 참 슬프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얼마나 많더냐. 차마 입을 열 수 없는 슬픈 일이 찾아와 날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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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매일 새벽 바다에 가곤 한다. 어제 좀 무리해서 상당히 피곤해 비가 내리면 좀 더 잠을 잘까 하다 일기 예보를 확인하니 비가 내리지 않고 흐리다고 해서 밖으로 나갔다.


집에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20분 정도 걷는다. 새벽에 거리에 돌아다니는 고양이 몇 마리가 날 반긴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걷다 성당 근처에서 홈리스 할머니가 빌딩 아래에서 누워 자는 것을 보곤 한다. 슬픈 인생. 할머니는 어쩌면 한인 교포 같다. 남편분은 없는가. 자식들은 없는가...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끔 새벽 4시경 깨어난 것을 보기도 하고 오늘 아침은 주무시고 계셨다. 할머니 옆에 놓여있는 짐 가방 두 개와 신발과 우산이 전부다.


새벽 첫차 시내버스를 타고 퀸즈 베이사이드에 도착 주유소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 한 잔 주문해 손에 들고 바다를 향해 걷는다. 황소개구리 우는 연못을 지나 나무다리를 지나면 바다에 도착한다. 바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보곤 하는데 처음으로 낚시꾼 두 명을 보았다. 새벽 낚시가 좋은가.


그런데 잠시 후 비가 내렸다. 평소 내가 앉는 바위 근처에서 낚시를 하니 대신 나무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비가 내리니 일어서 걸었다. 바람도 억세게 불었다. 내 몸과 마음을 지상의 끝으로 데려갈 거 같은 비바람 속에서 걸었다.


캄캄한 토요일 새벽. 여전히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매일 비슷한 시각에 보는 중년 여인도 온몸에 땀을 흘리며 달린다. 갈매기 몇 마리가 하늘을 날고 기러기와 청둥오리 산책하는 바다 멀리서 하얀 백조 몇 마리가 보였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개면서 비가 그쳤다.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서 가는 길은 왜 그리 험난할까. 마음을 비우고 비우는데도 또 비워야 하는 일들이 찾아온다.


매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 유에스 오픈 예선전도 코로나로 관람할 수 없어서 슬프다. 본선 경기가 다음 주 월요일 개막하는데 며칠 전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니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아도 Arthur Ashe Stadium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입장할 수 있던데 어제 이메일을 받았는데 뉴욕시 법 규정에 따라서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하니 슬프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자주 읽다 보니 백신이 안전하지 않은 거 같은데 뉴욕에서 숨 쉬고 살려면 백신 접종하지 않으면 어려울 거 같다. 카네기 홀 공연도 봐야 하는데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뉴욕 식물원 역시 마찬가지, 뮤지엄도 마찬가지...


뉴욕은 예방 접종에 대해 무척이나 까다롭다. 처음 뉴욕에 올 때 두 자녀는 간염 3차 접종을 하지 못하고 뉴욕에 와서 플러싱 한인 의사에게 1인 100불을 주고 맞으니 눈물이더라. 예방 접종 기록 없이 학교 수업을 할 수 없는 뉴욕. 한국은 의료비가 천국, 뉴욕은 지옥의 왕할아버지다.


다음 주 월요일 유에스 오픈 개막식 경기 티켓을 오래전 구입했으니 관람해야 하는데 백신 접종 없이 입장이 불가능하니 정말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슬픔. 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와 아주 비슷한데 사스 백신은 만들지 못했는데 코로나 백신은 1년 만에 뚝딱 도깨비방망이로 만들었는데 관연 안전할까. 그럼 사스 백신은 왜 만들지 못했어. 코로나 백신 결과는 수 십 년이 지나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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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로하는 바다, 하늘, 바람, 꽃, 풀, 나무들... 고맙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는 사하라 사막 같은 뉴욕에서 얼마나 더 오래 머물 수 있을까.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색채를 갖는 뉴욕. 뉴욕의 자연과 문화 예술은 사랑하지만 지옥 같은 현실은 정말 혐오스럽다. 신분과 돈과 언어를 잃어버리고 낯선 땅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이민자의 슬픔을 그 누가 알까. 언어와 신분 문제가 없는 고국에서도 무에서 시작해 성공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겹지만 두 가지 문제가 동반된 외국에서 생존하기는 개미 한 마리가 우주를 든 무게와 같다고 해야 하나. 더구나 날개 하나 부서져 수 천 마일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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