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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10. 2018

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새해 혹한의 추위로 집에서 꼼짝 않고 추위와 전쟁을 하면서 매일 눈만 뜨면 모과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매년 새해가 시작하면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음대에서 체임버 페스티벌을 연다. 맨해튼 음대 로버트 만 체임버 마스터 클래스도 꼭 보고 싶었는데 그냥 넘기고 말았고 최근 로버트 만 교수님이 저세상으로 떠나셨다는 기사를 뉴욕 타임지에서 읽고 슬펐다. 줄리아드 학교 체임버 공연은 인기가 많고 미리 공연표를 구해야 하고 작년 어제 열린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공연표를 구해두었고 어제 새해 첫나들이를 했다. 오후 4시와 저녁 7시 반에 열리는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봤고 낯선 작곡가의 곡을 듣기도 하고 이름이 친숙한 작곡가의 곡도 들려주었다. 지난 연말 카네기 홀에서 봤던 뉴욕 스트링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던 한인 학생도 보였다. 그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며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하고 어제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을 준비했으니 또 얼마나 바쁘게 지냈을지 상상으로 부족하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곡을 들으며 잠시 행복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입장은 나와 정반대다.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 학생들은 방학에 들어가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공연을 하니 남들은 행복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매일 아주 많은 시간을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들 경력을 보면 놀랍지 않은 게 아니다. 대개 7 줄 정도로 살아온 경력이 요약되어 있다. 짧게 묘사된 경력에 함축된 의미를 찾으면 놀랄 수밖에 없다. 어제 무대에 오른 학생들 경력은 정말 화려했다. 

세계의 천재들이 모인 커티스 음악원에서 공부를 한 학생도 있고, 줄리아드 학교 학생도 있고, 또한 줄리아드 학교와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고, 세계적인 음악가 요요마와 길 샤함 등과 연주를 한 학생 경력도 있고, 세계적인 음악 대회에서 수상을 한 학생들 등이 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학생들과 경쟁을 해서 입학 한 학교고 어릴 적부터 얼마나 부단한 연습을 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을지 상상으로 부족할 것이다. 남들이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매일 눈만 뜨면 연습하고 레슨 받으러 가고 수많은 대회에 나가고 세상 천재들이 모인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오디션을 치렀고 그 후 혹독한 연습을 하며 매일매일 연습을 하며 꿈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줄리아드 학교 마찬가지다. 지구촌에서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몰려온다. 희망과 꿈을 갖고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와서 오디션을 보고 오디션을 통과 후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도 있지만 천재 음악가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리 환상적이 아닐 수 있다. 매일 학교에서 가서 수업을 받고 레슨을 받아야 하고 대회 준비를 하니 쉴 틈이 없고 재능 많은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엄청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책을 한가로이 읽을 시간도 없고 뮤지엄과 갤러리에 갈 시간도 거의 없다고 한다. 매일 눈만 뜨면 하루 스케줄은 꽉 채워져 있고 그날그날 스케줄대로 일정을 마치며 학교를 졸업한다. 줄리아드 학교를 졸업해 반드시 성공한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것도 아니라서 그 후 명성 높은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대학원을 졸업했더라도 성공한 음악가로 지낸 게 보장받는 게 아니라서 그 후 박사 과정에 진학을 한다. 

그럼 박사 과정 입학은 쉬울까. 천만에. 요즘 갈수록 취업이 안되니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는 박사 과정에 과거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한다고. 불과 몇 명 뽑지 않으나 지원자는 수 백 명이 넘는다고. 예를 들어 콜롬비아 대학 박사 과정에 지원한 학생이 450명 정도였다고. 교수님은 어떤 학생을 선발해야 할지 무척 고민하신다고. 학생들은 지원서를 보낸 후 합격이 될지 아니 될지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럼 박사 과정 후 취직은 그냥 쉬운가. 그것도 아니다. 박사 과정을 필요한 곳은 그야말로 한정된 곳이고 모두 박사 과정을 한 사람과 경쟁을 하니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럼 박사 과정 공부는 쉬운가. 천만에. 명성 높은 대학에서 박사 과정 하는 것은 피눈물 난다고. 세상의 천재들이 모인 하버드 대학에서도 박사 과정 학생들은 그냥 놀고 쉬엄쉬엄 공부하는 게 아니고 1초도 쉬지 않고 학문 연구를 하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느낀 딸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들어졌는지 피부로 느낀다.

어떤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와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적혀있었다. 줄리아드 학교에서만 공부를 해도 모두 어려워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고 콜롬비아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비리그 대학 콜롬비아 대학 입학도 정말 어렵고 공부도 너무 어려운 학교라고 전에 콜롬비아 대학 학보에서 읽었다. 학생들이 해야 할 공부 분량이 정말 많아서 그리 힘들다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줄리아드 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하니 그들 스케줄은 보통 사람과 많이 다르고 1초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시간을 보낼 것으로 짐작을 한다. 또한 재능과 열정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뉴욕에 대해 잘 모르고 와서 지내며 문화 예술 면에서 정말 아름다운 도시고  만약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은퇴 후 퇴직자들이 생을 즐기는 점에서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젊은이들에게는 무한 경쟁을 통과해야 살아남으니 그들에게 뉴욕은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빨리 뉴욕을 떠나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안다. 비단 한국만 무한 경쟁에 시달린 게 아니다. 좁은 땅에서 인구는 많아서 갈 곳 없어서 젊은이들이 취직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하지만 뉴욕 역시 마찬가지고 한국과 다른 점은 뉴욕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기 때문에 경쟁이 그만큼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몇 개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몇 개의 악기를 연주하고 콜럼비아 대학과 줄리어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 놀랍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하다.

천재 과학자 톰 에디슨이 "천재는 1% 영감과 99% 노력"이라고 말했다.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물론 1% 영감은 평범한 모두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고 비범한 천재라도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세상은 갈수록 변하고 있고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왜 이리 생이 힘든 거야 매일 징징거리며 세월을 보낸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희망과 꿈과 사랑을 모두 버리고 절망과 슬픔으로 낙담하면서 매일매일 우울의 나라에서 풍덩풍덩 수영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지. 


2018. 1. 9. 화요일 
겨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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