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_코로나 백신. 바다. 장미와 수련꽃과 연꽃

퀸즈 식물원과 뉴욕 식물원에서

by 김지수

2021. 8. 29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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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바쁜 하루였다. 새벽에 바다에 다녀오고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얼른 샤워하고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갔다. 아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분명 예약을 했는데 아들 이름이 없다고 해서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친절한 직원 덕분에 백신 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뉴욕 법이 아니라면 추호도 백신을 맞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접종 후 아들과 함께 퀸즈 식물원에 가볼까 했는데 아들이 메트로 카드(교통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나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퀸즈 식물원은 집에서 가깝고 일요일 9-11시 무료입장 시간을 이용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매주 일요일 식물원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주 일요일 허리케인 헨리로 문이 닫혀 바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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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식물원 로즈 가든


여느 때보다 방문객들이 무척 많은 식물원. 중국어로 말하는 이민자들을 많이 보았다. 갑자기 뉴욕 날씨가 선선해져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을까. 식물원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어디에 있을까.


일요일 아침은 늘 그러하듯 부지런한 중국인들은 식물원에서 함께 운동을 한다. 장미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도 보고 망원렌즈와 삼각대를 가져와 장미 사진을 촬영하는 분들도 꽤 많이 보았다.


난 퀸즈 식물원에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브롱스에 위치한 뉴욕 식물원에 가려고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하다 식물원을 빠져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브롱스로 달려갔다. 시내버스 승차감이 안 좋지만 참고 견뎌야지. 8월 자주 방문하려고 미리 예약했는데 복잡한 일로 한동안 방문하지 않았는데 며칠 전 오랜만에 방문해 수련꽃과 연꽃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다시 예약하고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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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국에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환승역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35분이 지나자 멀리서 시내버스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벤치에서 일어섰는데 시내버스가 가까이 다가왔지만 Not In Service라고 적혀 탑승할 수 없었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 좀 더 기다리자 시내버스가 도착해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버스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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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도로가 정체되었다. 알고 보니 뉴욕 식물원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많아서 도로가 막혔다. 뉴욕이 아닌 뉴저지주, 매샤츄세츠추, 버지니아 주 등 다른 주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평소 일요일에 뉴욕 식물원에 방문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 마음과 달리 도로에 엄청난 시간을 허비했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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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꽃을 보러 갔는데 역시나 방문객들이 너무 많아서 조용히 쉬고 싶은 곳이 아니라 여행객 많은 관광지 분위기라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모두들 예쁜 연꽃과 수련꽃과 물고기 보며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수련꽃을 볼 수 있는 연못에는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도 전시되었지만 수련꽃이 조각품 보다 백배 더 예쁘고 사람들 얼굴에 핀 미소가 수련꽃 보다 더 예뻤다. 수련꽃 보러 가서 행복한 미소를 보았다. 예상에 없던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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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서바토리 가든을 빠져나와 록펠러 로즈 가든을 향해 걷다 쿠사마 야요이 나르시스 가든 작품이 설치된

야생화 핀 언덕도 지났다. 꽤 오랜만에 방문한 로즈 가든. 무더운 여름에도 장미꽃이 피었는데 슬프게도 내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을 담기 어려웠다. 딸이 애플 스토어에서 사 준 휴대폰 충전기를 깜박 잊고 집에 두고 나와서 장미꽃들은 눈으로만 보았다.


새벽에 깨어나 첫차 타고 바다에 다녀오고, 식사 준비하고, 운동하고, 백신 맞고, 퀸즈 식물원에 다녀오고 그 후 뉴욕 식물원에 도착해 산책하니 상당히 피곤해서 오래 머물지 않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식물원에서 가까운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기사는 청소를 하며 운행하지 않으니 다른 버스를 이용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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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뜨거운 햇살 아래 터벅터벅 걸어서 식물원에서 좀 떨어진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다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몇 정거장 가서 환승해야 하니 내려 다시 기다리다 시내버스에 탑승. 다시 내려 플러싱에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시내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젊은이가 있었다. 10분 정도 후 시내버스에 탑승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유모차에 쌍둥이를 데리고 타는 흑인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말았다. 젊은 청년들은 엄마의 마음을 잘 모르는지 양보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얼른 일어서 양보했다. 시내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듯 덜커덩 덜커덩거리고... 아, 힘든 길...


천국을 보려면 대가를 지불한다. 공짜가 아냐. 잠깐의 행복을 위해 엄청난 열정이 필요하다. 미리 식물원 티켓 예약하고, 수 차례 시내버스 환승하고 걷고 또 걷고 찾아간다. 두 자녀는 식물원을 좋아하지만 고생길이라 별로 반기지 않는다.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차이다. 난 두 자녀와 다른 세상을 보고 살았다.


뉴욕 식물원도 9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여야 입장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아들도 종일 몸 느낌이 평소와 많이 다르고 피곤하다고 말했다. 처음 주사 바늘이 들어갈 때 따끔하고 괜찮을 거 같은데도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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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4SnlBZPXG-mVsGOIqx4pOy-T0 새벽 바다에서 산책하는 백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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